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백신 세계 곳곳에 심어라" ..中 '춘묘행동' 본격화
아프리카·동남아 등서 공세적 외교전 펼쳐
한중 장관회담 뒤 중국 측 "한국이 지지" 발표도
韓 당국자 "협의중 춘묘행동 부각된 기억 없다"
“중국 백신의 나미비아 시장 진입을 막는 법률적 장애를 돌파하기 위해 장이밍(張益明) 대사는 대통령·외교부장·위생부장 등 고위층에 작업했다. 대사관은 관계 당국과 거듭 소통했다. 결국 내각의 위임을 받는 데 성공했고, 위생부장은 3월 9일 시노팜 백신의 긴급 사용을 발표했다.”
지난 7일 아프리카 나미비아에 거주하는 중국 교민 1800명이 중국산 코로나 백신을 접종하게 된 뒷이야기를 8일 환구시보가 전했다. 현지 대사를 필두로 대통령까지 만나는 전방위 로비전을 펼쳐 법적 허가를 받아냈다는 후일담이다.
10일에는 동남아 캄보디아에서 중국의 백신 접종 프로그램인 '춘묘행동'(春苗行動, spring sprout program)이 시행됐다고 인민일보가 11일 보도했다. 춘묘행동은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에 중국산 백신을 접종하는 재외국민 보호 프로그램을 표방하고 있다. 한자 ‘묘(苗)’가 백신과 새싹이란 뜻을 모두 갖고 있어 붙인 이름이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달 7일 기자회견에서 춘묘행동을 처음 언급하며 “해외 동포가 중국산 혹은 외국 백신을 접종받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하거나 쟁취하겠다”면서 “한 단계 나아가 중국은 조건이 허락되는 나라에 중국산 백신 접종소를 세워 주변 국가의 필요한 동포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1단계에서는 해외 중국인을 현지 백신 접종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보장하고, 2단계에선 중국산 백신 센터를 설립하겠다는 목표를 명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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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샤먼 회담서 춘묘행동 지지"
춘묘행동이 한국에 알려진 계기는 지난 3일 중국 샤먼(廈門)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다. 회담 직후 중국은 “한국이 중국의 춘묘행동 계획을 지지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한국은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에 대한 중국 측의 지지를 평가했다”는 내용만 발표했다.
외교 당국자는 브리핑에서 “양측이 협의한 내용 중에 춘묘행동이 부각된 건 기억에 없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 등과의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라 외교부가 일방 합의할 수 없는 성격이란 설명이다. 그러자 중국도 한발 뒤로 물러났다. 회담 후 첫 정례브리핑이 열린 6일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양측은 본국 내 상대 국민을 백신 접종 범위에 포함하는 것을 지지했다”며 ‘춘묘행동’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이 자국민 보호를 앞세운 ‘춘묘행동’ 지지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유엔 화상 연설에서 제안한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방역 협력체’에 대한 지지와 맞바꾼 모양새”라며 “아직 세계보건기구(WHO)의 긴급 사용허가를 받지 못한 중국산 백신에 대한 지지 표명은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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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세적 백신외교…각국 "글쎄"
왕이 부장은 3월 기자회견서 “50여 개국 이상이 중국 국민을 본국 접종 계획에 포함하고 있다”며 '춘묘행동' 마케팅에 의욕을 보였다. 이어 지난달 18일 앵커리지 미·중 회담 직후 중국과 중동을 오가며 러시아·중동·동남아·한국 등 12개국과 연쇄 회담에서도 백신 외교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중국이 회담 후 발표문에서 춘묘행동을 적시한 나라는 아랍에미리트·인도네시아·필리핀과 한국 4개국에 불과하다. 아랍에미리트는 첫 번째 중국산 백신의 해외 3기 임상실험국가였다. 이번 왕이 부장의 방문을 계기로 세계 첫 춘묘행동 접종센터 설치는 물론 중국산 백신의 주입과 밀봉 생산라인 협력 프로젝트에 동의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표현 수위가 한국보다 낮았다. “중국 ‘춘묘행동’의 착지를 지지할 것을 희망한다”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이와 달리 한국과의 회담 이후에는 “한국이 지지를 표명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중국은 본격적으로 춘묘행동 2단계를 추진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의 영사활동을 홍보하는 웨이신(微信)의 ‘영사직통차(領事直通車)’ 채널을 통해 지난 3일 세르비아, 7일 시에라리온, 8일 짐바브웨, 9일 스리랑카에서 진행한 중국산 백신 접종 현장 동영상을 게재했다. 해당 영상에는 “해외에서 조국의 백신을 맞으니 조국의 강함과 역량을 느꼈다”는 해외 중국인들의 소감도 소개됐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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