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음식점 별점 평가 폐지하나.."별점 조작 심각" vs "불량 식당 알 수 없다"

나건웅 2021. 4. 1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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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말 많고 탈 많던 ‘음식점 별점 평가’를 없앤다. 올 3분기까지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 등록 장소에 매기는 별점을 없애고 새로운 평가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악의적인 별점 테러로 피해를 입는 자영업자 고충을 없앤다는 취지다.

네이버 결정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펼쳐진다. 음식점 자영업자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경쟁 업체 별점 조작과 진상 고객에게 워낙 큰 스트레스를 받아온 탓이다. 반면 ‘별점 평가가 사라져서 아쉽다’는 의견도 나온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음식점 수준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유용한 지표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한 유저가 같은 날 남긴 4개의 영수증 리뷰. 영수증에 적힌 날짜로 리뷰가 등록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 동안 서울 송파, 경기 고양, 충남 당진, 전북 익산 4곳의 가게에 들른 셈이다. 전형적인 리뷰 조작이다. <제보자 제공>

▶영수증 리뷰도 조작…신뢰도 바닥

▷마케팅 업체 “돈 주면 경쟁 식당 별점 깎아주겠다”

음식점 자영업자가 입을 모아 ‘별점 폐지’를 반기는 이유는 자영업자 사이에서 네이버 별점 평가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이미 바닥이기 때문이다. 특히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 노출 순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영수증 리뷰’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다.

네이버는 2019년 허위 리뷰를 막기 위해 영수증 리뷰 제도를 도입했다. 음식점 영수증을 스마트폰 사진 스캔으로 ‘인증’한 고객, 즉 ‘진짜 고객’만 리뷰를 남길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하지만 취재 결과, 네이버 영수증 리뷰는 너무도 허술하게 운영돼왔다. 방문 식당과는 전혀 무관한, 뜬금없는 영수증도 해당 식당 것으로 인식하는가 하면 아무렇게나 쓴 수기 영수증으로도 리뷰를 남길 수 있다. 영수증 인식 시스템은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던 셈이다.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 고객센터 설명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영수증 리뷰는 ‘영수증에서 읽어낸 사업자 정보를 바탕으로 업체를 자동 매칭’하는 것이 원칙이기는 하다. 단 영수증 사진 품질이 좋지 않을 때에는 ‘리뷰어가 업체를 직접 검색해 수동 매칭할 수 있다’는 항목도 있다. 즉 ‘수동 기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아무 영수증이나 스캔한 후 키보드로 A식당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등을 입력하면 해당 영수증은 A식당 것으로 인식된다.

문제는 영수증 리뷰 허점을 악용하는 마케팅 업체가 워낙 많다는 점이다. 이들은 식당으로부터 돈을 받고 ‘별점 조작’을 해준다. 해당 식당 별점을 높이기보다 인접한 경쟁 식당 별점을 낮추는 시도가 더 많다. 효과가 더 확실하고 보다 손쉽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A대표는 “전문 마케팅 업체 ‘작업’ 방식이 과거와 달라졌다. 예전에는 블로그 홍보 게시글을 써주고 별점을 높여주겠다는 제안이 많이 들어왔지만 최근에는 ‘경쟁 식당 별점을 깎아서 당신 식당의 노출 순위를 높여주겠다’는 문의가 많이 온다. 별점은 5점 만점에서 깎이는 구조기 때문에 1점을 주는 편이 보다 쉽게, 더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음식점 자영업자들에 따르면 마케팅 업체 주요 표적이 되는 것은 애매한(?) 순위의 식당이다. 예를 들어 네이버 검색창에 ‘강남 맛집’이라고 검색하면 첫 화면에는 총 5개 식당이 노출된다(모바일 기준). 마케팅 업체는 2번째 페이지에 위치한 식당 중 순위가 높은 6위, 7위 식당을 공략한다. “다른 식당 점수를 깎아서 당신 식당이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 첫 페이지에 노출되게 해주겠다. 성공 시 보수를 달라”고 요구하는 식이다. 이런 업체 요구를 쉽게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이 음식점 자영업자 중론이다. 서울 용산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B대표는 “광고 제안을 수락하지 않으면 다른 경쟁 식당에 연락하겠다고, 그렇게 되면 내 식당 별점이 깎일 수 있다고 엄포를 놓는다. 별점 테러를 당하기 싫으면 제안을 수락하는 것이 좋을 거라고 꼬드긴다”며 하소연했다.

