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의 그늘] 勞勞갈등은 예고편..본편은 '노조법'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유통업계와 배달 플랫폼 기업, 일부 공공기관 등에서 드러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양대노총 힘겨루기에 기업들이 부담을 호소하고 있으나 이는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재계에서는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이 산업 현장에서 노사 혼란을 부채질하는 '본편'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해고·실업자 노조가입·사업장 출입 허용
생산 차질·분쟁 발생 우려
12일 정부와 재계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강제 또는 의무 노동에 관한 협약 비준동의안(29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 비준동의안(87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 비준동의안(98호) 등 국제노동기구(ILO) 3개 협약에 대한 비준서를 조만간 ILO에 기탁할 예정이다. 앞서 ILO 핵심협약 87호와 98호 기준에 따라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 허용 등의 내용을 담은 노조법, 교원노조법,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 가운데 정부와 재계의 최대 쟁점은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이다.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것이 골자로 국내 노동법을 국제 수준으로 상향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당초 정부안에서는 실업·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되 근로자가 아닌 비종사 조합원의 경우 사업장 내 노조 활동 시 출입·시설사용과 관련해 사업장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그러나 입법 과정에서 '생산 기타 주요 업무에 관련되는 시설'로 쟁의행위를 금지하는 쪽으로만 범위가 축소됐다.
이 때문에 경제단체를 비롯한 재계에서는 쟁의행위 중 사업장 시설을 점거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 시설뿐 아니라 고객 접점이 많은 서비스 분야의 경우 사업장 내에서 벌어지는 노조 쟁의행위로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문제가 생겨도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업종·공정 특성과 사업장 내 노조 활동의 절차·관행, 내부 규정 등이 기업별로 다른 상황에서 모든 상황을 입법으로 세세하게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사내 출입절차를 기업이 스스로 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이나 노조 활동 등에 대해서도 기업별로 사내 규칙이나 단체협약으로 정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라고 해명했다.
美·유럽, 사업장 쟁의행위 위법 명시
"수정안 통해 명문화해야"
경제단체 정부 건의 계획
미국과 독일·영국·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은 근로자 단결권과 사용자 재산권·영업권이 동등하게 보호받아야 한다는 원칙 아래 사업장 점거 형태의 쟁의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와 일본은 이를 부분적으로 허용하거나 사용자 측의 출입이나 관리지배를 배제하지 않는 '병존적 점거'는 용인한다. 일본은 또 노조가 아닌 이들의 출입을 막아 회사업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배타적 직장점거는 위법하다고 판단한다.
사업장을 점거하는 쟁의행위에 따른 손실은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높은 실정이다. 한경연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평균 쟁의노동손실일수는 한국이 42.3일로 미국(6.0일), 일본(0.2일)보다 훨씬 길었다.
한경연은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내 조합활동 시 ▲사업장 출입·시설 이용규칙 준수 의무화 ▲사용자가 사전에 승인한 경우나 노조사무실에 한해 사업장 출입 허용 ▲사업운영에 지장을 줄 경우 퇴거 요구 근거 마련 등을 현행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에 추가해 달라고 조만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이 밖에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면서 교섭대표노조의 지위 기간은 2년으로 유지한 개정안 제14조10항도 3년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요청할 방침이다.
김용춘 한경연 고용정책팀장은 "교섭대표노조의 지위 기간과 단협 유효기간에 차이가 날 경우 사용자 입장에서는 효율성이 떨어지고 협상비용도 증가할 것"이라며 "교섭대표노조의 주요 역할이 단체협약 체결에 있다는 점을 감안해 시행령과 단협 유효기간을 연동하는 것이 입법취지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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