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 차단제 리콜 대란, 뭘 써야 해?_선배's 어드바이스 #60
연초부터 화장품 업계엔 칼바람이 불었다. 발단은 작년말 미국 〈뉴욕 매거진〉이 K 뷰티로 각광받던 한 국내 브랜드 자외선 차단제를 커버스토리에까지 올리며 SPF 지수가 허위라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그래서 화장품 임상시험기관인 한국 피부과학원의 안인숙 원장이 화장품 평가 앱 상위권 자외선 차단제들을 모아 실제 지수를 시험했더니 SPF50+ 대부분이 표기보다 낮게 나왔고 의심스러운 제품 다섯 가지는 심지어 SPF30 미만으로 나왔다. 자외선 차단제는 식약처 인증을 받아야 하는 대표적 기능성 제품으로 미국 등에선 일반의약품(OTC)으로 취급될 만큼 기능이 중요한 품목이다. 그런데 임상시험까지 거쳐 기능성 제품 인증을 받은 자외선 차단 지수가 표기보다 훨씬 낮았단 것.
안인숙 원장은 문제 제품들을 모자이크 처리했지만 분노한 시청자들은 해당 제품들을 찾아내 제조판매사에 항의했고 소비자 단체 ‘화난사람들’은 식약처 집단 신고와 함께 형사고발을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만약 검측 기관의 임상시험 결과마저 틀렸다면 정부가 나서지 않는 한 일반 소비자가 자외선 차단 지수를 명확히 검증할 방법은 없다. 호주에서는 제조판매업체가 동일한 방법으로 여러 검측 기관에서 지수를 시험해 오차를 줄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자외선 차단제를 안 쓸 수는 없는 법, 좀 더 믿어 봐도 괜찮은 제품 선택 기준은 몇 가지 있다. 가능한 한 많이 충족할수록 좋다.
첫째, 국내 생산 제품이면 CGMP(우수화장품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인증) 적합 제조사에서 생산된 제품을 선택한다.국내 브랜드 중 많은 제품이 직접 공장을 두지 않고 제조 전문업체에 생산을 위탁하는데 시설과 인력, 원료 등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준수해 제품 품질이 우수한 제조사들이 이 인증을 받는다. 대표적으로 한국콜마, 코스맥스, 아모레퍼시픽 등이 있고 주기적으로 식약처에서 리스트를 공개하니 다소 불편하겠지만 찾아볼 것.
둘째, 유럽, 미국, 일본에서 모두, 또는 두 지역 이상에서 판매되는 글로벌 자외선 차단제 전문 브랜드 제품이 좀 더 믿을 만하다. 세 지역은 자외선 차단 지수 표기 방식(한국은 일본 표기 방식)이 각기 다르지만 품질 평가 방법은 세계의 기준이 된다. 위 지역들에 자외선 차단제를 수출하려면 까다로운 검증을 거쳐야 하는데 예로 유럽 화장품협회(COLIPA)엔 자외선 A 차단지수가 B 차단지수의 3분의 1 이상이어야 한다는 권고가 있고 미국 FDA의 수입통관 승인을 받으려면 CGMP 제조시설에서 생산돼야 하고 라벨링도 철저해야 한다. 그래서 미국에 수출하는 국내 제조사엔 FDA에서 감사도 나온다. 하지만 〈뉴욕 매거진〉이 콕 집은 문제 제품도 미국에 수출된 것이라 그래도 빈틈은 있었음을 알렸다.
셋째, 전 성분 리스트 꼼꼼히 살피기.대부분 성분 분석해 주는 앱을 활용해 순한지만 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자외선 차단 기능을 할 수 있는 성분들이 충분히, 안정적으로 배합됐냐는 것이다. 미국 자외선 차단제들은 아예 자외선 차단 성분들은 따로 빼 % 까지 공개한다. 천연 성분 제품을 맹신하지 말아야 하는 게 각 차단 성분마다 주로 차단하는 파장이 있어 그것들이 조화를 이루고 안정화 성분도 있어야 비로소 자외선 A, B 모두를 잘 차단하기 때문이다.
넷째, 피부에 잘 밀착되고 오래 지속하는 제형이다.아무리 산뜻하고 가벼워도 금세 지워지거나 막을 이루지 못하면 표기된 자외선 차단 지수만큼 효과가 없다. 잘 지속하는 제형이면서 질감까지 산뜻하려면 기술력이 대단히 우수해야 한다.
주로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다 보니 베이스 메이크업을 따로 안 하고 톤업 효과가 있으면서 끈적이지 않는 자외선 차단제로 대신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톤업 자외선 차단제는 원래 한국에서 인기였지만 이젠 메이크업 베이스로서가 아니라 파운데이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피치, 핑크, 옐로 등 색은 다양한데 블루, 그린 등 피부와 반대인 색은 노란 기, 붉은 기를 확 줄여주고 피부 톤이 밝아 보이는 효과가 있지만 자칫 목, 귀 등과 동떨어져 보일 수 있으니 색이 은은한 걸 선택하고 가능한 노출된 모든 부위에 바른다.
톤업 타입의 하얀 가루는 징크옥사이드, 티타늄디옥사이드 등 무기 자외선 차단제 성분이어서 저자극 자외선 차단제에 많이 들어가는데 이에 그치지 않고 구아이아줄렌, 마데카소사이드, 대나무수 등 진정 성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제품도 많이 나왔다.
보습크림, 세럼 같은 자외선 차단제도 대세다.작년부터 나오기 시작한 오일프리에 가까운 수분크림, 세럼 제형 자외선 차단제들이 올해는 다양한 유효 성분들로 무장해 자외선 차단과 보습 외에 주름 개선, 미백, 손상 재생 기능까지 있는 제품이 많다. 귀찮은 사람은 하나만 듬뿍 발라도 스킨케어가 된다는 것. 블루라이트와 근적외선 차단까지 되는 광대역 차단 기능도 달라진 점이다. 빛은 파장에 따라 명칭과 특성이 갈리는데 피부에 해로운 빛은 다 차단하는 신기술이다.
마스크 쓰니까 안에는 자외선 차단제를 안 발라도 되지 않을까 하는 사람이 많다. 마스크는 자외선 차단 목적 소재가 아니기 때문에 극히 일부만 차단한다. 단, 자외선 지수가 낮은 날이나 창문과 먼 실내에만 머무는 사람은 마스크 안엔 자외선 차단제를 적게 바르거나 생략해도 된다. 작년에 쓰던 자외선 차단제를 써도 될까? 일제히 신제품이 나오니 바꿔야 하나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런데 연도나 계절이 문제가 아니고 일단 개봉을 하면 꾸준히 효과가 떨어지니 최대한 빨리 쓰는 게 좋다.또 정량을 쓰면 시중 자외선 차단제 용량상 얼굴에만 발라도 한 달 조금 넘어 다 쓰게 되는 제품이 많다. 오래됐단 자체가 충분히 안 발랐단 얘기다. 워터 레지스턴트? 이지 워셔블? 워터 레지스턴트 타입이 더 피부에 부담되지만 운동이나 야외활동을 자주 하거나 땀이 많은 사람은 사계절 쓰는 게 좋다. 반대로 거의 피부가 젖을 일 없는 사람은 아직은 땀이 많이 나지 않는 계절이라 쉽게 씻어지는 일상용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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