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나라가 사라질 판..산호 위 5만 도시 쌓은 몰디브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취약한 나라. 기후위기의 여파로 점점 사라지고 있는 섬나라 몰디브 얘기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몰디브의 위성 이미지를 9일(현지시각) 공개했다. 이미지를 보면 1997년에서 2020년 사이 몰디브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 지 확연히 나타난다.
특히, 수도인 말레 북동쪽에 1997년에는 없었던 거대한 섬이 생겨났다. 20년이 넘는 건설 프로젝트 끝에 만들어진 인공섬 훌후말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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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0억 투입해 인공섬 건설…5만 명 거주
'희망의 도시'로 불리는 훌후말레는 수도 말레의 인구를 분산시키는 동시에 해수면 상승에 대비하고자 탄생한 섬이다. 몰디브는 국제공항 주변의 산호 지대 위에 모래를 쌓아 해발 2m 높이의 인공섬을 만들기 시작했고, 그 위에 도시를 조성했다.
현재 이 섬은 4㎢ 이상으로 넓어져서 몰디브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 됐다. 여의도(2.9㎢)의 1.4배에 이르는 크기다.
1997년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후 5년에 걸쳐 1차 매립이 이뤄졌고, 2년 뒤 1000명의 주민이 처음으로 인공섬에 이주했다. 이어 2015년 추가 매립이 완료됐고, 현재는 섬 인구가 5만 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두 차례의 간척 사업과 도시 인프라 구축에만 2160억 원(1억 9200만 달러)이 투입됐다.
추가적인 도시 계획이 마무리되면 2020년대 중반까지 24만 명이 이 섬으로 이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몰디브 전체 인구(54만 명)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인공섬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건 훌후말레섬 뿐만이 아니다. 몰디브 정부는 수십 년에 거쳐 말레 주변의 산호 지대를 매립해 마을과 쓰레기 소각장 등을 위한 부지로 활용했다. 몰디브 정부는 이 밖에도 더 높은 지대에 있는 다른 국가들의 땅을 매입하려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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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저지대 섬엔 사람 살 수 없을 것”
이렇게 몰디브가 대대적인 인공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건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의 여파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1000개가 넘는 섬으로 이뤄진 몰디브는 산호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섬의 환경 때문에 세계적인 휴양지로 꼽히지만, 그만큼 해수면 상승에 취약하다. 몰디브는 전체 1190개 산호섬의 80% 이상이 해발 1m 이하에 자리 잡고 있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지형이 낮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전 세계의 해수면은 해마다 3~4㎜씩 상승하고 있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드’에 게재된 보고서에 따르면, 미 지질조사국 등 공동 연구팀은 해수면 상승으로 파도에 의한 홍수가 더 잦아지고 마실 수 있는 담수가 줄어들면서 2050년이 되면 저지대 섬들은 더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이더라도 2100년이 되면 해수면이 5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처럼 계속 증가할 경우 해수면 상승은 1m에 이를 수 있다. 사실상 몰디브의 섬들은 대부분 바다 밑으로 가라앉게 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2004년 쓰나미가 몰디브를 강타해 말레 시내의 3분의 2가 침수되고,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 몰디브 정부는 기후위기에 대한 섬의 복원력을 키우기 위해 인공섬 건설을 포함한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모하메드 와히드 하산 몰디브 부통령은 2010년 세계은행 보고서에서 “몰디브는 기후변화와 전쟁에서 최전선에 서 있다”며 “우리는 지구에서 가장 취약한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수도인 말레보다 두 배가량 높은 곳에 만들어진 훌후말레는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정착지이자 태풍·홍수 등의 재난을 피할 수 있는 피난처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훌후말레 개발을 주관하는 주택개발공사(HDC)의 아렌 아흐메드 사업개발부장은 BBC와 인터뷰에서 “2004년 쓰나미 이후 안전한 섬을 통한 회복력 강화 프로그램이 도입됐다”며 “훌후말레는 기후변화에 대한 세심한 고려를 통해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장민순 리서처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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