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미얀마는 킬링필드..韓, 도와달라" 수녀도 통역도 울다

정은혜 2021. 4. 1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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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경 앞 무릎 꿇은 누 따웅(45) 수녀 인터뷰
"무릎 꿇었지만 내 눈앞서 청년 총맞아 사망"
미얀마 북부 카친주의 무장 경찰 앞에서 무릎 꿇었던 안 로사 누 따웅 수녀가 중앙일보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사람들이 짐승처럼 죽어가고 있습니다. 여기는 지금 '킬링필드'입니다. 도와주세요."
무장한 군인들 앞에서 "시위대 대신 나를 죽여달라"고 빌던 용감한 수녀는 인터뷰가 끝난 뒤에도 한참을 울었다. 미얀마 북부 카친주(州) 주도 미치나에 있는 성 프란시스 자비에르 교구 소속의 안 로사 누 따웅 수녀(45)의 얘기다.

누 따웅 수녀는 지난 3월 8일, 2월 28일 두 차례 진압군 앞에서 무릎을 꿇고 시위대를 살려달라고 간청했다. 이 모습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확산해 전세계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나도 미얀마 거리에 무릎을 꿇는다. 폭력을 멈춰달라"고 나섰다.

하지만 미얀마 거리는 4월에도 피로 물들고 있다. 10일 현재까지 군·경의 무장 진압으로 사망한 사람이 701명(정치범지원협회 AAPP)으로 집계된다. 미얀마 군부는 시위를 막기 위해 무더기 사형 집행까지 하는 등 공포 정치를 가동 중이다.

중앙일보는 누 따웅 수녀와 최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무릎을 꿇은 당시 상황과 심정, 내전으로 번지고 있는 미얀마의 현지 분위기에 대해 물었다. 미얀마 군정과 민정 모두에게 탄압받은 아픔이 서린 카친주 시민이자 종교인으로서 시국을 대하는 마음도 궁금했다.

인터뷰 말미 누 따웅 수녀는 한국과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하며 눈물을 흘렸다. 현지에서 통역을 돕던 미얀마 청년 킨(가명)도 고개를 젖히고 눈물을 닦았다.

안 로사 누 따웅 수녀가 국제사회에 도움을 호소하며 울먹이자 현지에서 통역을 돕던 미얀마 청년 킨(가명)도 눈물을 닦았다. 정은혜 기자.

누 따웅 수녀는 "부디 도와주세요. 여러분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있길 바랍니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이후에도 두 사람은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킨이 두 손을 모으고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하자 누 따웅 수녀도 따라서 인사했다.


일문일답

누 따웅 수녀가 가톨릭 교회가 연 치료 센터에서 부상 당한 시민을 치료하며 산모의 출산을 돕고 있다. [누 따웅 수녀 제공]

Q. 자신을 소개해달라

A. 이름은 안 로사 누 따웅. 성 프란시스 자비에르 교구 소속이다. 미얀마 북부 미치나 지역에 살고 있고, 의료 센터인 말리 긴다이 클리닉(Mali Gindai clinic)에서 일하고 있다.

Q. 불교가 다수인 국가에서 수녀가 됐다

A. 인종과 종교에 상관없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수녀의 길을 택했다. 모든 사람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임하길 빈다.

미얀마 북부 카친주 미치나 지역에서 안 로사 누 따웅(45) 수녀가 진압 경찰 앞에 두 차례 무릎을 꿇고 시위대를 쏘지 말아달라고 비는 모습. [SNS 갈무리]

Q. 군경 앞에서 무릎 꿇는 모습이 SNS에서 두 차례 화제가 됐다

A. 2월 28일, 군경 앞에서 시위대를 죽거나 다치게 하지 말아 달라고 빌었다. 그때 나는 "시위대 대신 지금 나를 죽여달라"고 말했다. 군인들이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시민들을 지키고 싶었다.

3월 8일, 두 번째로 무릎을 꿇었다. 실탄을 쏘지 말고 시위대가 평화롭게 시위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부탁했다. 경찰도 함께 무릎을 꿇고 나에게 "길에서 나와 달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사람을 쏘라는) 명령을 따랐다.

Q. 함께 무릎을 꿇은 뒤 수녀님 앞에서 사람을 죽인 건가

A. 나는 매우 깊은 슬픔을 느꼈다. 군인이 시민을 지키는 게 아니라 잔혹하게 살해한다는 점에서. 내 눈앞에서 한 명이 머리에 총을 맞아 사망했고 인근에서 또 다른 두 사람이 각각 머리와 복부에 총을 맞고 죽었다. 팔을 잃은 사람도 있었다. 도로는 피로 물들었다. 최루탄이 거리에서 터지고 실탄이 끊임없이 날아다녔다. 마치 전쟁처럼 사람들은 쓰러졌다. 모두가 도망치며 눈물을 흘렸다. 다친 사람들을 치료하면서 큰 슬픔을 느꼈다.


