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1억' 향해 질주하는 비트코인..암호화폐, 불타오르네~
롤러코스터 장세에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다. 암호화폐 얘기다.
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은 4월 7일 한때 7950만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8000만원 선을 못 넘고 급락하더니 7000만원 선마저 무너졌다. 비트코인이 큰 폭으로 하락하며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들도 동반 급락세를 보였다. 한국에서 발행한, 이른바 ‘김치’ 코인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국내 암호화폐 시장이 전례 없는 과열 양상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한편, ‘비트코인 1억원 돌파설’ 등 낙관적인 전망도 잇따른다. 2018년 2월 당시 2800만원 고점을 찍고 300만원까지 폭락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특히 한국형 암호화폐가 실생활 접목 가능성을 명확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높인다.
테슬라, 페이팔, 마스터카드, 모건스탠리.
이들의 공통점이 뭘까.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점에서 같다. 한 가지 더. 비트코인 상승세를 이끈 주역들이라는 점이다.
테슬라는 보유 현금 중 10억달러를 투자해 비트코인을 매수했다. 이어 비트코인을 자사 전기차 결제 수단으로 허용하겠다고 밝혀 암호화폐 투자 열기에 불을 지폈다. 상상 속 화폐가 현실에서 사용될 수 있다는 ‘꿈꾸던 미래’를 그려준 셈이다.
세계 최고의 글로벌 핀테크 업체 페이팔은 지난 3월 30일 암호화폐를 결제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페이팔은 지난해 11월부터 미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암호화폐를 매매하거나 보유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해왔지만, 결제 수단 기능은 지원하지 않았다. 결제에 쓰겠다는 결정으로 페이팔 미국 이용자는 보유 암호화폐를 달러로 즉각 전환해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마스터카드는 지난해 11월 가상자산 플랫폼인 와이어렉스 계좌와 연동한 직불카드를 선보였다. 최근 자사 지급결제 네트워크에서 가상자산만으로 직접 거래가 가능하도록 인프라 개발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모건스탠리는 2분기 중 비트코인을 투자 상품으로 내놓는다. 금융권을 중심으로 암호화폐 활용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암호화폐 시총 애플 넘어
▷최근 석 달 새 두 배로 급등
글로벌 기업이 공식적으로 암호화폐 활용 방안을 공개하자 코인 시장이 한층 더 뜨거워졌다. 암호화폐 합산 시가총액은 2조달러(약 2240조원)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회사인 애플 시총(2조1100억달러)과 맞먹는 규모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7500만달러 규모였는데 석 달이 채 안 돼 두 배로 증가했다.
암호화폐 대표 주자 비트코인은 국내 거래소에서 한때 7950만원까지 뛰었다. 이후 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꿈의 가격이라는 ‘1억’ 돌파가 머지않았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정부 규제 등 부정적인 뉴스로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다가도, 좋은 소식이 다시 등장하며 낙폭을 만회하고도 훌쩍 뛰어버리는 양상이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해 2월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비트코인은 비효율적이고 매우 투기적인 자산”이라고 ‘한 방’ 때린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가 비트코인 선물 공급 계획을 밝히자마자 낙폭을 단숨에 만회하고 우상향곡선을 그렸다. 낙관적인 시각을 고집하기에는 2018년 기억이 쓰라릴 수 있다. 당시 2700만원을 찍고 급락하더니 300만원까지 급전직하했다. 이번 상승장도 한순간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긍정론이 우세한 듯 보인다. 앞서 봤듯, 글로벌 기업이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끌어냈다는 점부터 다르다. 2018년만 해도 비트코인은 가상세계에서만 의미 있는 존재였는데 이번 상승장에서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암호화폐의 ‘기축통화’ 역할을 톡톡히 한다는 점도 긍정론의 근거다. 이를 토대로 다양한 코인이 개발되며 암호화폐 시장이 안정화됐다는 분석이다. NFT(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한 토큰)가 좋은 예다. 이더리움 기반 NFT는 ‘희소성’을 확인시켜줄 획기적인 기술로 호평받으며, 블록체인 가치를 입증했다. 여기에 외화 거래가 자유롭지 않은 국가에서 암호화폐 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메디블록 등 토종 코인 맹활약
▷코인 열풍 편승한 스캠 주의보
이번 상승장에서는 ‘토종’ 코인의 활약이 돋보인다는 점도 주요 특징이다. 메디블록이 KB손해보험과 블록체인 기반 간편 보험청구 서비스를 연동했다는 소식을 밝히자 자사 코인 ‘메디블록’ 가격이 급등했다. 노래 영상을 올리면 토큰으로 보상하는 ‘썸씽’이나 설문조사 앱 ‘더폴’은 실생활에 ‘훅’ 들어온 블록체인 사례로 꼽힌다.
물론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다. 일단 한국거래소에서의 암호화폐 가격이 비싸다. 이른바 ‘김프(김치 프리미엄)’가 잔뜩 끼었다. 해외 거래소에서 구매한 뒤 국내 거래소로 보내면 적지 않은 수익을 낼 수 있을 정도다. ‘김프’ 거품이 급격히 빠지면 국내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주식 시장이 주춤한 틈에 코인으로 건너온 자금이 또 다른 투자처를 찾아 일시에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투자자를 현혹해 투자금을 유치하는 ‘스캠’도 주의해야 한다. 코인 열풍과 맞물려 정체 모를 코인이 등장하고 있어서다. 황승익 한국NFC 대표는 “스캠 다단계코인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명순영·박수호·나건웅·반진욱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4호 (2021.04.14~2021.04.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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