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택시', 통쾌함 뒤에 밀려오는 찝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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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첫 방송한 SBS 새 금토드라마 <모범택시> 는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 분)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이다. 모범택시>
사적 복수는 매력적인 소재가 분명하지만 거기서 오는 통쾌함에 일말의 찝찝함이 남는다면 훌륭한 복수라고 보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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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화신 기자]
▲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 |
ⓒ SBS |
지난 9일 첫 방송한 SBS 새 금토드라마 <모범택시>는 베일에 가려진 택시회사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 분)가 억울한 피해자를 대신해 복수를 완성하는 '사적 복수 대행극'이다.
복수를 다룬다기에 억울한 사연들이 그려지거니 예상했다. 하지만 이 억울한 사연 때문에 채널을 돌리고 싶은 고비를 몇 번이나 맞아야 할 거라는 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방송 화면엔 19세 미만은 볼 수 없다고 표시돼 있었지만, 피해자가 당하는 폭력의 수위가 너무 높아서 눈 뜨고 보기 힘들었다.
극중 겉으로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착한 이미지를 내세우며 장애인을 고용해 그들을 감금하고 폭력을 행하는 젓갈 공장의 악랄함이 도를 넘어 그려졌다. 보육원에서 자란 8살 지능의 지적장애인 여성 강마리아(조인 분)를 물고문하고 젓갈통에 구겨 넣어 거기에 물을 채우고 소금을 뿌린 다음 하루 이상 가둬놓는가 하면 얼굴에 뜨거운 물을 붓고, 영양제라고 속이고 피임약을 먹여가며 성폭력을 가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복수가 더 짜릿해지려면 악당의 죄질이 최대한 나빠야 한다는 의도에서였을까.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잔혹한 묘사를 늘어놓은 건 납득하기는 어려웠다. 나쁜 악당을 철저하게 응징하기만 하면 시청자가 쾌감을 느낄 것이라는 일념이었다면 너무 단순한 일념이 아니었나 싶다.
자극적인 장면들을 보여주는 데 방점을 찍는 대신 법과 제도가 얼마나 믿을 수 없기에 이렇듯 사적 복수를 감행하는지를 조명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면 보다 다차원적인 논의를 끄집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 |
ⓒ SBS |
극중 젓갈 공장에서 탈출해 도망가던 강마리아가 경찰을 발견하고 도움을 청하지만 그 경찰은 젓갈 공장 사장과 긴밀히 결탁되어 있었다. 때문에 그녀를 차에 태워서 사장에게 의기양양하게 넘기고 심지어는 그녀를 고문하는 데 신나게 동참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경찰의 부정과 악행을 오히려 길고 자세하게 그렸다면 이 드라마가 시사하는 바가 더욱 밀도 높아졌을 것이다. 직접적인 폭력을 가하는 1차원적인 악행보다 이런 공권력의 악행이 더욱 섬뜩하고 절망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폭력에 폭력으로 응징하는 복수 방식도 1차원적이었다. 정의의 사도처럼 이제훈이 나타나 적을 단번에 무찌르는데 여기서 느껴지는 짜릿함과 통쾌함은 다소 뻔하고 말초자극적인 것이어서 긴 여운을 남기지는 못했다. 악당들을 무자비하게 소탕하는 데 중점을 두는 대신, 차라리 이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뉘우치게끔 하여 그 심리의 변화를 따라가 묘사했다면 말초를 자극하는 데서 그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적 복수는 매력적인 소재가 분명하지만 거기서 오는 통쾌함에 일말의 찝찝함이 남는다면 훌륭한 복수라고 보기 힘들 것이다. 개인적으로 다음 회차에 새롭게 그려질 '억울한 사건'이 벌써부터 보기에 조금 두려워지는데, 이는 젓갈 공장의 폭행 묘사가 내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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