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LG, 바이든 개입 이면엔 '바이 아메리칸'..韓 영향은?
“미국 근로자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승리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713일을 끌어온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끝낸다고 발표한 1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같은 성명을 냈다. LG와 SK도 소송 종료 합의에 맞춰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미국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 및 친환경 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 밝히며 보조를 맞췄다.
한국에 본부를 둔 두 대기업의 합의에 미국 대통령이 나서 자국의 승리라고 평가하고, 이들 기업 역시 화답한 데는 이유가 있다. LG와 SK 간 배터리 분쟁의 시발점이 된 게 양사의 미국 내 배터리 공장이라서다. 한국 두 대기업의 극적 합의엔 바이든 대통령의 ‘보이는 손’이 작용했다.
바이든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친환경 정책의 핵심 중 하나가 대규모 전기차 보급이다. LG와 SK의 분쟁으로 미국 내 자동차 배터리 공급에 차질을 빚고, SK 조지아 공장 등을 통한 대규모 일자리 창출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배터리 분쟁이 SK 조지아 공장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까지 일었다. 한국 두 기업의 극적 합의를 두고 “미국의 승리”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배경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K-배터리’ 의존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이날 성명에서 “우리(미국)는 더 강력하고 다변화하고 탄력성 있는 미국 기반의 자동차 배터리 공급망이 필요하다”며 “양질의 일자리를 바로 여기 미국(at home)에서 창출하고, 미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하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바로 미국 중심으로 생산ㆍ매입망을 재편하는 바이든 정부의 핵심 정책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ㆍ미국 제품을 사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본인 표현 그대로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대”인 2조 달러(약 2252조원) 규모에 달하는 경기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인프라를 다시 갖추고 수백 만 명 일자리도 함께 창출하려는 전략이다. 미국 정부는 대규모 투자에 필요한 제품 조달이 중국 등 제조 경쟁국에 대한 이익으로 가지 않도록 ‘장벽’을 만드는 중이다.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 행정명령이 대표적이다.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뒷받침 하는 내용이다.
12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간한 ‘세계 경제 포커스’ 보고서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의 조달 정책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은근하지만 더 강력하다. 박혜리 KIEP 무역투자정책팀 전문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바이 아메리칸 관련) 정책은 이전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구체적ㆍ체계적으로 이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선 트럼프 정부 때 50%에서 55%로 올려놓은 자국산 물품 인정 기준을 더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최종 물품 가격을 기준으로 일정 부분(55% 이상, 철강은 95% 이상)까지 미국 내에서 생산해야 미국산으로 인정해준다는 의미다.
미국산 제품에 대한 가격 우대율도 트럼프 정부(12%)의 배가 넘는 20~3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또 단순히 미국에서 생산한 소재ㆍ부품이 일정 가격 비중을 차지하는 것만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에서 생산되고 일자리 창출에도 얼마나 기여했는지도 인증 항목에 포함한다. 미국에서 생산이 어려운 품목에 한해 적용되는 예외 규정도 엄격히 하기로 했다.
박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바이 아메리칸)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와 비교할 때 완곡한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단계적이고 점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표면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역대 관련 조치 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 연구원은 “한국 기업의 미국 연방조달시장 진출 장벽이 더욱 높아지고, 우회 진출도 더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국은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추진하면서 기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등과 충돌이 발생할 경우 재협상까지 고려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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