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5G 라더니..이통 3사 '탈통신' 강조하다 본업 놓쳐

강승태, 반진욱 2021. 4. 1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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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6만명. 올해 3월 말 기준 5G(5세대) 이동통신 가입자 수다.

2년 전 2019년 4월 3일 밤 11시. 정부는 통신 3사와 손잡고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이뤄냈다.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보다 한발 앞서기 위해 밤새 난리를 친 끝에 한국은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하지만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한 반대급부는 커 보인다. 5G 서비스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2년 동안 ‘LTE로 쓰는 5G 폰’을 들고 다녔다. 5G 통신망에 대한 국내 소비자 신뢰는 급속도로 추락하고 있다.

4월 2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T타워 앞에서는 `5G 피해자` 집회가 열렸다.

▶5G 무엇이 문제?

▷턱없이 떨어지는 품질 왜?

4월 2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T타워 앞에서는 ‘5G 피해자’ 집회가 열렸다.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주장은 한결같다. 이통 3사가 5G 전국망 구축도 제대로 하지 않고 국민을 값비싼 5G 요금제에 가입시켰다는 것이 골자다. 이들은 “집도 다 짓지 않고 월세를 받은 격”이라며 이통 3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5G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가장 큰 논란은 품질 문제다. 이통 3사는 국내 5G 서비스 수준이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 일부 해외 업체 평가도 그렇다. 미국 리서치 업체 ‘스피드체크’는 세계 22개 국가 5G 속도를 측정한 결과, 한국이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국내 소비자 체감은 그렇지 못하다.

당장 전국 곳곳에서 아직도 5G 서비스가 터지지 않는 곳이 상당하다.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통신서비스 커버리지 점검·품질평가’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전국 85개 시에 위치한 백화점과 공항·유동인구 밀집 거리 등 주요 다중이용시설 4516곳 중 5G를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은 2792곳(61.8%)에 그쳤다. 주요 다중이용시설은 5G 우선 구축 대상임에도 10곳 중 4곳에서 안 터지는 셈이다.

LTE 요금제보다 평균 2만~3만원 비싼 5G 요금제를 썼던 소비자 사이에서는 “돈만 비싸고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정부와 통신 업체가 세계 최초 타이틀을 위해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불만이 나온다.

정부와 이통 3사는 한국이 가장 먼저 5G 상용화를 했기 때문에 5G 기술 리더십을 확보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국민이 당장 체감할 수 있는 5G 서비스는 사실상 없다. 결국 국내 통신장비와 단말기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인다는 이유로 충분한 필드 테스트 없이 5G를 서둘러 상용화하면서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를 입고 있다.

▶5G 품질 떨어지는 이유는?

▷망 구축 미비·통신사들의 탈통신 전략

5G 서비스 품질 논란이 불거진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부족한 기지국 숫자가 꼽힌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전국에 설치된 5G 기지국 수는 17만5000여개다. 우리나라 전체 통신망 중 비중이 10%가 채 되지 않는다. 설치 지역도 수도권과 6대 광역시 위주다. 일부 지방 도시들은 5G 기지국이 없어 서비스를 이용조차 할 수 없다.

정부와 이동통신사가 손만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5G 관련 투자 규모는 꾸준히 증가했다. 2020년까지 이동통신 3사는 16조2000억원의 비용을 설비투자에 투입했다. 그러나 시설을 짓고 서비스 지역을 확대해도 한계가 분명하다. 기술적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수준을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통신 3사는 2년 전 상용화 당시 5G 초당 전송 속도가 20Gb(기가비트)로 기존 LTE(4세대 이동통신)보다 20배 빠르다고 광고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이통 3사 5G 평균 초당 다운로드 속도는 690Mb(메가비트)에 그쳤다. 당초 목표치에 비해서는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국내 5G 기지국 대다수를 차지하는 3.5㎓(중저대역) 5G 장비로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속도를 낼 수 없다.

통신사들이 ‘통신’보다 다른 사업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 역시 5G 품질 논란이 발생하는 이유다. SK텔레콤은 박정호 사장을 중심으로 자회사 IPO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구현모 KT 대표는 취임 이후 8대 신사업을 발표하고 특히 미디어 분야에 초점을 맞춘다. LG유플러스 역시 신규 사업 추진 부문을 신설하고 신사업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물론 기업들이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주업인 통신 분야에서 소비자 불만이 가득한데 신사업만 추진하는 것은 ‘주객전도’라는 비판이 따른다. 이통 3사가 서로 앞다퉈 ‘신사업’ ‘탈통신’ 전략만 강조하다 보니 본업인 통신 분야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5G 품질 논란이 거세지면서 일부 소비자들은 다시 4G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부터 2020년 10월까지 5G 서비스를 이용하다 4G로 돌아간 소비자는 약 56만명. 올해 4월 이후에는 숫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4월부터 5G 상용화 2년을 맞아 약정 기간이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이들도 있다. 5G 피해자모임(네이버 카페)은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을 통해 5G 통신 품질 불량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법률대리인을 맡은 김진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이통 3사가 불완전한 5G 서비스를 제공한 게 민법상 채무불이행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LTE 대비 추가 지불한 요금을 재산상 손해로 청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5G 품질 논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5G 망 확충과 다양한 요금제 도입 등이 임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우근 칭화대 마이크로·나노전자학과 교수는 “4G에서 LTE가 표준 기술로 채택된 이유는 기술적 우위보다 기지국 비용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5G도 통신 칩 기술력과 기지국 비용을 고려해 28㎓, 3.5㎓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에게 애초 약속했던 속도를 제공하지 못하는 만큼 요금제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다. 황동현 한성대 경영학과 교수는 “3G·4G·5G로 기술이 발달하면서 평균 요금이 25%씩 올랐다. 요금은 오르는데 서비스 변화가 체감이 안 되니 불만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기술적 한계를 인정하고 현재 5G 기술 수준에 맞는 중저가 요금제를 내놓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5G 도입 실패를 거울삼아 6G를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새겨들을 만하다.

“5G 더딘 상용화는 6G 관련 연구개발을 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6G 주파수 대역으로 언급되는 ㎔주파수 대역은 기지국 비용이 훨씬 높다. 촘촘한 기지국 건설이 힘들다. 대안으로 위성통신·광통신·스몰셀 기지국 등 복합적인 인프라를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이우근 교수가 제시하는 대안이다.

[강승태 기자 kangst@mk.co.kr, 반진욱 기자 half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4호 (2021.04.14~2021.04.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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