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권..지도체제·통합전대 '미정' 속에서 합종연횡 움직임
국민의당과의 '통합전대', 14일이 '마지노선'
주호영·정진석 '차기 당권 담판' 결과도 촉각
국민의힘 차기 당권 경쟁이 △지도체제 개편 △통합전당대회 여부가 결정나지 않은 상황에서도 벌써부터 유력 당권주자 사이의 합종연횡 움직임이 관측되는 등 조기 점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재보선 이튿날인 지난 8일로 퇴진함에 따라 당헌 제26조 3항 2호에 의거해 60일 이내에 전당대회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차기 지도체제와 국민의당과의 통합전당대회 개최 여부 등은 아직도 뚜렷해지지 않고 있다.
지도체제 개편 문제는 지난 2016년 4·13 총선 참패 이후 단일지도체제로 바꿨지만 이정현·홍준표·황교안 체제가 모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집단지도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의원단 내에서 힘을 얻으면서 당헌·당규 개정을 통한 개편이 점쳐졌다.
하지만 이날 곽상도·김성원·김석기·류성걸·송석준·성일종·이양수·이철규·임이자·정운천·정점식 등 재선 의원 16명이 회동을 통해 단일지도체제 유지에 힘을 싣는 의견을 내면서 제동이 걸렸다. 재선 의원 모임 간사인 정점식 의원은 "현 시기에 단일지도체제를 집단지도체제로 변경할 실익이 없다는 의견과, 좀 더 심층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아무래도 현행 유지 쪽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지도체제 개편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집단지도체제를 채택하면 서병수·정진석·조경태·주호영(이상 5선)·권영세·박진·홍문표(이상 4선)·윤영석·조해진(이상 3선) 의원 등 3선 이상 의원들은 물론 김웅·박수영·배현진 의원 등 초선 의원들도 부담없이 전당대회에 출사표를 던질 수가 있다. 당대표·최고위원의 '트랙' 구분이 없고 득표 순위대로 지도부에 입성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반면 단일지도체제가 유지되면 당대표와 최고위원 중에서 도전할 '트랙'을 골라야 한다. 3선까지는 최고위원 도전이 가능하다고 쳐도, 4선 이상 중진의원은 당대표에 출마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중에서 오로지 1등만이 당대표가 되기 때문에 자연스레 출마 포기·단념 등 '교통정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3선 이하와 초선 의원들은 최고위원에 도전해야 하는데 최고위원은 이른바 '마이너리그'라 출마해도 당 혁신에 앞장선다는 이미지가 생기지 않는다. 따라서 지도체제 유지 여부에 따라 전당대회가 레이스가 본격화하기도 전에 김이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당과의 통합전당대회 여부도 큰 변수다. 정점식 의원은 이날 재선 의원 회동에서 국민의당과 합당 문제와 관련해 "모두 합당에는 동의했다"며 "주호영 대표권한대행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수요일(14일)까지 의견을 달라고 한만큼, 그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14일까지 국민의당에서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하면 15일에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전당대회준비위원회 출범안을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마치 재보선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대표가 경선 당적(黨籍) 개방 요구를 했으나 국민의힘 예비경선이 이미 시작돼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것처럼, 양당의 합당은 실기(失期)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전준위가 출범하면 주호영 대행도 거취를 정리하고 당권 도전에 나설텐데, 합당에 적극적인 주 대행이 자리를 내려놓으면 합당은 추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대로 안 대표가 14일까지 합당에 열린 입장을 표명한다면 극적인 통합전당대회가 성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힘 책임당원은 현재 약 37만 명으로, 통상적인 전당대회 투표율 25% 내외를 고려하면 9만여 명이 투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당과 합당이 되면서 대부분 안철수 대표 지지자인 국민의당 당원들이 섞여들어오게 되면, 당권경쟁에 변수로 기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룰'이 불분명한 가운데, 유력 당권주자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물밑에서 합종연횡도 관측된다. 주호영 대행과 정진석 의원 사이에 당권경쟁을 놓고 담판을 지으려는 움직임이 보인다는 것이다.
주호영 대행과 정진석 의원은 5선으로 선수(選數)가 같으며, 원내대표를 지냈고 '통합파'에 해당하는 등 공통분모가 많다. 각자 당권에 도전하면 표가 갈리지만 단일화 하면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1인 2표제' 집단지도체제라면 각자 출마도 상정할 수 있지만, '1인 1표제' 단일지도체제가 유지된다고 전제하면 단일화 동기가 상당하다는 관측이다.
각각 원내대표와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이번 4·7 재보선 승리에 기여했던 주호영 대행과 정진석 의원은 재보선 당일에 회동해 차기 당권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한데 이어, 향후로도 물밑접촉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신문이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달 19~20일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호도를 설문한 결과, 부산 유권자만 대상으로 했는데도 주호영 대행 14.7%, 정진석 의원 7.2%로 지역연고도 없는 두 사람은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과시했다. 특히 주 대행은 부산 연고인 조경태 의원(11.6%), 서병수 의원(8.5%)보다도 지지율이 높았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데일리안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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