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천안함 재조사, 이인람 위원장 지시였다..수시 채근도"
"비상임위원들에 알리거나 의견청취 안 해"
사건 초기 '북 어뢰 공격'에 "넋 빠진 것" 비판
대통령 직속 군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규명위)가 ‘천안함 재조사’에 나서게 된 배경에 이인람 규명위 위원장의 조사 지시가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규명위 내부 사정에 밝은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11일 이 위원장은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민주당 추천)의 진정이 접수된 이후 실무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사개시’ 의견으로 위원회에 천안함 재조사 상정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한 소식통은 “지난해 9월 당초 규명위로부터 ‘진정 반려’를 통보받은 신상철 전 조사위원이 고상만 규명위 사무국장에게 항의 전화를 해 규명위가 발칵 뒤집혔고, 결국 진정을 접수 처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이후 상임위원이 주관하는 조사과 회의(과장단 회의)에선 ‘조사개시’ 의견으로 ‘7인 위원회’에 올리는 것을 놓고 내부 반대가 심했지만, 이 위원장이 강행 처리했다”고 말했다. 재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는 이른바 ‘7인 위원회’는 위원장, 상임위원 및 5명의 비상임위원으로 구성된다.
또 다른 소식통은 “내부에서 격론이 벌어질 만큼 중요한 사건인데도 사전에 비상임위원들에게는 보고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의견 청취도 따로 하지 않았다”며 “이를 모르는 위원들은 천안함 사건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지난해 12월 다른 안건들과 함께 ‘조사개시’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비상임위원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천안함 사건인 걸 사전에 알았더라면 위원회에서 어떻게 통과시켰겠느냐”고 당시를 설명했다. 규명위 위원들은 언론 보도(중앙일보 4월 1일자 12면)로 관련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 2일 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천안함 재조사를 각하 처리했다.
다른 소식통은 또 “(천안함 재조사) 사건이 조사1과로 배당된 이후 이 위원장이 수시로 회의를 소집해 담당 과장에게 ‘왜 적극적으로 조사를 진행하지 않느냐’고 채근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이같은 주장에 대한 이 위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와 문자로 수차례 연락했으나 이 위원장은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군 법무관(육군 중령) 출신으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활동해왔다. 이 위원장은 천안함 폭침 사건(2010년 3월 26일)이 일어나자 정부 조사와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당시 개명 전 이름(이기욱 변호사)으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2010년 4월 7일 보도)에서 “군 전문가 의원이 한 명도 없고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도 부족하다. 그런 의원들이 뭘 아느냐”며 “(당시 북한 잠수함의 어뢰 공격 가능성을 주장한 김학송 국회 국방위원장에 대해선) 넋 빠진 것이다, 사태의 본질을 못 짚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신상철씨의 항의 전화를 받았던 고상만 규명위 사무국장의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과거 발언도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고 사무국장은 2017년 3월 29일 '나꼼수' 멤버인 김용민씨가 진행하는 팟캐스트(김용민 브리핑)에 출연해 천안함 재조사를 주장했다. (*방송 링크: http://podbbang.com/ch/9938?e=22237907)
고 사무국장은 당시 이 방송에서 "북 어뢰에 폭발 침몰이라고 정부는 말하고 있는데, 폭발하기 위해선 매우 엄청난 화약이 폭발해야 하지 않나"라며 "그런데 사건 당시 화약 냄새를 맡은 생존자가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탕 안에서 방귀를 뀌었다고 어디 안 간다. 뽀글뽀글한 거품이 올라와서 수면 위에서 뻥 하고 터진다"며 "그 순간에 냄새를 맡아보면 바닷속에서 터졌기 때문에 냄새가 안 날 수 있단 말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계에 실패해서 패배한 전쟁인데 이 패배한 전쟁에 책임을 진 군인은 아무도 없다”며 “심지어 이 천안함 사건의 당사자이면서 부하 46명을 잃었던, 그리고 천안함을 잃게 한 천안함장, 이 사람조차도 처음에는 징계를 받았지만, 이것에 대해 이의제기를 해서 징계처분이 유예됐다”고 말했다.
김상진ㆍ박용한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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