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치 한심한꼴 부끄럽다" 떠난 이철희, 靑정무수석 내정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신임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이철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내정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청와대는 이번 주 4·7 재보선 참패를 수습하기 위해 핵심 참모진을 교체하는 인사를 할 계획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번 주 초·중반에 수석급 중심으로 청와대 인사 교체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무수석에 내정된 이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20대 총선을 앞두고 직접 영입한 인사다. 정치평론가로 활동하며 JTBC ‘썰전’에 출연해 특유의 촌철살인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얻은 직후였다. 이 전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8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는 “정치의 한심한 꼴 때문에 많이 부끄럽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전 의원은 지난해 총선 이후에는 방송 활동을 해왔다. 이 전 의원은 청와대로부터 내정 소식을 듣고 지난주 방송 활동을 정리했다고 한다. 이 전 의원이 진행하던 유튜브 방송 ‘이철희의 공덕포차’는 지난 8일로 ‘시즌 1’을 마무리 지었다. 이 전 의원은 SBS 라디오 ‘이철희의 정치쇼’에서는 마지막 인사를 하지는 않았지만, 12일 방송에 갑작스럽게 출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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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수석으로 첫 非文 내정
이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이 직접 영입한 인사이긴 하지만 ‘친문’(親文)과는 거리가 먼 ‘비문’(非文) 인사로 분류된다. 그는 이른바 ‘조국 사태’에 대해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라고 지적하는 등 검찰을 공격했던 친문 정치인과 결이 다른 발언을 했다.
이 전 의원은 지난해 9월 정무비서관 인사 당시에도 후보군에 올라 있었지만 ‘비문’이라는 점이 걸림돌이 됐다는 여권의 관측도 있다. 당시 임명된 배재정 비서관은 핵심 친문 인사다.
정치권은 ‘비문’ 인사의 정무수석 발탁을 “쇄신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한다. 그동안 “문 대통령 주변의 친문 인사들이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여야에서 제기돼왔다. 특히 최재성 정무수석이 4·7 재보선의 전략 수립·판세 읽기 등에 실패했다는 여당 내 비판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 전 의원은 차기 민주당 당권 주자 중 한 명인 홍영표 의원과 20대 국회에서 원내대표-원내수석부대표로 호흡을 맞춘 경험도 있다.
다만 ‘내로남불’ 비판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의원은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586세대가 물러날 때”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는 뜻도 밝혔다. 하지만 스스로 586세대인 이 전 의원은 1년여 만에 다시 정치권에 들어오게 됐다.
정무수석 외에 민주당 초선 의원들로부터 “청와대 인사원칙이 다 무너졌다”는 비판을 받은 김외숙 인사수석의 교체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이미 사표를 낸 김영식 법무비서관과 4·7 재보선 책임이 있는 배재정 정무비서관, 홍보라인 일부 교체설도 나온다. 재보선 참패의 여파가 청와대 정무·인사·홍보라인 핵심 요직의 대폭적인 물갈이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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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각 시점은?
청와대는 개각도 이르면 이번 주 발표할 계획이다. 대선 출마 예정인 정세균 국무총리의 사의 발표가 개각 발표 시점의 변수다. 정 총리는 당초 이란 방문(11~13일) 이후 사의를 공식화할 계획이었지만, 오는 19~21일 국회 대정부질문 일정이 새로 잡혔다. 총리실 핵심 관계자는 “대정부질문 이후 정 총리가 사의를 밝히는 게 자연스럽겠지만, 확실한 건 정 총리가 이란에서 돌아와 봐야 안다”고 했다.
여권에선 “개각이 다음 주로 미뤄질 경우 쇄신 이미지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총리 사의 공식화와 별개로 개각은 이번 주에 발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후임 총리는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영주 전 무역협회장에 여성 인사 등 3~4명으로 청와대 검증 후보군이 압축됐다고 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이번 개각 대상에 올라있다. 후임엔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노형욱 전 국무조정실장 등이 논의되고 있다. 장관으로는 이미 사의를 밝힌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과 ‘장수 장관’인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이 교체 대상이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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