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백신 효과낮다" 첫 인정한 中책임자..백신난 더 부추겼다
중국 질병 관리 책임자가 해외의 ‘다른 백신’을 혼합 접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전 세계 백신 공급에 또 한 번 빨간불이 켜졌다. 지금도 백신 부족에 허덕이는데, 중국마저 가세하면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11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가오푸(高福)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주임은 전날 쓰촨성 청두에서 열린 전국 백신 건강콘퍼런스에서 “지금 사용하고 있는 백신의 보호율이 높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중국 백신의 효능이 불완전하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다.
그는 백신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접종 용량과 접종 횟수, 투약 간격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다른 백신을 함께 사용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으로 개발된 백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이미 (중국에) 여러 종류의 백신이 있다는 이유로 이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은 시노팜과 시노백 등 불활성화 백신 2종과 캔시노의 아데노바이러스 매개 백신 1종 등 모두 4종의 중국산 백신을 사용하고 있다. 가오푸 주임은 특정 제약사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mRNA 방식을 적용한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을 지목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질병 관리 책임자가 중국산 백신의 효과가 낮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자국산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을 호언장담하며 동일한 종류의 백신을 사용하라고 권고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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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맞는 국가들 '中 백신 무용론'에 혼란
가오푸 주임의 발언이 전해지자 중국산 백신을 사용하고 있는 국가들은 혼란에 빠졌다. 서구 국가가 쓸어간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공백을 중국산 백신으로 메꿨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산 백신 사용을 승인한 국가는 터키, 싱가포르, 브라질, 아랍에미리트(UAE) 등 60개국에 이른다.
그동안 중국산 백신은 들쭉날쭉한 임상시험 결과에 잇따른 효능 논란으로 불신을 키워왔다. 세계 최초로 중국산 백신의 사용을 허가한 UAE는 지난달 말 시노팜 백신 접종자 일부에게 3차 접종을 하기로 했다. 2차 접종 이후에도 항체가 충분히 생기지 않는 사례가 발견되면서다.
지난 1월부터 중국산 백신을 대량 공급한 터키에서는 최근 신규 확진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백신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백신 접종자 90%가 시노백 백신을 맞은 칠레에서도 확진자 수가 접종 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칠레 대학에서는 시노 백 백신의 유효성이 54%에 그쳐 미국·유럽산 백신보다 집단면역 확보가 힘들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영국 가디언은 가오푸 주임의 공개 발언이 ‘중국산 백신 무용론’으로 이어져 일부 국가들에 혼란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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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백신 수급난에 중국발 여파
더 큰 걱정은 백신 물량 부족 사태다. AZ 백신 안전성 논란으로 전 세계가 대체 백신 확보에 나선 상황에 중국까지 가세한 게 되면서다. 특히 유럽의약품청(EMA)이 희귀 혈전증을 AZ 백신 접종의 부작용으로 인정하면서 나머지 백신들은 더 귀한 몸이 된 상황이다.
이미 독일과 프랑스는 일부 연령층을 대상으로 백신의 교차 접종을 허용한 상태다. 두 국가는 AZ 백신 접종 대상자 가운데 1차 접종을 마쳤다면 2차 접종 때는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맞으라고 권고했다. 프랑스는 1·2차 접종 간격도 4주에서 6주로 늘리기로 했다. 그나마 안전성이 보장된 백신을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맞히겠다는 계획이다.
파장이 커지자 가오푸 주임은 사태 수습에 들어갔다. 그는 이날 관영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적으로 잘못된 해석”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전 세계 모든 백신의 보호율은 높기도 낮기도 하다. 백신 효율성을 어떻게 더 높일지는 모든 과학자의 고민”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접종 과정과 관련된 여러 가지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신 접종의 혜택이 위험보다 큰 만큼 백신을 맞아야 한다”면서 “전 세계가 백신을 공정하게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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