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웅의 인물열전] 호방한 자유인 허균 평전] 차별하면서 '인재없다' 개탄 - 유재론(遺才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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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지역이 좁으니 인재가 드물게 나서, 대개 예부터 걱정하였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변변찮은 나라로서, 두 오랑캐의 사이에 끼어 있으니, 모든 인재가 나의 쓰임으로 되지 않을까 염려해도 오히려 나라일이 이룩되기를 점칠 수 없다.
그 때에 만약 지금 우리나라와 같은 법을 썼더라면 범문정(范文正)이 정승으로 되어서 공업(功業)을 세울 수 없었을 것이고, 진관(陣瓘, 송나라 간관)과 반양귀(潘良貴, 송나라 간관)는 강직한 신하로 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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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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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념공원 안 전통 가옥 사랑채에 봉안된 허균 영정 |
ⓒ 나무위키 |
하늘이 재주를 태어 주는 것은 고른데, 세족과 과거로써 한정하니 항상 인재가 모자람을 병통으로 여기게 됨도 당연하다. 예부터 지금까지는 오랜 시일이고 세상이 넓기도 하나, 서얼이라 하여 그 어진 이를 버리고, 어미가 개가했다 하여 그 인재를 쓰지 않았다는 것은 듣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어머니가 천하거나 개가했으면 그 자손은 아울러 벼슬길에 충수되지 못한다. 변변찮은 나라로서, 두 오랑캐의 사이에 끼어 있으니, 모든 인재가 나의 쓰임으로 되지 않을까 염려해도 오히려 나라일이 이룩되기를 점칠 수 없다. 그런데 도리어 그 길을 막고는 이에 자탄하기를,
"인재가 없다, 인재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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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하에서 가장 두려워해야 할 존재는 백성이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허균의 '호민론'. <성소부부고> 권 11에 실려 있다.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 소장. |
ⓒ 연세대학교 |
이런 것은 이웃나라에게 알게 할 수 없는 것이다. 한 부인네가 원한을 품어도 하늘은 그를 위해 감상(感傷)하는데. 하물며 원망하는 남정과 홀어미가 나라 안에 반이 넘으니 화평한 기운을 이루기는 또한 어렵다. 옛날에는 어진 인재가 미천한 데에서 많이 나왔다.
그 때에 만약 지금 우리나라와 같은 법을 썼더라면 범문정(范文正)이 정승으로 되어서 공업(功業)을 세울 수 없었을 것이고, 진관(陣瓘, 송나라 간관)과 반양귀(潘良貴, 송나라 간관)는 강직한 신하로 되지 못했을 것이다. 사마(司馬, 제나라 사관)ㆍ양저(穰苴, 제나라 사관)와 위청(衛靑, 한나라 장수) 같은 장수도, 왕부(王府, 동한 선비) 같은 문장(文章)도 마침내 세상에 쓰이지 못했을 것이다.
하늘이 낳아 주는 것을 사람이 버리니 이것은 하늘을 거스르는 것이다. 하늘을 거스르면서, 하늘에 기도하여 명수(命數)를 영원하게 한 자는 없다. 나라를 경영하는 자가 하늘을 받들어서 행하면 큰 명수도 또한 맞이할 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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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호방한 자유인 허균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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