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책임 있으면 자기 얘기인 줄 알 것"..與 '친문 책임론' 가열
원내대표 선거와 전당대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에서 “책임 있는 자”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당내 친문 세력에 쓴소리를 해온 박용진 의원은 1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뻔한 인물로 나서면 뻔한 구도로 갈 수밖에 없고 뻔한 패배를 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혁신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다면 원내대표 선거, 전당대회에서 인물로 표현해야 한다”면서 “새로운 인물, 새로운 노선, 새로운 가치로 국민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면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그냥 가면 국민의 마음이 돌아올 수 없다”고 말했다.
‘친문 퇴진론과 같은 것이냐’고 묻자, 박 의원은 “저는 책임 있는 분들이 ‘아, 내 얘기인가’라고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분들이 누군가’ 묻는 말에는, “선거를 앞두고 말하는 게 그분들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 “한 템포 쉬고 한 템포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책임 있는 자” 논쟁의 불은 앞서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댕겼다. 조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서 “우리 당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데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가급적 이번 당내 선거에 나서지 않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무런 고백과 반성 없이 원내대표와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면 국민들께서 우리 당이 정말 바뀌고 있다고 인정을 해줄지 두렵”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이상민 의원도 책임 논쟁에 가세했다. 이 의원은 “홍영표 의원을 포함해 편 가르기를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누구나 똑같다”면서 “책임을 묻는 건 친문, 비문에 따라 책임의 유무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앞선 9일 ‘친문 불출마론’이 힘을 얻자 “언론에서 친문, 비문 편 가르기를 하는 것 같다”고 불편한 심경을 표현했다. 이에 이 의원은 “지금까지 당을 운영해오는 데 있어서 주요 위치에서 의사결정을 하거나 영향력을 미친 사람들이 책임을 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새로 뽑히는 당의 리더는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한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민심에 터 잡았다면 대통령에게도 할 말을 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존 당 대표는 할 말을 세게 못 했다고 보는지’ 묻자, “그런 점에서 미흡했다”고 답했다.
당내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자 친문 진영에선 무분별한 인적 쇄신이 오히려 당의 위기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준비를 하던 홍영표 의원은 1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4·7 재·보궐선거 참패에 대해 “LH 사태로 폭발한 부동산 문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호, 추미애-윤석열 갈등에 대해선 “공수처 설치나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은 여론조사에서 국민 70%가 지지했던 사안”이라면서 “조 전 장관의 개인적인 문제와 검찰개혁을 연결해서 평가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개혁이나 언론개혁 등 정책의 선명성을 강조하면 대선까지 진다’는 지적에 대해서 홍 의원은 “큰 방향에서 그런 개혁이 틀리지 않았다고 본다”면서 “경제적으로 국민들이 굉장히 힘든 시기에 그런 것들도 병행해서 잘하라는 요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신동근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서 “고칠 건 고치되 근간까지 무너뜨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매서운 민심의 심판 앞에 우리의 잘못은 과감히 고쳐야 한다”면서 “검찰, 국정원 등 권력기구의 지속적인 개혁, 토지의 공공성과 공공주거권 보장 등을 지향하는 것까지 부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의 자기 부정이 국민의힘과 기득권이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밀리기 시작하면 저들은 검찰개혁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려 들 것”이라면서 “근간만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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