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 주차장 '캠핑카 알박기'..쓰레기 투기 '얌체차박' 분통

박진호 2021. 4.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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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카, 장기주차·불법 캠핑행위 속출
지난 11일 오후 강원 양양군 설악해변 데크에 ‘등록야영장이 아닌 해수욕장 주변이나 계곡, 공원 등에서의 야영행위 금지’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현수막 오른쪽엔 캠핑 트레일러가 주차돼 있다. 박진호 기자.



“캠핑족 버린 쓰레기 치우느라 곤욕”
11일 오후 강원 양양군 강현면 용호리 설악해변 주차장. 캠핑카와 캠핑 트레일러 등 캠핑을 하기 위한 차량들과 일반 차량들이 빼곡히 주차돼 있었다.

주차장 옆 해변 곳곳에도 주말을 맞아 캠핑과 차박에 나선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샤워장 입구 데크를 비롯해 백사장, 인도 등에 텐트를 친 뒤 곳곳에서 취사를 하고 있었다. 인근엔 ‘해수욕장 주변이나 계곡, 공원 등에서의 야영행위 금지’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지만 아랑곳 않는 모습이었다.

주민들은 관광객들이 다녀간 뒤 쌓인 쓰레기를 보며 분통을 터뜨렸다. 상당수 캠핑족은 종량제봉투가 아닌 일반봉투에 쓰레기를 담아 버리거나 봉투조차 없이 곳곳에 쓰레기를 투기한 상태였다. 김돈래 용호리 이장은 “주말이 지나고 나면 캠핑족이 다녀간 곳은 쓰레기장으로 변하곤 한다”며 “분리수거조차 제대로 안 된 쓰레기를 치우느라 주민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자치단체들, 얌체 캠핑·차박족 단속 나섰다

지난 11일 오후 강원 양양군 설악해변 인근에 쓰레기가 쌓여 있는 모습. 쓰레기 대부분이 종량제봉투가 아닌 일반봉투에 담겨 있다. 박진호 기자
지난 11일 강원 양양군 물치해안공원 주차장에 캠핑카와 캠핑 트레일러가 주차돼 있는 모습. 박진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반 차량을 이용한 차박과 캠핑카를 이용한 캠핑문화가 확산하면서 곳곳에서 불법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쓰레기 불법 투기는 물론이고 주차장 장기점유나 전기·수도 같은 공공시설 무단사용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현행법상 차박·캠핑에 대한 단속 근거가 미비한 데다 장소마다 담당 부서가 달라 단속 사각지대에 놓인 탓”이라고 진단한다.

쓰레기 불법 투기와 함께 가장 갈등이 빈번한 것은 이른바 ‘알박기’로 불리우는 주차장 장기점유 행위다. 이날 설악해변의 경우 주차장 곳곳에 세워진 캠핑카와 캠핑 트레일러 대부분에 사람이 없는 상태였다. 설악해변에서 3㎞가량 떨어진 물치해안공원 주차장도 주차된 9대의 캠핑카와 캠핑 트레일러 중 4대에만 관광객이 있었다. 주민 A씨는 “항상 5~6대의 캠핑카가 세워져 있어 미관상 좋지 않은데도 마땅히 치울 방법도 없어 골치”라고 말했다.

캠핑카들의 알박기는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충북 청주시 오창과학산업단지 인근 150면 규모(3750㎡)의 공영주차장엔 항상 70여 대의 캠핑카와 캠핑 트레일러가 빼곡히 주차돼 있다. 이 주차장은 시외로의 진·출입이 수월한 위치에 있어 수년째 캠핑카가 자리를 차지하면서 주민들의 불만만 커지고 있다. 버스운전사 유모(45)씨는 “캠핑카만 빼도 일반 승용차 100대를 더 댈 수 있는데 주차할 곳이 부족하다 보니 산업단지 주변 도로에 불법 주차하는 차량이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캠핑카 ‘알박기’ 전국적인 현상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오창과학산업단지 인근 무료 공영주차장에 장기간 주차돼 있는 캠핑카와 캠핑 트레일러가 줄 지어 서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캠핑카들의 장기 주차에 지자체들은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공영주차장에 주차한 캠핑카를 강제로 이동시킬 법적 근거가 없어서다. 정부가 지난해 2월 차고지 없이 캠핑카를 사는 것을 막기 위해 차량 등록 시 차고지를 증명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지만, 법 개정일 이전에 등록한 차량은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아예 캠핑·차박을 전면금지하는 자치단체도 늘고 있다. 캠핑·차박 성지로 불리는 부산 기장군은 지난 1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차박금지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또 기장군 관할 어항과 일광·임랑해수욕장, 호안 도로 일원 공공장소에서 2인 이상 야영이나 취사, 음주 및 취식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했다.

심재민 기장군 수산정책팀장은 “야영이나 취사를 할 경우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고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구상권도 청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기장군은 군수를 단장으로 하는 ‘기장군 캠핑카·차박 대응 추진단’을 운영하는데 지금까지 계도 건수만 868건에 이른다.


부산 기장군, ‘차박금지’ 행정명령도

지난 11일 오후 강원 양양군 설악해변에서 캠핑족들이 텐트를 치고 음식을 먹고 있다. 박진호 기자.
지난 11일 오후 강원 양양군 설악해변에서 한 캠핑족이 샤워장 앞에 텐트를 치고 음식을 먹고 있다. 박진호 기자.


경기 수원시는 캠핑카의 공영주차장 사용을 금지하는 주차장 조례를 만들어 공영주차장 출입을 막고 있다. 캠핑카처럼 차량 내부에 취사시설이 있어 발화성·인화성 물질을 적재한 차량의 출입을 제한하는 게 골자다. 이 밖에도 지자체들은 공영주차장 출입구에 차량 출입 높이를 제한하는 구조물을 설치하거나 캠핑카 전용 유료주차장을 만드는 방안 등을 마련 중이다.

김진하 양양군수는 “차박과 캠핑족들이 많이 찾는 곳들을 대상으로 쓰레기 무단투기나 공영주차장 장기간 점유, 공공용 수도와 전기 무단사용 등을 집중적으로 단속할 방침”이라며 “중장기 관점에서 캠핑과 차박을 원천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최소한의 편의시설 및 안전시설을 설치한 차박 전용 공공캠핑장 조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양·청주·수원·부산=박진호·최종권·최모란·이은지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해변·계곡·산 불법 행위 걸리면 벌금은?
최근 차박·캠핑족이 급증하면서 쓰레기 불법 투기 등 다양한 문제가 속출하고 있지만, 장소별 담당 부서와 근거 법률이 달라 단속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현행법상 해수욕장은 해수욕장법에 따라 지정된 장소 외에서 취사 및 야영을 하거나 쓰레기를 버려 환경을 오염시키는 행위를 할 경우 1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하천은 수도법에 따라 상수원을 오염시킬 위험이 있는 야영 및 취사 행위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산과 계곡은 산림보호법에 따라 불을 피우거나 불을 가지고 들어가는 행위를 할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자연보전구역(호수, 저수지)은 하천법에 따라 인화물질을 소지하거나 지정장소 외에서 취사 및 야영을 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강과 댐은 시도지사가 지정·고시한 지역에서 취사 및 야영을 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이 밖에도 주차장은 주차장법에 따라 주차장 외 목적으로 이용 시 이동조치, 방파제는 항만법에 따라 인명사고 발생 우려가 높은 장소에 대해 출입금지 등의 조처를 할 수 있다. 해당 장소에서 생활폐기물을 버리거나 매립 또는 소각하면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박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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