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합창단과 전 세계 동포들이 함께한 세월호 7주기 추모제
[이두희 기자]
▲ 노래만큼 좋은 세상 416합창단 |
ⓒ 416해외연대 |
권력과 자본이 모든 것을 앗아간다 해도 한 인간으로부터 끝끝내 빼앗아 갈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그건 바로 아이에 대한 부모의 사랑입니다. 아이는 없지만 부모가 있는 한 그 사랑은 더욱더 단단해집니다. (제훈 엄마)
목을 통해 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가슴을 끊어내는 고통과 슬픔을 견뎌온 엄마, 아빠들 그리고 그들과 그 아픔을 나누고자 함께 해 온 이들이 온 힘을 다해 부르는 영혼의 노래, 통곡의 노래, 희망의 노래가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을 타고 전 세계에 울려 퍼졌다.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아 416합창단, 스프링세계시민연대, 416해외연대가 함께 주최한 추모제 '다시 너를 부르다'는 눈물과 감동, 위로, 새로운 다짐을 약속하는, 북받치는 슬픔이면서도, 따뜻하고 정겨운, 진실을 밝혀내고자 하는 이들의 뜨거운 연대의 마당이었다.
11일 오후 3시 안산 보노마루 소극장 객석 하나하나에 희생된 아이들의 이름이 새겨진 등을 마주하며 노래 '잊지 않을게'가 울려 퍼지자, 작은 화면 너머 또렷이 보이지 않지만 우리 모두가 아이들에게 다짐했던 약속만큼은 하나인 서로를 묶어주는 무대가 시작되었다.
합창단의 '잊지 않을게' 뒤에는 416해외연대와 스프링세계시민연대의 추모사가 이어졌다. 워싱턴 D.C.의 조민아씨는 "겨울 끝에 봄이 어김없이 돌아와 생명을 쏟아내듯, 죽음의 시절이 아무리 깊고 어두워도 그 끝에는 반드시 삶이 있으리라 희망이 버리지 않습니다"라고 희망을 이야기했고, 휴스턴의 구보경씨는 "진실을 밝히는 그날까지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고, 더 이상의 희생이 없는 안전한 나라를 함께 만들며 이 마음 영원히 변치 않겠노라"라고 굳은 다짐을 약속했다.
▲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우리 아이들은 또다시 능욕당했고, 엄마 아빠들의 7년간의 몸부림은 무시당했습니다" |
ⓒ 416해외연대 |
365일 하루만은 다른 것 다 잊고 추모만 하고 싶었습니다. 마음껏 그리워하고 흐르는 눈물 그렇게 놔두고 함께 부둥켜안고 다독이면서 추모의 시간을 한번 보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또다시 능욕당했고, 엄마 아빠들의 7년간의 몸부림은 무시당했습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
11일 아침, 참사 해역에서 선상추모식을 갖기 위해 현장을 향하던 가족들은 목포해경이 현장에 가기 위한 이동수단으로 3009함을 제공하자, 추모식을 취소하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 3009함은 참사 당시 함정 헬기에 희생자 대신 해경청장 등을 태우며 구조를 방기한 선박이다. 유경근 위원장은 7년간의 노력과 절실함이 문재인 정부하에서 이렇게 능욕당할 줄은 몰랐다며, 억누를 수 없는 분노의 마음으로 추모사를 대신했다.
하늘나라는 하루가 천년 같다지? 그 하루가 지나기 전에 우리 다시 만나서 꼭 안아보자 (지성엄마)
온전히 너를 그리워만 할 수 없는 가슴 아픈 현실 속에서 네가 없는 이 세상에서 너를 품고 노래를 부른다. (동혁엄마)
그날 그때, 너와 나의 자리가 바뀌었어야만 했어. 아빠가 널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그리고 많이 사랑해. (시찬아빠)
스물네 살의 우리 영만이는 어떤 세상을 꿈꾸고 있을까 상상하면서 엄마도 아들이 꿈꾸는 그 세상을 위해서 엄마도 노력할 거야 (영만엄마)
엄마, 아빠들이 별이 된 아이들 하나 하나에게 말을 건네고, '날마다 고마웠어, 매 순간 사랑했어'라는 노래 가사에 모두가 참았던 감정이 한꺼번에 터져 나와 사회자도 눈물에 말을 잇지 못했다.
더 이상 부끄러운 추모식, 되지 않기를
2020년 416합창단이 제작한 북CD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읽고 공감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호주 시드니의 김현정씨는 합창단 노래 가운데 '노래여 날아가라'의 노랫말 내용을 낭독하고 "노래를 통해 진상규명의 의지가 널리 널리 퍼져나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합창단 일반단원 조미선씨는 본인이 화정교회 공연에서 했던 내용을 낭독하고, "암담한 현실이지만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말밖에 없다"고 말하고, "노래는 서로가 서로의 소리를 들으면서 서로 조율을 해야 하는데, 다른 현장에서 옆사람의 소리를 잘 들어야 같이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합창단을 통해 깨달았다"고 말했다.
▲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 416합창단 북시디 |
ⓒ 이두희 |
가슴이 찢기는 아픔을 아름다운 노래로 승화시키시는 부모님들께 존경과 감사를 드리며 그 마음 늘 기억하고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줌 채팅창
가족분들 그리고 함께 하시는 시민분들... 416합창단 여러분들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항상 잊지 않고 함께 걸어가겠습니다.
유튜브 채팅창
온라인을 통해 참석한 세계 곳곳의 동포들도 줌과 유튜브의 채팅창을 통해, 가족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굳은 결의를 보여줬다.
여전히 진상규명이 되지 않는 아픈 현실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함께 하는 이들을 확인함으로써 새로운 희망의 싹을 발견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8주기 추모식에는 진실이 밝혀지고 모든 책임자가 처벌되어서 더 이상 부끄러운 추모식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며 합창단이 '약속해'를 부른 후 외친 구호를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외쳐본다.
▲ 다시 너를 부르다 세월호 7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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