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자랑할 만하구나, 광교호수공원

운민 2021. 4. 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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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별곡] 수원 2편

[운민 기자]

우리나라의 신도시를 둘러싼 논쟁이 날로 격화되고 있다. 날로 과밀해지는 서울 집중현상과 그로 인한 경제, 사회적 기능이 과도하게 몰리면서 주택난은 점점 심각해졌다. 그것을 타개하기 위해 서울 근교의 일산, 분당 등 이른바 1기 신도시가 탄생했고, 동탄과 판교 등 2기 신도시까지 계속 정책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신도시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생각해야 할 점이 많아 보인다. 획일한 도시구역과 프랜차이즈로 도배된 상가들... 자족 자급 기능이 부족해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신도시, 투기를 부추기고 집값 상승의 주범이 되기도 했다.

신도시로 이주하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어만 갈 것이고, 머지않은 미래에 대한민국의 절반 이상이 신도시에 살지도 모른다. 분당과 판교 일산 신도시는 소속되어 있는 도시와의 유대감도 부족한 상황이다. 신도시는 아무래도 여행지로서의 매력이 다소 떨어질텐데 광교신도시 호수공원이 2014년 올해 최고의 경관으로 뽑혔고,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린다고 하니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 광교신도시로 향했다. 
 
▲ 수원 광교 박물관의 전경 광교신도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나온 유물과 광교지역의 문중들이 기증한 소장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광교박물관은 부지내의 역사적인 공간과 합쳐져 광교신도시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만드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 운민
 
수원박물관에서 차를 몰고 5분만 나아가면 고속도로 톨게이트 맞은편에 광교 역사공원과 공원 한복판에 자리한 수원 광교박물관이 보인다. 광교 역사공원에는 세종의 장인으로 유명한 심온 선생 묘와 태종의 8남인 혜령 군의 묘가 함께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역사탐방을 하기 알맞게 되어 있다. 하지만 우선 광교박물관에 가서 광교신도시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광교박물관은 신도시를 새로 택지지구로 조성하는 과정에서 발굴된 신석기시대 집터를 비롯해 조선시대까지 1,100여 기의 유구가 조사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광교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 광교신도시의 미래에 대해 고찰해보기 위해 박물관을 설립했다고 한다.

광교신도시가 비록 새로 만들어진 뉴타운이지만 수원의 색채가 유난히 짙다. 왜냐하면 수원의 대표적인 진산인 광교산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광교산은 928년 왕건이 견훤을 정벌하고 돌아가는 길에 이산에서 광채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광경을 보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주는 산이라 하여 산 이름을 친히 '광교'라 지었다고 전해진다.

원래 광교신도시 지역(이의동)은 청송 심 씨, 청주 한 씨, 안동 김 씨, 상주 황 씨 등 여러 성씨들이 집성촌을 형성하고 이 지역의 사회와 문화를 주도하였다. 특히 청송 심 씨는 심온의 묘를 이곳에 두게 되면서 광교 지역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고, 이후 이 일대의 가장 큰 동족마을을 이루었다. 다음으로 큰 집성촌은 안동 김 씨였다. 김언침의 묘를 광교 지역에 두면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광교신도시 조성과 더불어 안동 김 씨 묘역의 상당수가 이전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복식을 비롯한 다양한 부장품이 출토되었다. 

그 밖에도 광교박물관에서는 국회의원, 문교부장관, 대한 체육회장을 역임했었던 민관식 선생이 기증한 스포츠 관련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역사학자 이종학 선생이 기증한 독도 관련 자료와 조선시대 고서, 고지도 등 수많은 연구 관련 자료가 있었다. 하지만 광교박물관의 성격에는 조금 맞지 않은 생뚱맞은 것들이라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교 신도시에는 역사공원과 박물관 등 매력을 끄는 요소가 분명히 있다. 내친김에 광교신도시의 속살을 조금 더 파악해보려 한다. 
 
