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권 보호해야..다만 공정한 보상 없으면 이직 어떻게 막나
인사·노동 관점에서 본 LG·SK 분쟁이 남긴 과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에 벌어진 배터리 분쟁이 11일 극적 합의로 종지부를 찍었다.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분쟁을 제기한 지 713일 만이다.
외형적 분쟁은 마무리됐다. 하지만 인사·노동의 관점에선 두 회사뿐 아니라 국내 기업에 숙제를 던졌다.
두 회사의 분쟁은 인력 유출 논란에서 비롯됐다. 2017년부터 SK이노베이션으로 당시 LG 화학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이직했다. SK이노베이션의 경력 사원 공개채용에 대거 응시하면서다.
이 와중에 2018년 말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폴크스바겐의 배터리를 SK이노베이션이 수주했다. LG측은 "전 직원에 의한 기술 탈취"라는 주장을 펴며 두 회사 간의 영업비밀 침해 분쟁으로 비화했다.
결국 인사·노무 측면에서 따지면 이직에서 비롯된 다툼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직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첫째는 지식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 것이고, 두번째는 직원에 대한 성과보상이 공정하고 적정한지를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도 동종 업계 이직은 제약한다. SK로 이직한 근로자가 비록 자발적이었다고 하더라도 지식재산권 보호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다만 근로자의 이직을 무한정 막을 수는 없다. 그래서 일정 기간 동종업종 취업을 못 하도록 약정하고, 대신 그 기간 동안 기업이 적정한 보상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재직 중인 근로자에 대한 보상의 문제는 또 다른 차원이다. 모 대기업 인사담당 임원은 "왜 LG에서 근무하던 근로자가 대거 SK로 옮겼는지, 그것도 공개경쟁이란 시험 절차를 밟으면서까지 그랬는지를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동기부여에 의문이 생기면 생산성도, 일할 의욕도, 회사에 대한 충성도도 떨어지는 데 혹 그런 문제가 아닌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보상에 대한 근로자의 관심은 커지고 있다. 임금과 휴가와 같은 보상 체계는 직원들의 동기부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소위 MZ세대가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의 주류세력으로 떠오르며 이런 경향은 더 강해지고 있다. 국내 각 기업에서 성과급 액수와 기준을 두고 불만이 분출되고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도 이런 문화의 반영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이 경력 사원을 공개 채용하던 2018년 말 기준(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으로 SK 직원의 연평균 급여는 1억2800만원, LG화학은 8800만원이었다. 차이가 제법 크다. 대기업 3년 차인 전모(32)씨는 "노력한 만큼, 기업이 번 만큼 대우를 제대로 해줬으면 이직을 했을까요"라고 되물었다. MZ세대가 두 회사의 분쟁을 보는 시각은 기술 유출보다 보상에 무게가 실려 있는 셈이다. 보상이 적정한지를 따져 이직도 감행한다는 말이다.
이직에 따른 인력 유출은 국내 기업 간의 문제만은 아니다. 최근에는 CATL, BYD 같은 중국업체는 물론 스웨덴의 노스볼트에도 국내 배터리 회사 출신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올들어 배터리 분쟁을 계기로 LG에너지솔루션은 임직원 임금을 평균 10% 인상했고, 삼성SDI는 7% 올리기로 했다. 전자업계도 이에 동참해 임금인상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보상체계에 대한 근로자의 인식 변화와 맞물린 조치다. 회사 입장에선 직원을 지키기 위해서는 적정한 보상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불거지는 성과급이나 임금 등을 둘러싼 보상 논란은 공정과 관련돼 있다"며 "따라서 투명하게 보상 규모를 산정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이는 조직문화의 혁신, 인력 운용의 혁신 차원에서 접근해야지 단순히 임금을 몇% 올린다는 식으로 덮을 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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