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 규모는 '국가채무' 850조? '잠재적 빚' 합쳐 2000조?

손해용 2021. 4. 1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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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지난주 발표한 ‘2020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 재무제표상 부채가 사실상 2000조원에 육박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는데, 기획재정부는 이에 대해 ‘부채’와 ‘국가채무’는 다른 개념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기재부 "나랏빚 1985조원 아닌 847조원"

연도별 국가부채와 자산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부채는 1년새 241조6000억원(13.9%) 급증한 1985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반드시 갚아야 하는 국가채무 846조9000억원만을 ‘나랏빚’으로 봐야한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국가채무는 지급 시기와 금액이 확정된 ‘확정 부채’인 반면, 국가부채는 연금충당부채 등 ‘비확정 부채’가 포함된 개념이라서다. 여기서 연금충당부채는 공무원·군인연금 등 국가가 앞으로 지급해야 할 연금액을 현재가치로 계산해 추정한 액수로, 총 부채의 절반을 넘는(52.6%) 1044조7000억원을 차지한다.

강승준 기재부 재정관리관은 “연금 지급액 자체가 빚은 아니고 기본적으로는 보험료 수입으로 충당한다”며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가 간 재정건전성 비교 시 사용되는 국가채무에도 확정부채만 포함하고 비확정 부채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관련 보고서에서 “연금충당부채는 금리 변화에 따라 현재가치가 크게 늘어나거나 줄어들게 된다”며 “특히 공무원이 납부한 기여금으로 인한 자산 증가를 함께 인식하지 않고 연금충당부채 규모만 파악한다면 재정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만성적자 공무원·군인연금도 결국 세금 땜질

연금충당부채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지만 정부의 설명도 100% 맞는 것만은 아니다. 장기적으로 재정에 부담을 주는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공무원·군인연금은 구멍이 나면 법에 따라 나랏돈으로 메워줘야 한다. 공무원연금은 지난해까지 28년째, 군인연금은 48년째 만성적인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재정이 부실하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해 발표한 ‘4대 공적연금 장기재정 전망’에 따르면 2030년에는 공무원·군인연금의 적자 규모가 9조3000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1~2030년까지 10년간 세금으로 대신 내줘야 할 누적 연금액은 50조원을 넘는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통계청장을 지낸 박형수 K-정책플랫폼 원장은 “정부는 자꾸 연금충당부채를 빼고 국제 비교를 하면서 재정 건정성이 매우 양호하다고 하는데, 다른 주요 선진국은 연금 개혁을 해서 한국만큼 연금충당부채 부담이 크지 않다”며 “연금충당부채를 포함한 실질적 부채비율은 사실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를 웃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빚 늘어나는 속도 선진국 중 3위

자료: 국회예산정책처

더 큰 문제는 빚이 늘어나는 속도다. 정부 말대로 부채를 빼고 보더라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42.2%에서 2026년 69.7%로 치솟는다.(IMF 재정 점검 보고서) 상승 폭(27.5%포인트)은 35개 선진국 중 3위다. IMF는 “유로지역의 국가채무 비율이 2026년 92%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낮아지는 것과 대조된다”로 짚었다.

공무원·군인연금까지 감안하면 가속도가 붙는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무원 숫자는 급증했다. 여기에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기름을 붓고 있다. 들어올 돈은 줄고, 나갈 돈은 많아지니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공기업 부채 포함하면 재정부담 더 커져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낸 구정모 대만 CTBC 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는 이에 더해 “공기업이 많은 한국의 특수성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 교수는 “OECD 회원국은 대부분 민영화를 통해 공기업이 한국처럼 많지 않은 반면, 한국의 비금융공기업 부채의 GDP 대비 비율은 관련 통계를 내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며 “기축통화를 보유했거나 사회적 자본이 탄탄한 OECD 선진국과 단순비교해 재정 여력을 판단해선 안 된다”라고 조언했다.

세종=손해용·조현숙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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