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과 2021년, 달라진 것 없는 '학폭노래' 시대 [헤드폰을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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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마르소의 머리 위로 헤드폰이 내려앉은 순간, 사랑은 시작됐습니다.
1996년, H.O.T.의 시대와 달라진 게 무엇인가 자문하게 된다.
학교폭력이 조금도 놀랍지 않은 이 시대에 일침을 가하는 노래가 있어줘서 고마워해야할지 마음 아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사랑노래로 넘쳐나는 2021년, 청소년이 적극적으로 향유하는 문화인 K-POP이 그들의 문제를 다뤄주는 건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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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마르소의 머리 위로 헤드폰이 내려앉은 순간, 사랑은 시작됐습니다. 소녀의 눈앞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지요. 아등바등 사느라 자주 놓치게 되는 당신의 낭만을 위하여, 잠시 헤드폰을 써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현실보단 노래 속의 꿈들이 진실일지도 모르니까요. Dreams are my reality. <기자말>
[손화신 기자]
▲ T1419의 타이틀곡 'EXIT(엑시트)' 무대 |
ⓒ 이정민 |
지난달 31일 발표된 보이그룹 T1419의 신곡 'EXIT'의 가사다. 가사는 학교폭력을 주제로 삼고 있다. 이는 시의 적절한 주제선정이라고 생각되는데, 최근에 연예인들 중 과거 학교폭력 가해자였던 이들이 공개되면서 큰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문득 H.O.T.의 '전사의 후예(폭력시대)'가 떠올랐다. 이 곡은 1996년 9월 7일에 발매한 정규 1집 앨범 < We Hate All Kinds Of Violence >의 타이틀곡이다. 이 곡을 만든 유영진은 어느 인터뷰에서,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곡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어느 날 신문 한 귀퉁이에 실린 일진들에게 가혹하게 맞아서 오른손을 못 쓰게 되어 바이올리니스트의 꿈을 잃게 된 소년이 이를 비관하여 자살했다는 기사를 읽었다고 밝혔다.
"아 니가 니가 니가 뭔데/ 도대체 나를 때려/ 왜 그래 니가 뭔데/ 힘이 없는 자의/ 목을 조르는 너를/ 나는 이제 벗어나고 싶어/ 싶어 싶어/ 그들은 날 짓밟았어/ 하나 남은 꿈도 빼앗아갔어"
▲ T1419의 타이틀곡 'EXIT(엑시트)' 무대 |
ⓒ 이정민 |
가해자뿐 아니라 가해 학생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는 학교와 사회도 문제다. 'EXIT' 가사 중 "Expression has no option/ 심판 따윈 할 수 없어/ 심판이 없는걸"이란 대목이 그걸 꼬집는다. 아래와 같은 '전사의 후예' 노랫말 일부도 방관하는 어른들을 꼬집고 있다.
"Say ya 아침까지/ 고개 들지 못했지/ 맞은 흔적들 들켜 버릴까봐/ 어제 학교에는 갔다왔냐/ 아무일도 없이 왔냐/ 어쩌면 나를 찾고 있을/ 검은 구름 앞에/ 낱낱이 일러 일러봤자/ 안 돼 안 되리 안 돼/ 아무것도 내겐 도움이 안 돼"
어른들에게 일러봤자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절규가 애처롭게 들리고, 또한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학교폭력은 단지 애들끼리 싸우며 자라는 그런 소소한 문제가 아니다. 이제 이 정도는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왜 학교폭력은 이런 지속적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사라지지 않는가. 무엇이 가장 문제인지 더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때다.
"팍팍해 모두 팍팍해/ 내 인생은 정말로 팍팍해/ 4 3 2 1 And 1 변해갔어/ 니 친구였던 나를/ 죄의식 없이 구타하고는 했어/ 난 너의 밥이 되고 말았지
난 말이요 널 말이요/ 잊어버릴 수 없으리요/ 왜 살리요/ 너 때문에 내 인생은 구겨져가/ 너를 두고두고 지켜보려 해"
대중가요는 시대를 반영하고, 여지없이 학교폭력이라는 문제를 반영하는 신곡은 2021년에 또 나왔다. 1996년, H.O.T.의 시대와 달라진 게 무엇인가 자문하게 된다. 언제쯤 "이런 노래가 다 있었네"하며 놀랄 수 있을까. 학교폭력이 조금도 놀랍지 않은 이 시대에 일침을 가하는 노래가 있어줘서 고마워해야할지 마음 아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EXIT'의 화자는 아래처럼 말한다. 행복을 원한다고, 그러니 도망쳐야 한다고.
"자 이제 주문을 걸어볼게/ Exit Exit Run/ 넌 무엇을 원해/ 난 행복을 원해/ 삼켜지기 전에/ 도망쳐야 해 Run away/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 또 입만 벌리면 돈이고/ 고액을 떠벌리면서/ 친구를 부르지 해가 진 거리로"
피해자가 도망치는 것 말고는 해결방법이 없다면 그것만큼 절망적인 게 또 있을까. 사랑노래로 넘쳐나는 2021년, 청소년이 적극적으로 향유하는 문화인 K-POP이 그들의 문제를 다뤄주는 건 반가운 일이다. 가출 청소년들을 집으로 인도한 서태지의 '컴백홈'처럼, 청소년 문제를 지적하는 대중가요가 조금이라도 인식개선에 도움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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