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파란 마음 하얀 마음

2021. 4. 1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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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과서에 실렸던 동요
'파란 마음~' 10년전 사라져
음악을 통한 교류 재개되길
허우성 경희대 명예교수

비폭력이 몸, 입, 의도(身口意) 모두에 드러나야 한다고 보았던 마하트마 간디는 음악교육에도 관심이 컸다. 그는 자신의 주간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프라나야마(수식관, 數息觀)가 호흡의 조절을 위해 필수적이듯이, 음악은 목소리 훈련에 필수적이다… 음악은 분노를 달래고, 음악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일은 사람을 신에 대한 비전으로 인도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된다… 우리의 삶 전체가 노래와 같이 감미롭고 음악적이어야 한다. 진실·정직 등의 덕의 실천 없이 인생이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자신 안에서 아직 집착과 증오를 제거하지 못한 자, 봉사의 기쁨을 맛보지 못한 자는 천상의 음악을 조금도 이해할 수 없다.”(『비폭력 저항과 사회변혁』, 나남)

신을 알게 하고 집착과 증오를 없애는 천상의 음악이 우리에게도 있을까? 동요 ‘파란 마음 하얀 마음’이 떠올랐다. 청정(淸淨)한 마음을 자연에 빗대 노래해서다. 시∼작♩♩.♪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여름엔 여름엔 파랄 거예요// 산도 들도 나무도 파란 잎으로/ 파랗게 파랗게 덮인 속에서/ 파아란 하늘 보고 자라니까요//

우리들 마음에 빛이 있다면/ 겨울엔 겨울엔 하얄 거예요// 산도 들도 지붕도 하얀 눈으로/ 하얗게 하얗게 덮인 속에서/ 깨끗한 마음으로 자라니까요//

작사자 어효선(1925∼2004)은 파란 하늘에서 맑은 마음을, 하얀 눈에서 깨끗한 마음을 보았다. 이는 필시 착한 마음일 거다.

중앙일보는 16년 전 “‘파란 마음 하얀 마음’ 일본 교과서에”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는데, 거기에 아래의 내용이 있다.

“일본 소학교(초등학교) 6학년 음악시간에 우리 동요 ‘파란 마음 하얀 마음’이 울려 퍼진다. 일본의 교과서 전문 출판사인 도쿄서적이 올해 처음 발행한 ‘새로운 음악(新しい音樂)’ 6학년 교과서 6쪽에 이 곡이 실린 것이다. ‘靑い心 白い心(파란 마음 하얀 마음)’이라는 일본어 번역 가사 아래 한글 가사를 일본어 발음으로 실어 한글 버전으로도 부른다… 일본 음악 교과서에 우리 동요가 ‘중심 교재곡’으로 채택된 것도, 광복 이후에 작곡된 우리 동요가 일본 교과서에 수록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파란 마음 하얀 마음’은 반드시 배워야 하는 정규곡이어서 수업시간은 물론 교내외 행사, 국제교류 행사 등에서 두루 불리게 된다. 도쿄서적의 음악교과서 담당자 스가와라 도시히코(菅原敏彦)는 ‘…일본과 한국의 어린이들이 이 동요를 함께 노래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한글 가사도 일본어 발음으로 실었다’고 밝혔다.”(2005년 3월 15일자, 이장직) 도쿄서적은 작곡자 한용희(1931∼2014)를 초청했고, 그는 2005년 “1월말 도쿄서적 본사를 방문했을 때 직원들이 로비에 나와 ‘파란 마음 하얀 마음’을 합창해 감격했다”고 한다.

한·일 관계가 험악해지면서 필자는 이 동요의 운명이 궁금해졌다. 평소에 알던 고베 대학의 교수가 시마네 대학의 후지이 고키(藤井浩基) 교수를 소개해주었고, 그와 몇 차례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이 분은 반갑게도 교육학부 음악과교육전공(音楽科教育専攻)이면서 동요를 통한 한·일 교류에 관심이 깊었고, 한국에도 몇 차례 와서 관련 주제로 발표도 했다.

후지이 교수에 따르면, 일본의 교육과정·학습지도요령이 2008년 3월에 개정되어 2011년 4월 이후 ‘파란 마음 하얀 마음’은 교과서에서 사라졌다. 2020년 4월부터 새로운 교과서가 사용되고 있다. 4학년 일부 음악 교과서에만 ‘고향의 봄’, ‘반달’이 들어있다. 과거에 비해 한국의 음악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가 금년 1월에 보낸 이메일의 끝부분은 대략 이랬다. “양국의 관계가 악화되어, 아이들의 교류 기회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요인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전에는 지자체간이나 민간의 교류가 활발하고, 거기에 따라 양국의 학교 간에 상호 교류가 있어서 한국으로 수학여행을 가는 일본 학생도 많았습니다. 교류 장면에는 반드시 노래가 있습니다. 교류를 앞두고 아이들이 한국 노래를 한국어로 부를 수 있도록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을 많이 보아 왔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그런 광경을 보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빨리 코로나가 사라지고 양국의 관계도 개선되어, 이전처럼 음악을 통한 아이들의 상호교류가 재개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한·일 정치인들이시여! 진정 어른이고 싶은가? 그렇다면 얄팍한 정치적 계산으로 반일감정이나 혐한의식을 선동하지 마시라. 우리의 소년소녀들은 땅에서 분열이 일어나면, 파아란 하늘을 보면서 하나 되는 마음을 낼 것이다. 아이들은 이렇게 어른의 아버지가 된다.

허우성 경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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