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썩이는 재건축 대장 잠실5·여의도·은마..오세훈 당선 뒤 서울 부동산 후끈

강승태 2021. 4. 1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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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57.5%를 득표하며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39.2%)를 18.3%포인트 격차로 승리했다.

강북은 민주당 지지, 강남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다는 통상적 관념도 사라졌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모두 오세훈 후보가 승리하면서 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번 선거는 부동산에서 시작해 부동산으로 끝난, 사실상 ‘부동산 선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부동산이 모든 이슈를 삼킨 표면적인 배경에는 ‘평생을 노력해도 내 집 장만을 못한다’는 무주택자 절망감과 유주택자 부동산 세금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갤럽이 선거 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차기 서울시장이 해결해야 할 현안 1순위 역시 ‘부동산 안정’을 꼽는 시민이 많았다.

현재 서울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른 상태다. 대출 규제는 대폭 강화됐으며 임대차법 시행으로 전세 가격마저 크게 올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규제 완화를 통한 ‘스피드 주택 공급’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오 시장 당선 후 서울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바뀔까.

제38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4월 8일 오전 서울특별시청으로 출근하며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시장 공약은?

▷핵심은 스피드 주택 공급

‘스피드’.

오세훈 시장 부동산 공약 핵심 키워드다.

오 시장은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시장으로 재직한 바 있다. 당시 오 시장은 한강을 중심으로 서울 도시 공간 구조를 바꾸는 ‘한강 르네상스’ 정책을 추진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여의도 국제금융지구, 상암 DMC 랜드마크 등 대규모 개발을 통해 한강 일대 스카이라인을 바꾸는 사업이 포함됐다.

다만 재임 기간 동안 모습을 드러낸 것은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IFC)뿐이다.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취임하면서 나머지 사업은 진척이 거의 없거나 구역 해제됐다.

10년 만에 서울시장으로 돌아온 오 시장 공약은 옛 한강 르네상스 정책 방향과 거의 일치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동산 규제 완화와 지속적인 도심 개발이 오 시장 핵심 공약이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그는 ‘5대 공약’을 중점적으로 강조했다. 5대 공약은 스피드 주택 공급, 스피드 교통, 균형발전 서울, 1인 가구 안심특별대책본부 설치, 청춘이 밥 먹여준다 등으로 요약된다.

부동산 시장과 직접적으로 관계있는 공약은 스피드 주택 공급이다.

“강남에 집 한 채 있는 사람이 나라의 죄인이냐. 취임하면 일주일 안에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

오 시장이 선거운동 기간 내내 강조했던 사안이다.

‘스피드 주택 공급’을 위한 핵심 조치는 ‘규제 완화’다. 오 시장은 1년 내 서울시 도시계획 규제를 모두 없애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선 서울시 용적률 규제 완화다. 현재 서울시는 2종 일반주거지역의 경우 최대 200% 용적률을 적용한다. 국토계획법상 상한 용적률(250%)보다 50%포인트 낮다. 용적률 규제를 풀어 보다 원활한 정비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35층 층수 규제도 풀겠다는 전망이다. 층수 규제는 서울시 조례에 명시된 규제다. 서울시 내부에만 존재하는 방침 성격이 강하다. 35층 규제가 완화되면 압구정, 잠실, 성수 등 서울 한강변 주요 지역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숨통을 틜 가능성이 높다.

오 시장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조직 개편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약집에는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지만 특별위원회 설치 등을 예상해볼 수 있다. 또 준공업지역 축소·규제 완화, 비강남권 상업지역 확대 등을 통해 개발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스피드 주택 공급을 위한 두 번째 방법은 ‘재개발·재건축’ 정상화다. 오 시장은 이를 통해 18만5000가구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정비 사업 구역 지정 기준을 완화한다는 입장. 매년 2만가구씩 추가로 구역을 지정하면 5년 동안 10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서울시에서 재개발은 2015년, 재건축은 2018년부터 신규 구역 지정이 중단됐다.

