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세상] 코로나19와 게임중독

2021. 4. 1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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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로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현저히 늘었다.

J의 엄마는 어려서부터 아이가 게임에 빠질까봐 몹시 염려를 해왔고 주의를 기울여 관심을 갖고 통제를 해왔다.

그런 엄마에게 아이가 하는 게임을 '쓸데 없는 시간 낭비 행동'이고 '쾌락에 중독된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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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문제점 등 훈계보다 대화가 해결 열쇠


코로나 위기로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현저히 늘었다. 외부 활동이 힘들어 지면서 컴퓨터 게임에 몰입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이로 인한 부모-자녀 간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위기의 가정이 속출하고 있다.

J는 중학교 3학년 남학생이다.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잠자는 것도 잊고 밥을 먹으면서도 게임을 한다. J의 엄마는 어려서부터 아이가 게임에 빠질까봐 몹시 염려를 해왔고 주의를 기울여 관심을 갖고 통제를 해왔다.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엄마의 말을 듣고 자제를 하는 편이었으나 사춘기가 되면서는 게임을 재미를 알고부터는 게임을 자제하지 못하고 ‘미친 것처럼’ 빠져들어갔다. 엄마가 중단시키려 할라치면 엄마에게 욕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엄마를 밀치고 폭행하기도 한다.

J의 말을 들어보니 “게임을 하다보면 다른 생각도 나지 않고, 잠깐 화장실을 가거나 식사를 하거나, 자거나 쉴 때에도 계속 생각이 나요. 잘 해보고 싶은 욕구가 샘 솟아요. 헌데 엄마는 나를 ‘미친 놈’ ‘중독자’ 취급을 한다니까요. 그러니 화가 나지 않겠어요. ‘너는 게임 중독자야. 정신병원에나 가야 정신 차리겠어?’라며 고함을 치는데 내가 미친놈처럼 행동 안 하겠냐고요”

사실 그랬다. 엄마는 평생을 여가나 취미도 없이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며 살아왔고 성공도 이루었다. 아들도 그리 살기를 바랬다. 그런 엄마에게 아이가 하는 게임을 ‘쓸데 없는 시간 낭비 행동’이고 ‘쾌락에 중독된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게임은 악이다’라는 명제를 갖고 있었다. 이런 생각으로 아이와 대화를 하게 되니 아이와의 대화는 당연히 단절되고 아이는 ‘나는 악인 게임과 친한 나는 나쁜 사람, 사람 구실 못하는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엄마를 폭행하는 사람답지 못한 행동을 하기에 이른다.

만일 엄마가 이렇게 게임에 빠진 아이와 “우와, 무언가를 하고 있는 동안 그렇게 빠져들고 매혹될 수 있구나. 엄마는 그런 경험이 없는데 정말 대단한 경험이겠는데? 어떤 점이 그렇게 너를 끌어당기고 매혹적인거니? 어떤 게임인데? 진짜 궁금하네?”하고 물었다면 아이의 반응은 어땠을까? 엄마의 이런 말이 아이를 게임에 더 빠져들게 할까 봐 두려워할 필요는 전혀 없다. 오히려 아이는 엄마와의 대화가 된다고 느끼고 인정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엄마보다 많이 알고 자신 있는 분야이니 게임에 대해서 신나게 설명도 하고, 엄마에게 가르쳐 주기도 할 것이다.

대화를 해나가다 보면 게임의 어떤 속성이 아이를 이끄는지도 파악이 될 거다. 게임 안에서, 경험치가 오르고 레벨업이 되거나 돈을 많이 벌어서 단기적으로 성취감을 맛보는 것을 좋아하는지. 기술이 늘고 할 수 있는 게 늘어나며 유능감의 느낌을 만족스러워하는지, 자기만의 규칙을 세우고 건물을 짓고, 미로를 만들고 창조적인 느낌을 좋아하는지, 게임하면서 채팅하거나 마이크 켜고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비대면으로 만나 모르는 사람과도 함께 미션을 해결하고 함께 하는 걸 재밌어하고 좋아하는지를 묻고 들으며 파악해 나갈 수 있다. 게임의 종류에 따라 어떤 속성이 아이를 끌어당기는 지가 파악된다면 아이에게 어떤 부분에 ‘결핍’이 있어 채우고 싶어 하는 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만일 아이가 친구 관계에서 어려움이 있어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나, 부모님과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라면 “그런 순간에 그 게임은 정말 좋은 친구였네. 그래도 그 게임이 있어서 다행이었구나. 게임 개발자에게 고마워해야 겠네”라고 말하면서, 아이의 행동 이면의 감정을 수용해주자. 게임의 중독성과 문제점을 훈계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이렇게 대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하면 문제해결의 열쇠가 따라 온다.

이호분(연세누리정신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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