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골프 '즐거운 비명'..코로나19 반사이익에 골프존 실적·주가 굿샷
코로나19 이후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스크린 골프업체 골프존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영업시간 제한에도 불구하고 신규 이용자 유입으로 1분기 호실적이 예상되면서 주가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골프존 주가는 4월 7일 기준 9만1400원. 2020년 6월 이후 올해 2월까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다 3월 이후 50% 가까이 크게 뛰었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인 2020년 초 주가가 6만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주가 상승세다.
▷골프 인기에 가맹점 창업 수요 급증
골프존은 밀폐된 스크린 골프장 특성상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지난해 대폭 개선된 실적을 내놨다. 매출액은 2985억원으로 전년 대비 20.9% 늘었고, 영업이익은 무려 59.7% 증가한 515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해외 골프여행이 막힌 골퍼들의 방문이 늘어난 데다, 골프가 안전한 스포츠로 각광받으면서 신규 이용객 유입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특히 스크린 골프는 불특정 다수와 접촉해야 하는 영화관이나 헬스장과 달리 소수의 지인들과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코로나19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었다.
리딩투자증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골프장과 스크린 골프장 방문객 수는 각각 20%, 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승택 리딩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20년 1월부터 50~300인 미만 중소 사업장에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근로 시간 감소는 곧 여가 시간 증가로 이어져 골프 인구와 1인당 연간 라운딩 횟수 또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GS(골프 시뮬레이터) 판매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가맹점 창업 수요도 늘고 있다.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은 경기 부진에 따른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스크린 골프는 수익성이 높아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수요가 증가하며 신규 출점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전국 골프존 점포 수는 2019년 1분기에 1000개가 채 되지 않았으나, 올해 1분기에는 1500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가맹 수요가 늘면서 2021년 1분기 신규 출점 수가 100개를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출점의 대형화다. 신규 분양 단지를 중심으로 건물주가 직접 골프존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점포당 스크린 운영 대수는 기존 7~8대에서 10대로 늘었다. 점포 대형화의 영향으로 지난해 골프존 프랜차이즈 점포당 평균 매출 역시 전년 대비 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영향이 가장 컸던 2020년 골프존은 이를 견고하게 방어했다. 특히 스크린 골프업계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상황에서도 업계 1위 사업자에 대한 소비자와 점주들의 선호도가 뚜렷해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GDR 직영점·해외 사업 기대감
올해도 골프존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다. 추가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요인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영업 제한 해제다. 골프존 스크린 골프가 가장 붐비는 시간은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인데, 현재 수도권 지역은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오후 10시까지만 영업이 가능한 상태다. 골프존파크의 경우 매장의 40%가량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영업시간 제한이 해제될 경우 추가적인 라운드 수 증가에 따른 매출 확대가 기대된다.
둘째, GDR 직영점의 영업적자 축소다. 골프존이 2018년 12월부터 시작한 실내 골프연습장 개념의 GDR 직영점은 2019년 출점 급증에 따른 영업손실에 이어 2020년은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GDR 직영점의 영업이 정상화되면서 올 연말, 늦어도 2022년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GDR 직영점이 흑자로 돌아서면 영업이익 측면에서 100억원 이상의 실적 개선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해외 사업 성장이다. 골프존은 지난 2월 중국 베이징에 골프존파크 1호점을 열었으며, 베트남에는 이미 12개 직영점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해외법인 매출액은 240억원, 영업이익은 11억원으로 아직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편이지만 향후 든든한 성장동력이 될 전망이다. 특히 골프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넷째, 골프 광고 플랫폼의 잠재력이다. 골프존은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스크린 골프대회 개최, 프로골퍼 후원, 경품 이벤트, 골프 시뮬레이터와 연동된 온라인 레슨 등 다양한 콘텐츠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며 광고대행 사업을 하고 있다. 경기 중 홀과 홀 사이에 동영상 광고를 노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으며, 경기 도중에도 풍선 맞추기 등의 이벤트성 콘텐츠를 통해 광고를 내보낼 수 있다. 골프존 광고 플랫폼은 전국의 골프존 가맹점에 광고 송출이 가능하고, 광고 건너뛰기가 불가능하며 한정된 공간에서 주목도가 높다는 것이 장점이다. 골프 인구 증가로 골프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별화된 광고 플랫폼 확보는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골프 시장 저변 확대 호재
▷인지도·기술력 탄탄 ‘1위 프리미엄’
불안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시장의 가장 큰 우려는 코로나19 유행이 완화되면 골퍼들이 필드로 나가 실적이 위축될 수 있지 않느냐는 점이다. 실제 골프존 분기별 실적을 살펴보면, 필드 라운딩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2, 3분기는 상대적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골프 시장의 저변이 크게 확대됐고, 야외 라운딩보다 문턱이 낮은 스크린 골프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고강도 거리두기 시행으로 영업이 제한됐던 지난해 4분기 골프존의 RS(Round Per System·시스템당 라운드 수)는 7.1회로 전년 대비 0.4회 늘었다.
경쟁업체 카카오의 가파른 성장세도 부담이다. 스크린 골프업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카카오VX는 최근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마음골프를 인수한 데 이어 티업비전2와 지스윙 등으로 분리 운영돼온 자사 스크린 골프 브랜드를 ‘프렌즈 스크린’으로 통합했다. 카카오 기술력과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최근 신규 유입되는 젊은 골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다만 처음 스크린 골프를 선보이며 쌓아온 인지도와 기술력, 업계 1위 프리미엄은 여전히 탄탄한 상황이다. 스크린 골프업계 경쟁 심화가 시장 전체 파이를 키워 1위 사업자인 골프존 입장에서는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윤혁진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정상적인 야외 레저 활동이 가능해지더라도 스크린 골프에 친근해진 골퍼들이 실적 안전판 역할을 해줄 것”이라며 “신규 가맹점과 라운드 수가 함께 증가하면서 매출이 선순환을 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4호 (2021.04.14~2021.04.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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