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을 사랑한 우체부 "산 중에 으뜸은 지리산"

주간함양 하회영 2021. 4. 1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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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권문현 함양우체국 우편집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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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함양 하회영]

 권문현 함양우체국 우편집배원
ⓒ 주간함양
평일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마을길을 달리지만 주말에는 지리산을 오르는 우편집배원. 갈 때마다 변화무쌍함을 선물하는 지리산의 사계를, 사진으로 영상으로 담는 우편집배원 권문현(57)씨의 일상을 찾아 가봤다.

우편집배원으로 일한 지 30년째 접어든 권문현씨의 오후는 다음날 배송할 우편물을 분류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이날은 도의원보궐선거를 앞두고 부재자투표함을 회수하러 다시 나가야 했다.

'예전에'라는 수식어를 써가며 추억을 회상할 때 '우체부'의 모습은 지금과 사뭇 다른 게 많다. 편지가 유일한 통신수단이던 시절에는 우편집배원의 방문을 많이도 기다렸다. 기쁜 소식, 기다리는 소식을 가방에 가득 싣고 오는 우편집배원은 반가운 손님이다.

30년간 엄청난 변화가 왔다는 이 일에 대해 권문현씨는 "지금은 서신보다 홍보물이나 고지서가 대부분이죠. 그래도 간간히 좋은 소식을 전하기도 합니다"라고 말한다.  공과금 납부를 부탁하면 처리해 주던 때도 있었던가 하면 지금은 모두 자동이체로 해결된다. 그래도 가끔 글을 모르는 어르신에게 우편 내용을 설명하고 업무 반경 내 가까운 논밭으로 직접 우편물을 배송하기도 한다.
 
 권문현 함양우체국 우편집배원
ⓒ 주간함양
권문현씨는 현재 경남 함양군 휴천·유림면을 담당하고 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하루 평균 90~100㎞를 달린다. 차량 배송이 안전할 수 있다지만 상하차 작업이 오래 걸려 배달시간이 오히려 길어져 우편배달부들은 선호하지 않는다. 오토바이를 타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도로 위를 달려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가족은 걱정을 안고 살 수밖에 없다. "사고는 예상치 못한 경우에 일어나는 것이라 주의를 해도 돌발상황이 생기죠. 시골길을 많이 달리다 보니 로드킬이 발생할 때 위험이 따릅니다."

주6일 근무, 과도한 업무량 때문에 이직률이 높은 직업으로 알려진 우편집배원. 권씨는 "최근에 주5일로 바뀌었어요. 육체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민원 처리할 때 더 힘들죠. 그래도 함양은 정말 인심이 좋아요. 구석구석 다녀 봐도 아직 시골 인심이 남아있죠"라고 했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권씨는 "그래도 이 일을 하기 참 잘했다"고 한다.

우편집배원 권문현씨는 산을 사랑하는 사진작가이기도 하다. 함양군사진작가협회 회원인 권씨는 지리산의 야생화, 운무, 계곡, 4계절의 지리산을 렌즈에 담는다. 산을 좋아하는 아내 덕분에 그도 산을 사랑하게 됐다. "많은 산을 다녔지만 산 중에 으뜸은 지리산이죠. 지리산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웅장하고 갈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 줍니다."

지리산 천왕봉 200회 등정의 주인공 김종남(함양군청)씨가 그의 아내다. 아내와 같은 취미를 가진 것이 참 좋다며 "7~8시간 걸리는 지리산등반 중에 아내와 이런저런 얘기하는 게 제일 좋아요" 이들 부부는 지리산국립공원 자원활동가로도 활동 중이다.

올림푸스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던 청소년 때부터 그는 무엇이든 찍는 걸 좋아했다. 30년 전에 이미 영상을 접했던 권씨는 사진보다 먼저 비디오카메라를 사용했다. 당시 월급보다 비싼 비디오카메라를 사서 큰 아이가 태어나던 때부터 기록했다.

"제 영상에는 모두 가족이 담겨있죠. 영상은 생동감과 소리를 담고 있어서 더욱 매력 있어요." 30년 전 함양의 곳곳을 영상으로 담아두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는 그. 평생동안 마음에 쏙 드는 지리산 사진을 아직 남기지 못했다는 권문현씨, 지리산의 모습이 기록된 사진을 천왕봉에서 전시하는 꿈을 꿔 본다.
 
 권문현 함양우체국 우편집배원
ⓒ 주간함양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이 일이 코로나 이후로 비대면으로 바뀌었다. "만나는 것이 불편하고 불안한 시대가 되었죠. 코로나가 빨리 종식되어 건강하게 대화하고 만남이 기뻤던 시절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코로나가 종식되고 지리산천왕봉에서 열리는 권문현씨의 사진전 초대장이 우편으로 배달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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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주간함양 (하회영)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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