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로 먼저 빌딩 올려보면 실제 건설현장 사고 줄어든다

구현화 2021. 4. 12.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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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네오텍 도입 BIM 주목
GS네오텍이 구축한 BIM(왼쪽)과 완성된 배관.


“2012년도부터 BIM을 도입했는데, 처음에는 현장문화와 달라 시행착오도 겪었죠. 하지만 GS네오텍은 BIM이 미래의 대세가 될 것으로 보고 설비회사 중 최초로 BIM을 도입했습니다.”

이용희(사진) GS네오텍 상무는 그동안의 어려움부터 털어놨다. 건설정보모델링(BIM,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이란 쉽게 말하면 건물을 짓기 전 컴퓨터상에 건물을 짓는 것이다. 외형뿐 아니라 자재와 하중, 길이 등의 정보도 담는다. 정부가 지난해 말 BIM 기본지침과 BIM 활성화 로드맵을 제시한 가운데 설비회사 GS네오텍은 BIM의 선두 주자라고 할 수 있다.


GS네오텍의 스마트빌딩 및 BIM사업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용희 스마트빌딩사업부장과 오종열 스마트영업기술GR BIM팀장, 조기연 스마트빌딩사업지원팀장을 만났다. GS네오텍은 2018년부터 BIM을 포함한 스마트빌딩 전담팀을 구성하고 BIM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용희 상무는 “최근 건설회사들이 BIM을 도입하고는 있지만 그 뒷단에는 여전히 BIM 구축이 더디다”라며 “설비회사인 GS네오텍이 BIM을 도입하면서 전공정 BIM이 훨씬 가까워졌다”고 소개했다.

이 상무에 따르면 빌딩을 지을 때 건축(골조)는 물론 설비와 전기, 인테리어 순으로 이뤄지는 공정을 감안하면 골조를 쌓는 건설회사만 BIM을 구축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전 공정의 스마트화가 BIM으로부터 이뤄지는 셈이다. 특히 최근 2월부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건설현장에서 위험한 작업을 줄이고 안전성을 높이려는 조치로 BIM이 주목받고 있다. BIM을 통해 지으면 시공 전에 모델링을 구축해 사전 모듈작업이 가능해진다. 미리 지상에서 만들고 한꺼번에 위로 올려 연결하면 위험한 작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GS네오텍은 캄보디아의 홍콩랜드마크 빌딩 기계실 구축 등 BIM을 도입한 국내외 8개 사업에서 이 같은 모듈 조립과 사전 간섭 방지를 통해 원가절감, 시간단축, 안전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이 상무는 “외부에서 모듈을 미리 제작하기 때문에 안전성을 높이고, 사고 가능성을 줄이며 작업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BIM 도입이 순탄했던 건 아니었다. 예전에는 시공 자체가 2D 도면에 기초해 전문 설비 기술자의 감과 노하우에 의존해 이뤄졌다. 그러다 보니 시공 오차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BIM으로 바꾸었지만, 처음에는 불만도 많았고 새로운 공정을 이해시키는 데 시간이 걸렸다. 이 상무는 “예전에는 현장 설계사의 시공 조직 실력에 시공이 좌지우지됐다면 BIM 공법을 도입함으로써 전문 인력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시공할 수 있다”며 “이제는 시공기술자들이 나이가 들어 현장에서 은퇴하고 신규인력을 수급하기 어려워 이를 기술로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BIM 도입 초기에는 BIM을 만들어 놓았더라도 현장 설계가 변하면서 실제로 맞지 않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는 시행착오를 거쳐 정확한 좌표를 찍어주는 3D스캐너 장비와 MEP레이아웃 등 장비를 추가해 현장에 맞도록 보완했다. 특히 배관과 배관이 만나 간섭되는 구간이나 배관 자체가 복잡한 곳의 경우 더욱 정확한 시공이 가능하다. 현장에서 이뤄지는 결정이나 상황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BIM팀 직원이 현장에 상주해 협의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작업자들의 이해를 위해 2D 도면도 만들고 있다. GS네오텍은 이 BIM으로 3D 도면을 만든 뒤에 2D 도면으로 출력해 내 작업자들의 편의를 도왔다. 최근 서울의 앰배서더호텔 리모델링 사업에서도 GS네오텍은 먼저 BIM작업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층의 구조도면을 만들어 작업자들에게 배포했다. 이 상무는 “앰배서더호텔과 같이 오래 전에 지어진 빌딩들은 이미 도면이 없거나, 증축 등으로 이전과 도면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경우 BIM을 통해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다”라고 BIM의 장점을 꼽았다.

이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BIM 기술이 없는 건설회사들은 GS네오텍에 설계 검토를 맡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BIM기술력을 활용해 시공과 설비까지 미리 내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건설업계의 스마트화 촉진을 위해 BIM 기본지침과 활성화 로드맵을 내놓으며 현장의 변화를 독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건축기계설비법을 통해 기계설비산업 정보체계 구축 운영 촉진도 가능해졌다.

한편 아직 외국에 비해 국내 건설현장은 BIM 정착까지 갈 길도 멀다.

이 상무는 “외국에서는 설계부터 시공 기간을 길게 잡고 그 기한에 맞게 작업을 착수해 BIM대로 만들어지지만, 한국에서는 공기 단축이 중요해 일단 골조부터 올리고 나머지는 현장에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 변수가 많이 생긴다”며 아쉬움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이 상무는 “BIM은 스마트 건설의 바탕이자 건설업에서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의 초석이다. 시공품질과 효율, 안전성 면에서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이 있어 앞으로도 BIM 도입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현화 쿠키뉴스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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