▲ 광교신도시의 랜드마크, 갤러리아 광교 백화점의 독특한 외관 광교신도시에는 유난히 독특한 건축물들이 다수 눈에 띈다. 그 중의 압권은 단언 갤러리아 백화점이라 할 수 있는데 유명 건축가인 렘 콜하스가 참여했다고 알려진 갤러리아 백화점은 우리나라 건축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 운민
 
광교신도시는 정조대왕이 화성을 설계하면서 했던 말 중에 '고금의 아름다운 것을 이 성에 갖추도록 하라'라는 말에 영감을 얻은 만큼 디자인이 화려한 건물이 많았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할 수 있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렘 콜하스가 디자인에 참여한 갤러리아 광교 백화점은 호불호가 갈릴 정도로 파격적인 디자인을 자랑한다. 퇴적암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외관은 수많은 암석들이 겹겹이 쌓여있는 듯한 현실이 아니라 우주의 다른 행성으로 온 게 아닌지 하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킬 만하다.
초현대적인 건물이 가득한 광교신도시지만 수도권 신도시 중 가장 높은 녹지 면적을 자랑하는데 그 일등공신은 바로 광교호수공원이 아닐까 싶다. 현재는 광교신도시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음은 물론 수원에 오면 꼭 가야 할 곳으로 손에 꼽힌다. 신도시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호수공원이지만 왜 광교호수공원이 유독 유명한지 궁금증이 들었다. 보통 신도시가 조성되면 택지 계획에 따라 호수공원이 함께 만들어진다. 하지만 광교호수공원의 역사는 일제 시대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 수원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광교호수공원의 전경 광교신도시에 자리잡은 광교호수공원은 도심과 자연이 어우러진 최고의 호수공원이라 평가받고 있다. 그 명성이 수원을 넘어 전국에 알려지며 많은 외지인들이 호수공원을 방문하고 있다.
ⓒ 운민
 
▲ 광교호수공원에서 바라본 광교신도시 풍경 광교호수공원을 한바퀴 돌며 광교신도시의 전체적인 모습을 가늠해 볼 수 있다. 경기도청이 미래에 이주해 올 예정으로 광교신도시는 경기도의 사실상 중심지로서의 역활을 할 채비를 마쳤다.
ⓒ 운민
원래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저수시설이었고, 여천 저수지와 신대저수지 두 개의 저수지로 구성되었다. 이후 여천 저수지는 원천저수지로 이름을 변경했다. 특히 원천저수지에는 수원시의 유일한 놀이공원이나 다름없었던 원천유원지가 위치했었다. 197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이래 호수 주위에 많은 행락시설과 놀이기구가 들어서면서 수원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유원지가 되었다. 수원시민 중에는 원천유원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더러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2008년 광교신도시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원천 그린란드를 필두로 여러 놀이공원이나 식당 등이 폐업하였고, 원천호수와 신대호수를 한 대 묶어서 자연생태공원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야간에 호수에서 광교신도시를 바라보고 있으면 호수와 도심의 조화가 정말 잘 어울리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 아름다움을 보러 수원시민은 물론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더더욱 몰리고 있지 않는가 싶다. 크기 자체도 일산 호수공원의 2.2배에 달하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규모이며 처음부터 인위적으로 조성된 여타 호수공원과 다르게 원래 있던 호수와 숲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만들어졌기에 숲도 더더욱 울창하고 아름답다. 

천천히 호수를 한 바퀴 산책하며 울창한 숲의 공기를 마음껏 들어마셔본다. 광교신도시의 교통, 교육, 물가 등 세세한 사항은 이방인이라 알지 못하지만 이런 아름다운 공원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 동네 주민이 부러웠다. 신도시의 이상향이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광교호수공원의 랜드마크인 프라이부르크 전망대로 이동했다. 
 
▲ 광교호수공원의 자랑인 프라이부르크 전망대 세계적인 친환경 도시인 독일의 프라이브루크와 자매결연을 기념하여 만든 전망대로 나무결의 색깔과 비슷한 색상을 취해 친환경적인 특색을 들어내고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신대호수, 원천호수와 광교신도시의 전경을 살펴볼 수 있다.
ⓒ 운민
 
나무 모양의 원통형으로 우뚝 솟은 전망대는 독일의 세계적인 생태도시인 프라이부르크와 자매결연 체결을 기념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전망대에 오르니 원천호수와 광교신도시는 물론 반대편 신대호수의 풍경도 선명하게 보인다. 높은 곳에서 시원한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그동안 막혀 있던 답답한 가슴이 시원하게 풀린다. 

앞으로 우리의 주거지도는 어떻게 변할까? 과연 끊임없는 신도시 개발이 앞으로 계속 지속될지 필자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수원의 광교신도시를 둘러보며 수원 원도심과 아이덴티티를 함께 하면서 그 도시의 가치를 더해주는 신도시가 생긴다면 그것 자체로 의미 있는 시도가 아닐까 생각하며 광교신도시 탐방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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