멱살잡힌 광복회장, 멱살잡은 후손.. 무슨 일 있었나

김종훈 2021. 4. 1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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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의정원 태극기 지라시 취급? 말도 안돼" vs. "한복 입고 쇼".. 광복회 '상벌위' 논의 중

[김종훈 기자]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102주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기념식에서 관계자들이 김원웅 광복회장(왼쪽 한복)의 멱살을 잡은 독립지사 유족인 김임용씨(오른쪽 선글라스)를 제지하고 있다. 김임용 씨는 임시정부 입법기관이었던 임시의정원 의장을 지낸 당헌 김붕준 선생의 손자다. 2021.4.11 [국회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임시의정원 태극기를 '지라시'로 취급했다는데, 생각해 봐라. 그렇게 (지라시처럼) 여겼다면 임시의정원 태극기를 광복회관 앞에 게양했겠나? 심지어 임시의정원 태극기는 광복회장 방에도 걸려있다. 자랑스러워 그런 거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2주년 기념식에서 독립운동가 김붕준 선생의 후손 김임용씨에게 멱살이 잡힌 김원웅 광복회 회장이 12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11일 오후 공개된 <조선일보>의 기사에서 언급된 김씨의 발언을 반박하며 한 말이다.

해당 기사에서 김씨는 김 회장을 향해 "그래도 독립운동가들이 만든 태극기를 사용하려면 후손에게 최소한의 이야기를 하고 동의를 구해야 도리 아니냐"면서 "김 회장은 그러한 절차를 전혀 밟지 않았다. (임시의정원 태극기를) 지라시처럼 취급하는 게 아니면 무엇이냐"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태극기는 1940년대를 전후해 당시 임시의정원 의장, 임시정부 국무위원을 지냈던 김붕준 지사가 아내 노영재 지사와 함께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태극기다. 2008년께 국가등록문화제에 등록됐다. 현재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소장 중이다. 이 태극기는 김씨가 보관해 오다 국가에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임시의정원 태극기는 이미 국가문화재로 등록된 공공재인데 이를 왜 개인에게 동의받아야 하냐. 오히려 임시의정원 태극기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바른 역사를 찾아가기 위해 임시의정원 태극기를 굉장히 소중히 여기고 있다"면서 "이를 '지라시처럼 취급한다'라고 말하는 건 광복회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불쾌해했다.

2019년 6월 취임한 김 회장은 지난해 4월부터 '독립운동 정신 되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대한민국임시의정원 태극기 복제본을 만들어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앞 게양대에 태극기와 광복회기 등과 함께 상시 게양해 오고 있다.

김 회장 멱살 잡은 독립운동가 후손 "하도 열 받아서 그랬다"
 
 광복회는 고 김상현 의원(아들 김영호 의원 대리수상)과 유인태 전 국회사무처장,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에게 최재형상을 수여했다.
ⓒ 광복회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2주년 기념식은 11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야외광장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 회장은 광복회 회장 자격으로 초청을 받아 황기철 보훈처장을 비롯해 임우철 애국지사 등 생존 독립운동가와 후손들 옆에 함께 앉았다. 하지만 황 보훈처장이 기념사를 발표한 후 기념공연 2막이 시작되기 직전 김임용씨가 무대 앞쪽으로 와 김원웅 회장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이 일로 기념사를 마치고 내려온 황 보훈처장이 직접 김씨를 떼어내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김붕준 지사의 손주인 김임용씨는 12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하도 열받아서 그랬다"면서 "한복 입고 나와서 쇼를 하는데 봐줄 수가 없더라. 한평생 광복회에 소속돼 살았지만 이렇게 광복회가 정치적으로 간 적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광복회 오리지널 원로들은 원래 전부 보수"라면서 "광복회 타이틀을 달고 추미애, 송영길 같은 인물들에게 자기가 제정한 광복회 상을 주고 하는 것은 크게 잘못됐다. 국민들이 광복회 회원들이 전부 동의한 줄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상을 주고 그런 일을 하고 싶다면 광복회 이름을 팔지 말고 (광복회 회장직을 놓고) 나가서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오마이뉴스>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광복회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102주년 기념식 자리에서 김원웅 회장의 멱살을 잡은 김임용씨에 대해 내부적으로 상벌위원회를 진행할지 여부에 대해 논의를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이 발생한 후 광복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이 사태를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라는 요구가 광복회에 계속 이어졌기 때문인데, 실제로 광복회 회원 200여 명이 모인 광복회 단체 채팅방에선 김씨의 행동을 규탄하는 공개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광복회 회원 최아무개씨는 단체 채팅방에서 "광복회장이 백주에 테러를 당했다"면서 "해방 이후 무정부 상태의 정국에서 일어난 백색테러리스트를 연상케 한다. 개인 가치관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회원들 역시 "작은 구멍 하나를 방치하면 둑이 무너진다", "생각이 다를 순 있지만 이건 아니지 않나. 국경일 행사장에서 무례하게 난동을 일삼아 돌출행동을 한 것은 광복회 회장을 떠나 광복회 전체 회원의 품위와 명예를 실추시킨 행위다.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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