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는 38조..백악관 '반도체 서밋'이 삼성에 내밀 청구서는
삼성전자가 12일(현지시간, 한국시간 13일 오전 1시) 미국 백악관이 주최하는 ‘반도체 CEO 서밋(CEO Summit on Semiconductor)’ 화상회의에 참석한다. “미국에 반도체 투자를 늘려달라”는 압박성 요청이 나올 가능성이 큰 가운데 삼성이 어떤 카드를 들고나올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후까지 누가 회의에 참석할지 밝히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최시영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의 참석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회의는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FC) 위원장이 주재하고, 지나 러만 상무장관도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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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요업체 12곳, 생산업체 7곳 초청
앞서 백악관은 지난 9일 19개 초청 기업 명단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11곳이 반도체가 꼭 필요한 미국 업체다.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통신사인 AT&T, 자동차 메이커인 포드와 GM, 컴퓨터업체 델과 휴렛팩커드(HP) 등이다. 반도체 수요 업체 중 외국 회사는 딱 한 곳으로,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스텔란티스(피아트크라이슬러와 푸조시트로엥의 합작 자동차업체)다.
나머지 7곳은 반도체 업체다. 이 중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회사인 글로벌 파운드리(GF)와 스카이워터테크놀로지, 종합반도체기업인 인텔, 메모리반도체회사 마이크론 등 4곳은 미국 회사고, 삼성전자(한국)·TSMC(대만)·NXP(네덜란드) 등 3곳이 해외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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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업체 고충 듣고, 삼성 등 압박할 것”
전문가들은 이번 서밋에서 백악관이 반도체 대란으로 인한 자동차·PC·통신 업계의 고충을 듣고, 반도체 생산업체를 압박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특히 삼성전자·TSMC·NXP 등 해외 기업에 “미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지어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요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서밋에 참석하는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이미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은 지난달 파운드리 재진출 계획을 발표했다. 팻 갤싱어 CEO는 지난달 24일 “200억 달러(약 22조5000억원)를 들여 미국 애리조나주에 2개의 반도체 공장을 지어 파운드리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세계 3위 파운드리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는 미국과 싱가포르, 독일 등 3개 공장의 생산량 확대를 위해 올해 14억 달러(약 1조58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수요가 계속 늘어나면 뉴욕주 몰타에 신규 공장 건설도 추진한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는 지난해 5월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약 13조5000억원)를 투자해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이를 위해 애리조나주 피닉스시 북부에 반도체 공장 부지를 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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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삼성에 20조 넘어선 투자 요청할 것”
삼성전자 역시 미국에 17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투자 지역과 시기 등을 공식화한 인텔·TSMC와 달리, 텍사스·뉴욕·애리조나의 주(州) 정부와 전력·수도 리스크 등을 감안한 새로운 인센티브 규모 등을 놓고 여전히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청한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이 같은 시가에 미국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면 삼성전자가 주 당국과 제대로 협상을 하지 못하고, 서둘러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하는 난감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백악관이 삼성전자에 신속한 투자 결정을 요구하는 것을 넘어 투자 규모 증액, 미국 기업에 반도체 우선 공급안 등을 요청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고위 경영진은 긴급회의를 계속하며 미국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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