유승민 "40대초부터 대통령 뜻..노무현도 1~2%서 시작했다"
민심 두렵다, 한 번 실수하면 돌아서
40대 초반부터 대통령에 뜻 뒀다
서울시장은 한 번도 생각한 적 없어
윤석열, 검사로서는 강직하다 생각
다변(多辯)이 달변(達辯)이긴 쉽지 않다. 중언부언하거나 핵심을 놓치기 일쑤다. 하지만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예외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사무실에서 주먹 인사를 나누기 무섭게 그는 “자만하고 한 번 실수하면 낭떠러지가 기다리고 있는 게 민심”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국민의힘이 압승한 4ㆍ7 재보선 결과에 대해 그는 “민심, 특히 2030의 지지가 두렵다”고 했다.
100분가량의 인터뷰는 재보선 리뷰부터 대선 주자로서 자신의 경쟁력,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비롯한 경쟁자에 대한 평가까지 넘나들었다. 그의 사무실 이름인 ‘희망 22’처럼 대화의 주제는 내년 3월 대선으로 수렴됐다.
Q : 국민의힘이 오랜만에 이겼다.
A : “우리가 예뻐서 지지해준 게 절대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이 심각했다. ‘운동장이 진보 쪽으로 기울었다’고 했던 게 불과 1년 전이다. 확 바뀌는 민심이 진짜 두렵다. 대선까지 11개월 남았다. 조금이라도 교만하고 우쭐하고 변화하지 않으면 언제든 돌아설 수 있다.”
Q :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A : “개인적으로 초선이던 17대 국회 때, 당시 민주당 비례 의원이던 김 전 위원장의 방이 회관 바로 맞은편이었다. 오래된 인연이다. 5년 전, 10년 전엔 나 홀로 외롭게 그런 주장을 했었다. 김 전 위원장이 강조한 변화 방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재충전한다고 위원장 자리를 내놓았지만 대선 때든 언제든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국민의힘 일각에서 ‘유승민 차출론’이 회자됐다. 수도권 민심에 어필할 수 있는 개혁적 보수의 이미지에다 본인으로서도 대선 가도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 얘기를 꺼내자 그는 ‘발심(發心)’이란 말을 썼다. “뭔가를 이루고 싶다는 게 발심인데, 40대 초반 여의도 연구소장으로 정치를 시작했을 때부터 종합적으로 국가를 경영할 수 있는 대통령에 뜻을 뒀다. 서울시장은 한순간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Q : 대선주자 유승민은 지지율 2~3%에 머물고 있다.
A : “국민의 솔직한 마음이란 측면에서 지지율은 의미가 있다. 다만, 그건 현시점의 지지율이다. 과거 원내대표 관둔 직후, 지지율이 훅 오른 경험도 있다. 이제 시작이다. 각 당 후보가 정해지는 과정에서 적어도 두 세번은 출렁거릴 거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1~2%에서 시작했다.”
Q : 노 전 대통령은 팬덤이 있었다. 유권자들이 무관심한 건 아닌가.
A : “코로나 이후 미디어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이번 대선도 미디어 선거가 될 거라 본다. 그런데 나는 미디어의 시야에서 4년을 사라졌다. 2016년 총선 때 공천 파동 터져서 제2당으로 주저앉고, 그해 가을 국정농단 사태 터지고…. 22년째 정치하면서 ‘이렇게 괴로울 수 있나’ 싶을 정도의 4~5년이었다. 시야에서 사라져 국민이 나를 잊었을 수는 있다.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으로서 이제부터는 시대와 정책과 비전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할 계획이다.”
Q : 탄핵 때 상처받은 강경보수층, 이른바 ‘태극기 부대’는 어떻게 할 건가.
A : “(강경 보수층으로부터) 나만큼 화형식 많이 당하고, 물풍선 많이 받은 사람은 없을 거다. 그런데도 과거 선택에 대한 후회는 없다. 무엇보다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이 큰 분들이다. 누구를 내세워야 이길 수 있느냐를 보고 선택할 거라 생각한다. 나 개인에 대한 생각도 바뀔 수 있을 거라는 희망 섞인 기대가 있다.”
유 전 대표는 “분열 않고 힘을 합쳐야 정권을 바꿀 수 있다”며 야권 단일 후보를 강조했다. 현재 야권의 지지율 1위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다.
Q : 윤 전 총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A : “정치인으로서의 윤석열은 아직 평가할 게 없다. 어떤 생각인지, 어떤 정치를 하려는지, 대통령 되면 뭘 하겠다는 건지 들어본 적 없다.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이 비전을 보여주는 건 국민 앞의 의무다. 고민이 많을 거다. 검사 윤석열은 권력의 탄압에 굴하지 않는 강직한 검사라고 생각했다.”
Q : 그에 대해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30년을 구형한 검사”라고 말했다.
A :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간단한 사실관계만 얘기한 게 견제하는 듯한 말로 비쳤다. 아직 잘 알지도 못하는데 그럴 게 뭐가 있나. 큰 울타리 만들어 같이 경쟁하자는 입장으로, 다른 후보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할 생각 없다.”
Q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대선에 나올까. 안 대표는 어떻게 평가하나.
A : “모르겠다. 서울시장 출사표 던지면서 대선은 안 나간다고 했지만, 그건 그분 마음이니까. 합당하고 헤어진 뒤, 안 대표에 대해선 사적인 자리에서도 나쁜 소리 한 적 없다.”
Q : 본선에 갈 경우, 이재명 경기지사가 가장 유력한 경쟁자인가.
A : “모를 일이다. 야권 재편에 관해서만 관심들 갖는데, 개인적으론 여권이 재편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했고, 지금 그 시점에 와있다고 생각한다. 분열의 에너지가 작용하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친문 세력은 과거 친박 세력들보다 훨씬 결속력이 강하고 이념적으로 뭉쳐있다. 쉽게 이 지사 쪽으로 힘이 모이진 않을 거다.”
Q :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름도 다시 나온다.
A : “정치인이 말을 바꿀 때는 국민께 내가 왜 말을 바꾸는지 설명하고 과거 발언에 대해 사과할 건 사과해야 한다는 신조로 살아왔다. 정치할 생각이 있으면 설명이 필요할 거다.”
권호ㆍ허진 기자, 김보담 인턴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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