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LH 기숙사? 10년간 LH직원 1900명 공공주택 계약
전문가 "친인척 합치면 더 늘 것"
지난 10년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900명이 LH의 공공 임대·분양주택을 계약했다는 지적이 국회에서 나왔다. 12일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실이 LH로부터 받은 전수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LH 직원 279명은 공공 임대주택, 1621명은 공공 분양주택을 계약했다.
공공임대 주택은 임대의무 기간(5~10년) 동안 입주자가 거주한 뒤 우선으로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주택이다. 공공 임대주택의 70%는 다자녀 가구나 노부모 부양자, 신혼부부,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 국가 유공자, 관계 기관 추천을 받은 사람 등에게 공급한다.
공공 분양주택은 무주택 서민 등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계층을 공급 대상으로 삼는다는 목표는 공공 임대주택과 동일하다. 하지만 분양받은 사람이 바로 소유권 이전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LH 직원들은 경기도 수원 광교지구의 공공 임대주택(93명)에 상대적으로 많이 몰렸다. 2012년에는 LH 직원 44명이 광교지구에서 공공 임대주택을 계약했다. 이들 중 33명은 수원 이의동에 있는 A27 블록이었다. 세종시에선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12명이 공공 임대주택을 계약했다. LH는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직원 199명이 전국의 공공 임대주택(10년 임대)에 입주한 상태라고 전했다.
공공 분양주택을 받은 LH 직원 중 503명은 2012∼2015년 경남 진주에 있는 경남혁신도시지구에서 계약했다. 진주에는 2015년 LH 본사가 이전했다. 전국의 혁신도시 관련 계약자는 모두 644명(39.7%)이었다. 세종시 공공 분양에는 2013∼2019년 158명이 몰렸다.
LH는 “공공 임대주택에 입주한 임직원들은 일반 계약자와 동일하게 적법한 입주 자격을 갖춰 정상적으로 입주했다. 공공 분양도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10년간 퇴직자 등을 고려해도 공공주택 계약자가 2000명 가까이 된다는 건 정상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LH 임직원은 9566명(무기계약직 포함)이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상식적으로 일반 시민이 공공주택에 들어갈 수 있는 확률에 비하면 턱없이 높다”며 “본인 명의인 경우만 따져도 1900명에 이르는데 친인척 명의까지 합치면 숫자는 더 늘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저렴한 임대료로 거주하고 주변 시세보다 싸게 분양받는 10년 공공 임대는 LH 직원들에게 알짜배기였을 것”이라며 “사실상 LH 기숙사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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