“하느님이 내게 힘을 줘 두렵지 않았다”

지난달 8일 카친주 미치나시. 누 따웅 수녀가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한 청년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SNS]

Q. 두렵지 않았나

A. 나도 내가 체포당하거나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무릎을 꿇었다. 하느님이 나를 축복하고 내게 힘을 줬기 때문이다.

Q. 내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 북부 상황은 어떤가

A. 군부가 미얀마 (소수민족 반군 중 하나인) 카렌족에게 치명적인 무기를 썼고 공습도 했다. 군의 공습 탓에 많은 이들이 정글로 도망쳤다. 오랫동안 난민처럼 살아온 카친족에게도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고아가 된 아이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이렇게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미얀마인들은 음식과 옷가지를 나누고 돈을 모으며 서로를 돕고 있다. 다친 사람들이 의료 센터로 오면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이 헌혈하려고 팔을 내민다. 민주주의를 염원하기 때문에 헌신하며 서로 돕는 것이다.

Q. 100명 넘게 사망한 '미얀마 군의 날' 무슨 일이 있었나

국제사회는 그날 100여명의 미얀마인이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 많은 사람이 죽었다. '미얀마 군의 날'은 '죽음의 날'이었다.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를 했는데 테러리스트(미얀마군)는 집에 있던 미성년, 어린이들과 그들의 가족까지 살해했다. 집을 파괴했고 재산을 약탈했다. 군부는 어린이들도 매우 쉽게 쏜다. 그들이 옳고 그름을 구분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어린이들이 죽을 때마다 너무나 고통스럽다.

Q. 가장 고통스러웠던 사건은

A. 내 눈앞에서 미얀마 청년이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진 것이 가장 고통스러웠다. 그의 머리에서 뇌 조직이 터져 나와 거리에 흩어졌다. 그렇게 무서운 광경은 처음 봤다. 너무나 큰 충격과 심적 고통을 느꼈다.

Q. 프란치스코 교황이 “나도 미얀마 거리에 무릎을 꿇는다”고 말했다

A.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얀마 사람들의 슬픈 현실에 관심을 가졌고 미얀마를 위해 기도했다. 교황이 미얀마인들의 절규를 보고 듣고, (군부를 향해) 폭력을 멈춰달라고 요청하며 무릎 꿇어줘서 너무나 감사하다. 부모님과 같은 따뜻함을 느낀다. 계속해서 미얀마를 위해 기도해주셨으면 좋겠다.


“오늘은 내가 살아있지만 내일은 죽을 수도”

미얀마 네티즌이 지난달 중앙일보에 전한 사진. 제보자는 지난달 19일 군경이 한 시민의 목을 눌러 부러트리려 강제로 누르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Q. 종교인으로서 현 사태를 대하는 마음은

A. 현재 미얀마의 모습은 마치 킬링필드를 연상케 하는 상황이다. 오늘은 내가 살아있지만, 내일 죽을 수도 잡혀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느낀다. 하느님이 주신 죄 없는 생명을 박탈하는 것은 큰 죄다. 영원하지 않은 세상에서, 탐욕스럽게 권력을 추구하고 서로를 죽이는 사회에서 행복은 존재할 수 없다. 하느님은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돕기를 바라신다. 가톨릭 교회는 다친 사람들을 돌보기 위해 치료 센터를 열고 의료 장비들을 구매했다. 공공 병원들이 문을 닫았기 때문에 우리가 다친 사람들을 치료하고 생명을 구해야 한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얻게 되면 인종, 민족과 상관없이 사랑을 베푸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Q. 카친주 시민들이 촛불 시위를 자주 하던데

지난 9일(현지시간) 미얀마 카친주 시민들이 촛불 시위를 벌이고 있다. [카친웨이브]

A. 시민들은 밤에 촛불 시위를 열고 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원한다(We want democracy)'라는 문구를 촛불로 만들었다. 촛불 시위는 시민들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죽음을 맞이한 영웅들이 안식을 얻기를 빌면서. 한국에서도 우리를 위해 촛불을 켜고 기도해준다면 미얀마인에게 큰 힘이 될 것 같다.

Q. 한국과 국제사회에 하고 싶은 말은

A. 미얀마인들은 매일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사람들의 가슴에는 울음으로 가득하다. 군부는 코로나보다 무섭다. 이런 미얀마에 관심을 가져주는 한국인과 전세계인에게 감사하다. 이렇게 인터뷰를 해주는 언론인도 감사하다. 미디어를 통해 한국인들이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해준 일들을 알고 있다. 우리는 결코 여러분이 보내준 지지와 도움을 잊지 못할 것이다. 미얀마인들은 매일 거리에서 죽고 있지만 미얀마 시민들과 젊은이들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매일 싸우고 있다. 부디 미얀마가 민주주의를 얻기까지 도움과 지지를 멈추지 말아달라. 국제사회의 긴급한 도움이 필요하다. 관심을 갖고 우리를 도와달라. 여러분 모두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있기를. 감사하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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