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IS] 수상의 영광 넘어 영국 사로잡은 윤여정
영화 '미나리(정이삭 감독)'로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배우 윤여정이 콧대 높은 영국인들마저 휘어잡았다.
윤여정은 한국 시간으로 12일 오전 3시(영국 시간 4월 11일 오후 7시)에 BBC ONE을 통해 생중계된 제7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 Film Awards)에서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동시에 영국인들의 허를 찌른 수상 소감으로 트로피 그리고 웃음과 박수갈채를 동시에 받았다.
화상으로 출연한 그는 "어떻게 소감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 후보로 선정되어 매우 기쁘다. 아! 이제는 수상을 했다"면서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에딘버러 공작 필립공의 별세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10일 별세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남편 필립공(에딘버러 공작)의 사망에 애도를 표했다.
이어 직설적이면서도 예의를 갖춘 입담으로 이날 시상식의 주인공이 됐다. 윤여정은 "상을 줘 감사하다. 모든 상이 의미가 있지만, 이번 상은 특히나 고상하다고 알려진 영국분들에게 좋은 배우라고 인정받아서 정말 기쁘고 영광이다(Thank you so much for this award. Every award is meaningful but this one, especially recognized by British people known as very snobbish people and they approved me as a good actor, so I’m very very privileged and happy)"라며 "나에게 표를 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며, 영국 아카데미(BAFTA)에게도 감사하다"고 했다.
수상 직후 윤여정의 특별한 수상 소감은 트위터 등 SNS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의 에드가 라이트 감독은 자신의 트위터에 '윤여정이 그 말로 전체 시상식 시즌에서 우승했다'며 감탄하기도 했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곧장 윤여정과 인터뷰하며 화제가 된 수상 소감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윤여정은 "개인적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인가"라는 질문에 긍정하며 "나는 영국에 여러번 방문했고, 10년 전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펠로우십을 했다. 어딘가 모두 콧대가 높은 것 같다고 느꼈다. 그게 나쁜 느낌은 아니었다. 당신들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며, 그래서 자부심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시아 여성으로서 나는 그들이 콧대가 매우 높다고 느꼈다. 이게 나의 솔직한 느낌이다"라고 했다. 인터뷰에서마저 윤여정다운 솔직한 매력이 활자를 넘어 전해졌다.
지난해 작품뿐 아니라 입담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기생충' 봉준호 감독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당시 봉준호 감독은 그간 한국영화가 미국 아카데미 후보에 지명되지 못한 이유를 묻자 "오스카는 국제영화제가 아니지 않나. 매우 '로컬'(지역적)이니까"고 답했다. 이외에도 "1인치의 장벽" 등 많은 명언을 남겼다. 봉 감독에 이어 이제는 윤여정이 'K-입담'의 계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한편, 윤여정은 미국배우조합상에 이어 영국 아카데미에서도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오스카에 더욱 가까이 다가섰다. 이미 '미나리'를 통해 30여개의 연기상 트로피를 받은 그는 오는 25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가장 유력한 여우조연상 후보로 꼽히고 있다. 할리우드 시상식 배팅 사이트 골드더비 조사 결과 전문가 21명 모두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수상할 것이라 예견했다.
윤여정은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오스카 관련 질문은 많이 받았다면서 "나는 미국 아카데미상이나 영국 아카데미상에 대해 아는 게 없다. 한국에서 이 일을 오랫동안 해왔고, 한국에서만 유명하지 국제적으론 그렇지 않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나한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그러니 저한테 묻지 마요!"라며 웃었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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