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억 달러 투자 들고 바이든 만난 'T·G·I'..삼성전자는?

최현주 2021. 4. 1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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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반도체 CEO 서밋' 화상회의
미국 칩 사용·생산업체 불러모아
'반도체 동맹' 구축해 중국 견제
삼성, 미국내 투자 압박 더 커져
미국 오스틴 삼성 반도체 공장. [사진 삼성전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세계 주요 반도체 관련 기업을 백악관의 화상회의로 불러 모았다. 국적과 관계없이 ‘반도체 가치 동맹(AVC)’을 만들어 중국을 견제하고 일자리 창출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백악관은 12일(현지시간) 삼성전자 등 19개 업체가 참여하는 ‘반도체 최고경영자(CEO) 서밋’을 화상회의 형태로 진행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주재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참석했다. 백악관은 이번 행사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일자리 계획과 반도체 공급망 확대를 포함한 경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반도체 CEO 서밋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업계 안팎에선 백악관이 겉으로는 ‘회의’ 형태로 포장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노림수를 담았다고 본다. 회의에 초청받은 업체는 반도체 생산 업체와 반도체가 필요한 미국 업체로 나뉜다. 미국의 글로벌파운드리·스카이워터테크놀로지·인텔·마이크론과 삼성전자·TSMC(대만)·NXP(네덜란드)는 반도체 생산 업체다. 여기에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 통신사인 AT&T, 자동차 엔진 업체 커민스, 자동차 부품사인 피스톤, PC업체 델과 휼렛팩커드(HP), 자동차 업체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의료기기 업체 PACCAR, 방위산업 회사인 노스럽 그러먼 등이 참여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공급자와 수요자를 한자리에 모아 동맹 관계를 맺어주고 미국 업체에 반도체 공급을 원활하게 해달라는 메시지를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반도체 CEO 서밋’ 참여한 기업의 미국내 투자액.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 대한 ‘선제공격’이란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를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전략 물자로 본다. 미국의 시각에 보면 중국의 위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주요국 중 유일하게 2%대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이미 미국 GDP의 70% 수준을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중국을 견제할 무기로 반도체를 꺼내 들었다는 시각이 있다. 미국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유치하고 미국 내 관련 산업을 집중시킨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하면 일자리 창출은 덤으로 따라온다.

서밋에 참여하는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이미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놨다. 인텔은 지난달 파운드리 사업에 다시 진출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인텔의 패트 겔싱어 CEO는 지난달 24일 “200억 달러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두 개를 지어 파운드리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미국·싱가포르·독일 공장의 생산량 확대를 위해 올해 14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미국 뉴욕주 몰타에 신규 공장 건설도 추진한다. 대만의 TSMC는 지난해 5월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를 투자해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TSMC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시 북부에 반도체 공장 부지를 매입했다.

백악관의 회의 초청에 ‘화답’해야 하는 삼성전자는 복잡한 계산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17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텍사스·뉴욕·애리조나 등 주정부와 인센티브 등을 놓고 협상 중인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주정부에 앞으로 20년 동안 8억8550만 달러의 재산세 감면 등 혜택을 달라고 제안했다고 업계에선 관측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으로선 (텍사스·뉴욕·애리조나 등) 지역 간 유치 경쟁을 유도해 협상력을 높이고 보다 좋은 조건을 얻으려는 속내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에는 ‘당근’을 예상하고 투자 발표 타이밍을 기다렸을 수도 있다. 이제는 오히려 압박이 커지는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중국의 눈치도 봐야 한다. 삼성전자의 전체 반도체 매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넘는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도 운영 중이다. 중국도 미국 수준의 증설이나 신규 투자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고 말했다. 류영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반도체가 곧 국가 경쟁력이 된 상황”이라며 “반도체 자립을 위한 국가별 경쟁이 심화하고 투자 확대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주·박형수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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