인천 월미도에서 주꾸미 전문점을 운영하는 C대표는 “영수증만 보면 하루 만에 서울·대전·대구·부산·제주를 다 돌아다니며 식당을 방문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주일에 똑같은 식당을 수십 번씩 방문한 것으로 돼 있는 리뷰어도 있다. 전형적인 영수증 리뷰 조작범”이라며 허탈해했다.

이유 없이 별점 테러를 자행하는 소비자가 주는 스트레스도 어마어마하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건 넘게 악성 리뷰를 한탄하는 게시글이 올라온다.

악플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오늘 생일이라 양을 더 많이 달라고 주문했는데,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서 1점’을 주는 이가 있는가 하면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데 양을 너무 많이 줘서 1점’을 주는 이도 있다. 기분이 우울한데 서비스를 안 줘서 1점, 배달 기사가 불친절해서 1점, 아르바이트생이 못생겨서 1점을 주는 이도 있다. 경기 일산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D대표는 “별점 테러 때문에 하루 장사를 망치는 날도 있다. 누적 방문자 수가 아직 많지 않은 신생 음식점일수록 감점이 더 도드라진다. 스마트플레이스 가장 상단에 노출된 리뷰가 1점이면 기분 탓인지 방문객 수가 뚝뚝 떨어진다”고 울상 지었다.

▶“불량 식당 어떻게 걸러 내냐” 소비자 불만

▷별점 평가 무작정 없애는 것은 너무 쉬운 선택

네이버가 별점 평가 대신 선택한 방식은 인공지능(AI) 기반 ‘태그 구름’이다. 방문객들이 리뷰 작성 시 자주 언급하는 키워드를 AI가 추출해 보여주는 방식이다. 한 이태원 브런치 카페를 예로 들면, ‘#뷰맛집’ ‘#이태원’ ‘#야경’ ‘#샌드위치맛집’ ‘#깔끔’ 등 리뷰에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키워드를 그 빈도에 따라 다른 크기로 노출한다.

이런 평가 방식 변화에 아쉬움을 표하는 소비자도 적잖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송민혜 씨는 “기존 별점 시스템을 잘 활용하고 있었다. 수백 명 넘는 소비자가 평가한 별점에 신뢰가 갔고 실제로 4.5점 이상 음식점에 갔을 때는 실패한 적도 없었다. 태그 구름 방식으로 바꾸면 부정적인 키워드는 배제될 가능성이 높은데 실력이 떨어지는 음식점에 가게 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기 일산에 사는 블로거 김민지 씨 역시 “잘하는 음식점은 높은 평가를, 못하는 음식점은 낮은 평가를 받을 필요가 있다. 훌륭한 식당은 그만한 보상을 받고 부족한 식당은 스스로 잘못된 점을 고칠 동기 부여가 된다. 네이버가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너무 쉬운 선택을 한 것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일부 음식점 사장도 네이버의 선택에 아쉬움을 표했다. 인천에서 주꾸미 식당을 운영하는 C대표는 “네이버 영수증 리뷰에 허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태그 구름 방식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기존 영수증 리뷰 스캔 인식률을 개선한다든지, 별점 평가를 ‘맛’ ‘청결’ ‘서비스’ 등으로 세분화하는 노력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리뷰 작성 진입장벽을 높인다면 별점 조작이나 테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며 아쉬워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태그 구름 이외에도 다양한 개선 방안을 논의 중이다. 소비자가 맛집 취향이 비슷한 리뷰어의 리뷰를 우선 확인하고 구독하는 시스템, 또 가게에 불만이 있을 경우 사업자에게만 알릴 수 있는 ‘사장님에게만 전할 이야기(가칭)’ 기능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04호 (2021.04.14~2021.04.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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