주거정비지수제 폐지는 오 시장 핵심 공약 중 하나다. 정비지수제란 주거정비지수를 항목별로 종합적으로 평가해 기준 이하가 되는 곳은 구역으로 지정하지 않는 제도다. 2015년부터 도입됐는데 까다로운 요건으로 인해 서울시에서는 사실상 재개발 구역 신규 지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오 당선인은 정비지수제를 폐지해 노후 주거지 신규 구역 지정을 활성화하면 연간 7000가구씩 5년간 3만5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또 용적률과 층수 규제 완화를 통해 일반분양 물량 확보를 매년 1만가구씩 5년간 5만가구를 확보하면 총 18만5000가구를 추가 공급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세 번째는 소형 재건축 사업 ‘모아주택’ 도입이다. 도심형 타운하우스인 모아주택을 통해 3만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계획. 소규모 필지 소유자끼리 공동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일정 규모 이상(500~3000㎡)이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형태로 지원한다.

마지막으로 장기전세주택(주변 시세 80% 이하로 무주택자가 최장 20년까지 살 수 있는 주택)인 ‘상생주택’ 7만가구 공급이다. 준공업지역, 자연녹지 지역, 역세권 등 서울 시내에 있는 민간 소유 토지를 임차해 토지 임대료를 지불하고 SH공사 등이 지어 공급하는 민간토지 임차형 공공주택이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18만5000가구), 모아주택(3만가구), 상생주택(7만가구)에 기존 서울시 공급 예정인 7만5000가구를 포함해 5년간 약 36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일대는 오세훈 시장 당선으로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매경DB>

▶다른 공약은 무엇?

▷스피드 교통·균형발전

주택 공급만이 부동산 공약과 관련된 것은 아니다. 오 시장 5대 공약 중 ‘스피드 교통’과 ‘균형개발’ 역시 부동산 시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스피드 교통 공약의 핵심은 주요 도로나 다리 공사 작업을 최대한 서두르겠다는 내용이다. 우선 현재 11년 4개월째 진행 중인 월드컵대교 공사, 13년째 공사 중인 동부간선도로 확장 공사를 신속히 마무리하겠다 약속했다. 또 교통 소외 지역 경전철 사업을 빠른 시일 내에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면목선, 난곡선, 목동선, 우이신설연장선 등 4개 노선을 5년 내 착공하겠다고도 했다.

서울 균형발전을 위한 비전도 제시했다. 동북권에는 창동차량기지 개발, 서남권에는 구로차량기지 이전, 서북권에는 서울혁신파크 재조성 등 권역별로 핵심 시설을 유치해 지역균형발전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이다. 특히 비강남권 지하철·국철 구간 일부를 지하화해 지역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주목할 곳은 동북권이다. 서울 도봉구 창동에 있는 차량기지에 돔구장을 조성하고, 그 밑에 대형 쇼핑 공간과 바이오메디컬 단지를 짓는다는 계획. 이 일대를 광화문·강남·여의도에 이은 ‘제4도심’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공약집에 명시되지 않은 공약도 눈에 띈다. 오 시장은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공시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소득 없는 1주택자는 재산세를 전면 감면하는 등 세부담 완화도 관심을 끄는 공약이다.

▶吳 당선 후 부동산 시장은

▷전통 부촌, 재건축 추진 기대감

“잠실주공5단지는 정비 사업 계획안이 수권소위원회에서 발목 잡힌 지 3년이 지났다. 오세훈 시장이 일주일 만에 규제를 풀겠다고 약속했으니 조합원 기대가 크다.” (서울 잠실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

오세훈 시장이 당선되면서 특히 기대를 걸고 있는 지역은 대규모 재건축 단지가 밀집된 지역이다. 대표적으로 양천구 목동, 영등포구 여의도, 노원구 상계동, 강남구 압구정동과 대치동 등이다.

오 시장은 TV 토론에서 “노원구 상계동, 양천구 목동이 안전진단을 지연시켜 재건축이 늦어지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과 영등포구 여의도동은 재정비 결정고시를 지연시키는 중”이라며 “마음만 먹으면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서 (규제를) 풀어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계류된 재건축 단지는 총 2만4800가구. 대치동 은마, 미도, 우성4차, 잠실주공5단지, 자양한양, 방배15구역, 여의도 시범과 공작, 신반포7차, 사당5구역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지역은 오 시장 당선을 무척 반기는 분위기다. 압구정동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압구정동 일대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조합 설립 움직임이 나타났다”며 “조합 설립 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가 이어지면서 사업 추진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 실거래 가격을 보면 이 같은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7차’ 전용 245㎡(공급 80평)는 선거 직전인 지난 4월 5일 80억원에 거래됐다. 직전 최고가인 67억원보다 13억원이 껑충 뛴 금액이다. 3.3㎡로 환산하면 정확히 ‘평당 1억원’이다. 압구정 일대 재건축 단지를 통틀어 가장 비싸게 팔렸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6.8㎡(전용면적) 역시 지난 3월 신고가인 22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압구정과 함께 원조 부촌으로 불리는 여의도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한때 ‘뉴 여의도 프로젝트’ 공개로 활활 타올랐지만 집값 상승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개발 계획이 보류되면서 이후 지지부진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오 시장이 당선되면서 여의도는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졌다. 현재 여의도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는 시범 외에도 공작, 광장, 대교, 목화, 미성, 삼부 등 16개. 당장 거래는 많지 않지만 시장에 나온 매물은 모두 자취를 감췄다.

