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초·재선들이 외친 "쇄신" "조국사태"..공개 입장문서 빠졌다
더불어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이 잇따라 모임을 갖고 쇄신론 불지피기에 나섰다.
민주당 재선의원들은 12일 지난해 총선 이후 처음으로 모임을 갖고 당 쇄신 방안을 논의했다. 김철민 민주당 의원 등의 주도로 이날 오전 여의도 국회 인근 한 호텔에서 열린 이 모임은 재선의원 49명 가운데 30여명이 참석해 약 3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들은 회의를 마친 뒤 “다른 목소리를 듣는 것에 부족했고, 정치개혁 과정에서 민생에 소홀했으며 과오를 인정하는데 정정당당하지 못했다. 보수논객은 물론 2030 청년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을 마련하겠다”는 반성문을 써냈다.
다만 입장문에는 비공개 토론에서 오간 이견은 담기지 않았다. 모임에 참석한 한 재선의원은 “패배에서 자유롭지 못한 분들은 (당 대표,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다만 사람을 거론하는 문제라 찬반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지진 않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친문이 대놓고 언급되진 않았지만 ‘지금 거론되는 사람들이 혁신ㆍ쇄신과 거리 멀지 않느냐’ 이런 얘기가 오갔다”고 전했다.
비공개 토론에서는 강성 친문 권리당원을 두고도 “너무 휩쓸리면 안 된다” “공당에서 당원 말을 존중하지 않을 수 있느냐”는 말이 오갔다고 한다. 조국 사태와 관련해서도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국민들께서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았다. 내로남불 프레임이 씌워진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인적쇄신, 권리당원, 조국사태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토론이 적잖이 이뤄졌지만 공개 입장문에서는 대부분 빠진 셈이다.
같은날 열린 초선 모임에서도 책임론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민주당 초선의원 40여명은 지난 9일 첫 모임(81명 중 50여명)에 이어 이날 오전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두 번째로 모였다. 이들은 매주 한 차례 초선의원 총회를 열어 당의 혁신안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또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윤호중ㆍ박완주 의원과 당 쇄신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비공개 토론회를 14일 갖기로 했다. 한준호 의원은 모임 후 기자들과 만나 “패배요인보다는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논의를 주로 했다. 당의 방향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보다 무엇을 담을 것이냐에 대한 논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 등 2030 초선의원 5명이 ‘조국 사태’를 보궐선거 패인으로 지목했다가 강성 지지층의 집중 비판을 당한 데 대해서는 이렇다할 입장을 내지 않았다. “2030 의원들은 나름의 성찰을 통해 의견을 제시한 것이고 항의 문자·전화는 당원들의 의견이라고 느끼고 있다”(한준호 의원) “당원들도 의사를 갖고 있는데 그 부분에 당연히 말씀하실 수 있다. 갈등 요소를 자꾸 (부각)하면 문제가 있다”(장철민 의원)는 설명이 뒤따랐다. “‘조국 사태’와 관련해 국민들께서 사과를 요구하면 사과할 용의도 있다”고 했던 2030 초선 5명의 입장문에 비하면 한 발 뒤로 물러선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움직임은 분주하지만 쇄신의 내용이 정체되는 듯한 인상을 주자 민주당 내부에서는 우려도 나왔다. 특히 16일 치러지는 원내대표 선거 등 당내 선거를 향한 지적이 많았다.
당에 쓴소리를 자주 해온 조응천 의원은 이날 재선의원 모임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원내대표 후보들이 나왔는데 국민들이 보기에 ‘아’ 할만한 사람이 있겠나. 프레시(신선도)에선 함량 미달”이라며 “당내 경선에서 지금 그 나물에 그대로 가면 그냥 앉아서 죽는다. 혁신이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당 주류들이 다시 당의 얼굴이 됐을 때 쇄신으로 비춰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호남의 한 초선의원 역시 “인적 쇄신론이 원내대표, 당 대표 선거에서 변수로 작용할 소지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한영익·남수현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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