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스 엇갈린 KIA, 답답한 중심 타선 언제 터질까
[김승훈 기자]
올 시즌 KIA 타이거즈는 정규 시즌 일정을 서울에서 시작했다. 당초 잠실 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와 개막 2연전을 치른 뒤, 고척 스카이돔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원정 3연전을 치르고 시즌 두 번째 주말에 홈 개막전을 치르는 일정이었다.
지난 3일 비가 내리면서 두산과 1경기만 치렀던 개막 시리즈에서는 패했지만, KIA는 두 번의 연장전 승리를 포함하여 고척 원정 3연전을 스윕했다.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지만, 분위기만 보면 최고였던 상황에서 광주로 돌아왔다.
그러나 홈 개막 3연전 상대는 지난해 창단 첫 한국 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디펜딩 챔피언 NC 다이노스였다. 홈에서 디펜딩 챔피언을 만난 KIA는 3경기 모두 많은 점수를 내주면서 처절하게 스윕을 당했다.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로 무기력했던 KIA
9일 홈 개막전에서는 애런 브룩스의 가족들이 시구와 시타를 맡았다. 지난해 실질적 에이스 역할을 했던 브룩스는 가족의 교통사고 소식을 접한 뒤 서둘러 현지로 향했고, 올해 가족들과 함께 입국했다. 가족들이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던 것과 달리 가장 브룩스는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로 고전했다. 시즌 첫 등판에서 7.1이닝 7피안타 1실점으로 고군분투했다가 후속 투수의 실점으로 2실점 패전(92구)을 떠안았던 브룩스는 이 날 경기에서 지난 경기와 비슷하게 87구를 던졌지만 4.1이닝 10피안타 7실점으로 난타 당했다.
외국인 에이스 브룩스는 이날 KBO리그 최다 실점이라는 굴욕적인 기록을 남겼고, 변시원이 2점, 김재열이 1점을 더 내주면서 KIA는 올 시즌 최다 실점 대패를 당했다. 팀 타선은 13안타 2볼넷을 기록했지만, 2회부터 6회까지 한 점도 내지 못하고 도합 6득점에 그치며 집중력 부재의 아쉬움을 남겼다.
10일 경기에서는 임기영이 3.2이닝 만에 7피안타 (2피홈런) 4볼넷 1사구 8실점으로 무너졌다(85구). 타선은 NC의 외국인 투수 드류 루친스키의 퀄리티 스타트 역투에 막혀 6회까지 도합 2안타 2볼넷 1사구 1득점에 그쳤다. 8회말 1점 추격으로는 이미 기울어진 승부를 뒤집을 수 없었다.
11일 경기에서는 다니엘 멩덴이 분투했으나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전체적인 투구 자체는 나쁘지 않았는데, 다른 실점 상황은 없었지만 2점 홈런을 두 번 허용한 것이 결정타였다. 이후 이준영과 이승재가 각각 2점과 1점을 추가로 허용하면서 승부가 완전히 갈렸고, 타선이 9회에 주자들을 모으며 추격을 시도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터지지 않는 장타, 꽉 막힌 KIA의 타선
사실 KIA 타선의 짜임새는 나쁘지 않다. 최원준(좌)과 김선빈(우)이 테이블 세터를 이루고, 프레스턴 터커(좌)와 최형우(좌), 나지완(우)이 중심 타선을 구축했다. 다만 시즌 초반 KIA가 계획했던 득점 패턴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테이블 세터들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최원준이 7경기에서 33타수 9안타(0.273) 1도루를 기록했는데, 벌써 3루타 2개를 기록하면서 주루 센스까지 발휘하는 중이다. 김선빈도 26타수 14안타 7볼넷을 기록(0.538)하면서 2017년 타격왕을 차지했던 페이스를 재현하고 있다.
문제는 중심 타선이다. 터커가 30타수 4안타(0.133)에 그치고 있고, 최형우도 30타수 7안타(0.233) 1홈런 5타점, 주장 나지완도 20타수 5안타(0.250) 1타점에 그치고 있다. 중심 타선에 포진한 3인방이 도합 1홈런 6타점에 그치고 있으니 최원준과 김선빈이 열심히 출루해도 점수를 추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최형우는 9일과 10일 경기에서 도합 4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타격감을 찾고 있으며, 나지완은 그나마 2할 대 중반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지만 1타점에 불과한 집중력 부재가 아쉽다. 특히 터커는 시즌 7경기를 치렀지만 아직 타점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터커는 142경기에서 타율 0.306에 32홈런 113타점 100득점을 기록하며 OPS 0.956을 기록했다. 최형우는 140경기 타율 0.354에 28홈런 115타점 93득점으로 타격왕을 차지했다(OPS 1.023). 나지완은 137경기 타율 0.291 17홈런으로 홈런이 적었지만 92타점 73득점을 기록, 타점은 다른 둘에 못지않은 모습을 보였다(OPS 0.836).
비록 브룩스가 가족 사정으로 인해 시즌을 조기 마감했음에도 불구하고 KIA가 시즌 막판까지 5위 키움 히어로즈와 근소한 승차로 6위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중심 타선의 활약 덕분이었다. 올해는 고정 포지션을 확보한 최원준과 타격왕 페이스를 달리고 있는 김선빈의 활약으로 이들에게 보다 많은 타점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
지난 7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KIA는 올 시즌 가장 많은 득점(8점)을 올리며 승리했다. 그러나 이 경기가 연장 혈투로 이어졌던 것임을 감안하면 8점이 이닝 대비 많다고 볼 수 없다. 이날 경기만 해도 중심 타선에선 최형우와 나지완이 각각 1타점 씩을 올리는 데 그쳤다.
KIA는 개막전부터 9안타 3볼넷을 기록하고도 11개의 잔루를 남기며 1득점에 그쳤다. 6일 경기는 연장 11회까지 13안타 3볼넷이었는데 5득점으로 잔루가 11개, 7일 경기도 연장 12회까지 15안타 8볼넷이었지만 8득점으로 잔루를 15개나 남겼다. 7경기 중에서 두 자릿수 잔루를 남긴 경기만 벌써 3경기나 된다.
잔루가 많다는 것은 타자들이 꾸준히 출루를 함에도 점수로 연결 시켜 줄 해결사가 부재하다는 뜻이다.
시너지 효과의 중요성
11일 경기에서 결승 2점 홈런으로 멩덴을 공략했던 애런 알테어는 경기가 끝난 뒤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나성범과 양의지가 자신의 앞 타순에 있었던 덕분에 편하게 타격할 수 있음을 밝혔다. 팀 동료들이 골고루 활약하는 것이 타선에 시너지 효과를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타선에서 특정 선수가 부진에 빠지면 상대 팀 투수들은 부진에 빠진 선수에 대한 부담을 덜고 다른 타자들과의 승부에 집중할 수 있다. 또는 위기 상황에서 타격감이 좋은 선수들을 자동 고의4구로 내보내 투구수를 아끼고 부진한 선수와의 승부를 통해 병살타 등을 유도하여 이닝을 끝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타격감이 좋은 선수들이 보다 확실하게 승부를 낼 수 있는 타점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상대 팀에서 거르고 넘어가는 선수들의 경기 감각도 덩달아 떨어지게 되고, 결국 팀에 안 좋은 순환을 가져오게 된다. 터커의 부진이 여러 선수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터커의 타점 포문이 언제 열리느냐에 따라 KIA는 꼬여있는 공격의 실마리가 풀릴 것으로 보인다. 화요일부터 롯데 자이언츠(3승 4패)와 광주에서 홈 3연전을 치르는 KIA가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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