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다 망해"-"나도 삽시다" 오세훈 '서울 방역' 찬반 교차

문수정,김지애 2021. 4. 1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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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업종·업태에 따라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달리하는 ‘서울형 거리두기’를 들고나오면서 소상공인들이 술렁이고 있다. 업종별 영업시간 제한조치 차등 적용 방안도 등장했다. 오 시장이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중앙정부와 협의하겠다”며 한발 물러섰으나 현장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대해 소상공인들의 피로감과 반발을 확인할 수 있었다.

12일 서울 송파구에서 호프집 운영하는 장모(43)씨는 업종별로 영업시간을 달리하는 방안에 대해 오히려 불만을 털어놨다. 유흥주점 단란주점 등은 자정까지 영업할 수 있도록 풀어준다고 해도 장씨는 적용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녁 장사를 준비하던 장씨는 “날씨도 이렇고 오늘은 일찍 문 닫아야 할 것 같다”며 “구분 없이 영업시간 제한을 풀어주는 것 아니면 일반음식점 허가를 받은 우리 같은 호프집은 혜택은 전혀 못 받고 괜히 욕만 먹을 것 같아서 하나도 안 반갑다”고 했다.

장씨는 “영업제한이고 뭐고 다 풀어주고 알아서 방역하라고 해주면 지금처럼 불만이 들끓진 않을 것”이라며 “이 동네 장사하는 분들이랑 매번 하는 얘기다. 이제 너무 지쳤다”고 했다.

오 시장이 지난 주말 예고한 ‘서울형 거리두기’ 방침에는 유흥주점·단란주점·감성주점·헌팅포차는 오후 5~12시, 홀덤펍·주점은 오후 4~11시까지 영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었다.

일부 소상공인들 또한 업종별로 영업제한을 차등 적용해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꾸준히 주장해 왔다. 한창 영업을 해야 할 시간에 강제로 문을 닫거나 아예 영업제한조치를 겪었던 이들의 피로감이 누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영업시간을 1~2시간 만이라도 늘린다면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보였다. 서울 관악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정모(32)씨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매일 1시간씩 1개월이 쌓이면 30시간이 된다”며 “한 달에 30시간 더 운영하면 그 매출로 한 달 치 월세는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오후 8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단란주점은 영업 중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한산했다. 매장 청소를 하던 김모(40·여)씨는 “우리는 보통 9시부터 손님이 들어오는데 10시까지밖에 문을 못 여니 손님을 거의 못 받고 있다”며 “한 시간이라도 더 늘리면 그래도 한두 팀은 더 받을 수 있으니 훨씬 낫다”고 말했다.

김 씨는 “작년 3월 이후 매출이 80%는 깎였고 월세 겨우 내면서 버티고 있다”며 “한 시간 더 영업한다고 코로나 상황이 더 나빠지겠느냐”고 했다.

반면 4차 대유행이 예고된 시점에서 주점 위주로 영업시간 제한을 조정하면 코로나19가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유흥주점이나 실내포차 등에서 집단 감염자가 나오면서 “이러다 다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서울에서 파스타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서울형 거리두기’가 예고대로 간다면 절대 반대”라며 “이제 조금 경기가 살아난 분위기인데 또다시 4차 대유행이 와서 고꾸라지면 심리적 타격이 클 것 같다”고 했다.

지금처럼 ‘거리두기’ 단계가 오르내릴 때마다 소상공인들의 영업에 일정 부분 제약을 두는 방침에 대해 전면 제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잖다. 소상공인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것이니 뭐든 새롭게 해봐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눈에 띈다.

서울 중랑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36)씨는 “지금은 변화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며 “기계적으로 영업제한을 적용할 일이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해보면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씨는 “어차피 코로나19가 완전히 없어질 게 아니라면 적응하면서 살아갈 방법을 함께 찾아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수정 김지애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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