여의도 C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선거 후 매수 문의가 늘고 있지만 매도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모두 ‘지금은 팔 때가 아니다’라며 매물을 다 거뒀다”며 “서울시장 교체에 따른 재건축 사업 기대감이 커졌다”고 말한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선거 후에도 재건축 추진 단지 위주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재건축 단지 가격 상승세는 시장 분위기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단지는 조합 설립 열풍과 함께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매경DB>

▶규제 완화 실현 가능성은

▷서울시장 권한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오세훈 시장 당선으로 서울 부동산 시장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한껏 들뜬 모습이다.

과연 오 시장 공약 실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먼저 35층 규제는 무난하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 현재 서울시 높이관리 기준·경관관리 방안에 따르면 서울 내 공급하는 아파트(주상복합 제외)는 용도지역·입지 등을 고려해도 최고층이 35층으로 제한된다.

국토계획법에서는 5년마다 서울플랜(도시기본계획) 타당성 여부를 따지도록 규정한다. 당초 지난해 새롭게 ‘2040 서울플랜’을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시장 부재로 플랜 수립을 연기했다. 최상위 공간 계획인 서울플랜이 바뀌면 하위 계획인 용도 지역·지구단위계획·정비 사업 등 구체적 사안 재조정도 불가피하다.

서울플랜은 서울시 도계위 결정 사항으로 시장이 위원 임명권을 쥐고 있다. 도계위 위원은 행정2부시장 등 공무원을 포함해 도시계획·건축·경관 등 각계 전문가와 시의원으로 이뤄진다. 즉, 오 시장 권한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한 사안이다.

용적률 완화·2종 일반주거지역 7층 제한 등 시 조례로 규정하는 도시계획 사항 개정은 난관이 예상된다. 서울시의회를 여당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회는 더불어민주당이 101석을 갖고 있어 정원(109석) 중 절대 다수(92%)를 차지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역시 당장 추진하기는 쉽지 않은 과제다. 우선 안전진단 규제 완화. 정비 업계에 따르면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가 강화된 지난해 6·17 대책 이후 서울 시내에서 2차 안전진단 적정성 검토를 최종 통과한 아파트는 도봉구 삼환도봉(660가구) 1곳이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사업 추진을 위한 첫 관문이다. 이 과정을 넘어야 정비 구역 지정, 조합 설립, 시공사 선정 등 후속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서울시는 안전진단 기관 선정, 관리 등에 참여하지만 인·허가권을 행사해서 사업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단계는 사실상 안전진단 이후부터다.

정부는 지난 몇 년간 안전진단 통과 기준을 강화했다. 특히 2차 안전진단 적정성 검토에 정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국토안전관리원이 참여한 현장검증을 의무화했다. 최근 탈락 통보를 받은 목동11단지와 지난해 9월 탈락한 목동9단지 등도 모두 이 단계에서 고배를 마셨다. 사실상 정부가 안전진단 통과 여부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오 시장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규제 역시 마찬가지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서울시장이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층수나 용적률 규제를 풀더라도 분상제, 재초환 등 변화가 없을 경우 공약대로 정비 사업을 통한 대대적 공급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또 다른 공약 중 하나인 공시 가격 유지 역시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가 직접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이다. 공동주택 공시 가격은 국토부 산하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이 자체 전수조사를 통해 산정한다. 정부 공시 가격 현실화 기조가 명확한 만큼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이의제기 외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크게 없다. 재산세 감면도 중앙정부·국회 협조 없이는 실천이 힘든 공약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 시장이 ‘속도전’을 강조했지만 시의회·중앙정부와 마찰, 주민 갈등 등을 고려하면 공약 이행이 마냥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며 “당장 1년 남짓 임기 동안 할 수 있는 정책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4호 (2021.04.14~2021.04.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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