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스프리 종이병 사태.. 그린워싱, 나도 속고 있을까

김지애 2021. 4. 1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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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면에 '안녕, 나는 종이병이야(Hello, I am paper bottle)'라고 적힌 화장품은 종이병에 담겨 있을까, 플라스틱병에 담겨 있을까.

문제가 된 이니스프리의 '그린티 씨드 세럼 페이퍼 보틀 리미티드 에디션'의 그린워싱 논란은 최근 페이스북 '플라스틱 없이 잘 산다(플없잘)' 페이지를 통해 촉발됐는데, 소비자들이 동조하면서 불매 움직임까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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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 등서 불매운동 조짐
기업 친환경 노력 긍정 평가 의견도
소비자단체, 사기피해 방지 캠페인
페이스북 ‘플없잘’(플라스틱 없이도 잘 산다)에 게시된 사진. 이니스프리의 종이병 한정판 제품(왼쪽)의 종이 포장지를 벗기자 플라스틱 용기가 보인다. 페이스북 캡처


겉면에 ‘안녕, 나는 종이병이야(Hello, I am paper bottle)’라고 적힌 화장품은 종이병에 담겨 있을까, 플라스틱병에 담겨 있을까. 아모레퍼시픽 계열사 이니스프리의 스킨케어 제품 중 ‘페이퍼 보틀 리미티드 에디션(종이병 한정판)이 ‘그린워싱(Green washing·위장환경주의)’ 논란을 불러왔다. 기업들의 친환경 시도는 긍정적이지만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제조·판매 과정이 명확히 알려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그린워싱불매합니다’ ‘이니스프리불매’ ‘그린워시’ 등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문제가 된 이니스프리의 ‘그린티 씨드 세럼 페이퍼 보틀 리미티드 에디션’의 그린워싱 논란은 최근 페이스북 ‘플라스틱 없이 잘 산다(플없잘)’ 페이지를 통해 촉발됐는데, 소비자들이 동조하면서 불매 움직임까지 나타났다.

글쓴이는 “지난해 여름 이니스프리에서 샀던 ‘종이 보틀’ 세럼을 갈라봤더니 플라스틱 병이 들어 있었다”며 “패키지에는 떡하니 ‘나 종이 보틀이야’라고 쓰여 있는 데다 친환경패키지 신제품이라고 해서 선택했는데 이렇게 사기성 짙은 제품인 줄 알았다면 안 샀을 것”이라고 적었다.

화장품 겉면에 적힌 ‘종이병’이라는 문구는 ‘화장품이 종이병에 담겨있을 리 없다’는 상식보다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위원장은 “해당 제품은 겉에 있는 플라스틱 포장지를 종이로 바꿔 안쪽 플라스틱 병을 분리배출할 수 있도록 바꾼 제품이지만, 일반 소비자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니 당연히 종이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환경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린워싱 사례가 반복해 등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이 만든 ‘리필 스테이션’도 전용 플라스틱 용기만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파우치형 리필팩, 일회용 샘플 등 일회용 포장용기가 다수 비치돼 있어 친환경 취지를 살리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타벅스 등 카페업계도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고 있지만 여전히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는 경우도 그린워싱 사례로 볼 수 있다.

시민단체들도 소비자들이 그린워싱에 속는 것을 막기 위해 나섰다. 한국소비자원과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는 12일 그린워싱으로 인한 소비자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사기피해 방지의 달 국제 캠페인’을 3주 동안 실시한다고 밝혔다. 정부도 2015년 친환경위장제품을 관리·관리·감독하는 ‘친환경위장제품 관리 협의체’를 발족했다.

그린워싱은 경계해야 하지만 기업들의 친환경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다. 유 상임위원장은 “문제가 된 이니스프리 제품도 ‘노(no) 플라스틱’은 아니지만 적어도 ‘레스(less) 플라스틱’ 제품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소비자가 오해하지 않도록 명확하게 표기를 해주는 등 친환경 소비를 위해 기업과 소비자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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