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시설 '의문의 정전' 사고..이스라엘 매체 "모사드 공격"
개량형 원심분리기를 보유한 이란 나탄즈 핵시설에서 의문의 정전 사고가 발생했다. 이란 핵합의를 복원하기 위한 당사국 회의가 열리는 와중에서다. 이란 측은 "비열한 테러 행위"라고 비난하고 나섰고, 이스라엘에선 자국 정보기관인 모사드가 개입한 사이버 공격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11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프레스 TV와 BBC 방송에 따르면 베흐루즈 카말반디 이란원자력청 대변인은 "나탄즈 지하 핵시설의 배전망 일부에서 정전 사고가 있었다"면서 "이 사고로 방사능 오염이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고가 우라늄을 농축하는 지하 원심분리기와 관련된 내부 전력 시스템을 완전히 파괴한 대형 폭발과 함께 발생했다고 전했다.
앞서 10일 이란 정부는 ‘핵기술의 날’을 맞아 나탄즈 핵시설에서 개량형 원심분리기를 가동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는데, 하루 만인 11일 정전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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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사보타주"…美 핵합의 복귀 반발?
이날 AP통신, 예루살렘포스트(JP)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공영 칸 라디오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나탄즈 원전 공격은 모사드가 관여한 이스라엘의 사이버 공격"이라며 "이란 시설의 피해는 이란이 밝힌 것보다 더 크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익명을 요구한 이스라엘 관리를 인용해 "이번 폭발이 이란의 우라늄 농축 능력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면서 "나탄즈 핵시설의 생산을 복구하는데 적어도 9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7월에도 나탄즈 핵시설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고, 당시 이란 정부는 ‘외부의 사보타주(의도적 파괴행위)’라고 주장했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정전 사고에 대해 "10년 이상 중동 전역에서 '그림자 전쟁'을 벌여온 두 적국(이란·이스라엘) 사이에 발생한 가장 최근의 사건"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건이 이란 핵합의로 복귀하려던 미국에 제동을 거는 이스라엘의 '사보타주(의도적 파괴행위)'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NYT는 "핵합의를 복구하기 위한 (바이든 정부의) 외교적 노력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불어넣었다"고 전했다.
앞서 2015년 이란과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등 주요 6개국은 핵 프로그램 동결, 단계적 감축을 골자로 한 핵합의(JCPOA)를 이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란이 비밀리에 핵개발을 이어가고 있다며 2018년 합의에서 전격 탈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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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방장관 방문 직전 발생…네타냐후 "다윗의 칼 계속 쥘 것"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건국 73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나탄즈 원전 사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란과 그 대리세력의 핵무장과 맞서 싸우는 것은 엄청난 과제"라며 "이스라엘이 다윗의 칼을 계속 손에 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핵합의(JCPOA) 복원 협상에 반대하면서 이란의 위협과 핵무장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공언해왔다.
앞서 오스트리아에서 핵합의 복원을 위한 첫 회담이 열린 지난 6일에는 홍해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의 해상 거점으로 활용된 이란 선박이 폭발물 공격을 받았고, 이란 측은 공격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기도 했다.
이번 나탄즈 정전 사고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이스라엘 달래기' 차원에서 현지를 방문하기 몇 시간 전에 발생한 것도 눈길을 끈다. 이날 오스틴 장관은 텔아비브에서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만나 이스라엘에 대한 "지속적이고 철통 같은 미국의 헌신"을 재확인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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