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생각을 늘 했다" '서복' 공유의 두려움

오수미 2021. 4. 1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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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영화 <서복> 언론 배급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

[오수미 기자]

 이용주 감독(왼쪽에서 세 번째)과 조우진, 장영남, 공유 배우가 12일 오후 열린 영화 <서복> 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CJ ENM, 티빙(TVING)
 
인간이 영원히 살 수 있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아무도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죽음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묵직한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서복> 언론 배급 시사회가 진행됐다. '코로나 19'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이용주 감독과 배우 공유, 조우진, 장영남이 참석했다. 

<서복>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 분)을 옮기라는 임무를 맡게 된 전직 정보국 요원 민기헌(공유 분)이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지난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멜로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이용주 감독이 9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용주 감독은 "다음 작품은 빨리 해야겠다고 매일 다짐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서복>이 특별히 오래 걸린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시나리오를 쓰는 데 오래 걸린 게 가장 컸다. 중국에서 영화를 찍을 뻔 했다가 무산되면서 시간을 소비했고. 다음 번에는 최대한 빨리 쓰겠다(웃음). 제 첫 번째 영화였던 <불신지옥>의 테마가 두려움이었다. 그 이야기를 더 확장해서 해보고 싶었다. 두려움이란 키워드로 이야기를 직조하다 보니 복제인간이라는 소재가 어울릴 것 같았다."
 
 공유 배우가 12일 오후 열린 영화 <서복> 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CJ ENM, 티빙(TVING)
 
극 중에서 민기헌은 뇌종양 교모세포종 때문에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인물이다. 죽음을 앞두고 생애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된 그는 죽지 않는 존재 서복을 만나 조금씩 변화하게 된다. 기헌으로 분한 공유는 "건강하지 않은 모습이면 좋겠다 싶어서 (촬영 전에) 얼굴 살도 많이 뺐다. 민기헌이 고통스러워하는 인물이라는 걸 각인시켜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유는 "오늘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는데, 민기헌의 첫 등장 신이 굉장히 많이 편집됐더라"고 작은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원래 변기를 잡고 구역질을 하는 게 첫 등장이고 또 첫 촬영 신이었다. 그 장면을 찍고 양쪽 목에 담이 왔었던 기억이 있다. 구역질을 리얼하게 하고 싶어서 연기했고 양쪽 목에 담이 와서 고생했는데 생각보다 그 장면이 많이 간소화 돼 있더라. 편집이 돼서 기분 나쁘다는 얘기는 전혀 아니다(웃음)."

이에 이용주 감독은 "제 잘못이다. 관계자들과 모니터링을 했는데 사람들이 아픈 게 아니라 전날 술을 많이 먹어서라고 오해를 하더라. 그래서 그 장면을 뺐다"고 해명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극비 프로젝트로 탄생한 복제인간 서복은 10년 전 줄기세포 복제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존재다. 이는 2005년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데, 영화에서도 사건이 언급된다. 이용주 감독은 "우리 모두에게 줄기세포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지 않나. 저도 그때(논문 조작에) 많이 놀랐다"면서도 "두려움과 욕망, 그 동전의 양면을 응축시킨 게 서복 캐릭터다. 영생에 대한 욕망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지점이지만 너무 잘 알면서도 생명연장을 원하지 않나. 죽음이 그 양면의 거울같다고 생각해서 서복 캐릭터를 그렇게(죽지 않는 존재)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영화 후반부에는 서복의 비상한 능력이 드러나면서, 그를 막으려는 국가 권력과 자본이 대립하는 대규모 액션 신이 등장하기도 한다. 할리우드의 히어로 영화, 블록버스터를 떠올리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용주 감독은 "할리우드, 마블유니버스 식의 이야기처럼 보일까봐 걱정했다. 하려고 했던 이야기는 그런 방향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쓰인 소재들이 그런 걸(히어로 영화) 연상시킬까봐 걱정을 좀 했다. 보통 이러한 이야기는 복제인간이 주인공이지 않나. (보통 다른 영화가) 복제인간이 스스로 고민하고 장애를 극복하고 엔딩으로 가는 이야기라면, <서복>은 서복을 바라보는 민기헌의 시선이 중요했다. 그게 제 관심사였고. '죽지 않는 걸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믿냐'는 대사도 나오지 않나. 죽음을 앞둔 민기헌이 헛된 희망을 품고, 그러다가 서복에게 구원 받는 과정이 중요했다. 복제인간보단 그 동행인의 시선이 일반 관객의 시선이길 바란다. (관객이) 어떻게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기획할 때는 그랬다."

한편 <서복>은 오는 15일 극장 개봉과 동시에 OTT 플랫폼 티빙에서도 공개된다. 지난해 12월 개봉을 준비 중이었지만 당시 코로나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개봉을 한 차례 연기했다. 그 이후 4개월여 만에 국내 최초로 '극장-OTT' 동시 공개를 선택한 것.
 
 이용주 감독이 12일 오후 열린 영화 <서복> 시사회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CJ ENM, 티빙(TVING)
 
이용주 감독은 "저뿐만 아니라 영화하시는 분들, 영화를 찍고 개봉을 기다리시는 분들, 극장 관계자분들 모두 다 힘든 시기다.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 막막한 상태였는데 그러다가 티빙의 (OTT 동시 개봉) 제안이 왔다"며 "어떻게 될지 굉장히 궁금하다. 티빙으로 가면서 극장에 사람들이 안 올까? 극장에도 가고 OTT로도 볼까. 향후 영화 제작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어서 궁금하고 기대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공유는 "사실 개봉을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늘 했다. 많이 늦어졌지만 어쨌든 극장에서 개봉할 수 있게 돼서 좋으면서도 얼떨떨한 기분"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어떤 방식이든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만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이 영화를 시나리오 받고 결정하고 찍는 내내 절대 쉽지 않은 이야기였다.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있었고. 관객들이 영화를 보실 텐데, 보는 관점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소 철학적이고 어떻게 보면 무거울 수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바람이 있다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잘 전달됐으면 한다. 장르가 어떻든, 플랫폼이 어떻든 저는 영화가 갖고 있는 본질만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노파심이기도 하지만."(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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