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혜 특파원의 여기는 베이징] 케리 美 기후특사 주내 방중 때맞춰.. '핑퐁외교' 띄우는 中

권지혜,베이징 2021. 4. 12.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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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가 9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 다카에서 압둘 모멘 방글라데시 외무장관과의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50년 전 미·중 수교의 물꼬를 튼 ‘핑퐁외교’를 기념하는 행사가 10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렸다. 6·25 한국전쟁 이후 적대 관계였던 미국과 중국이 탁구를 매개로 교류를 시작해 1979년 수교에 이르게 된 과정을 되새기는 자리였다. 71년 4월 10일은 미국 탁구 선수단이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처음 중국 땅을 밟은 날이다. 중국 관영 매체는 핑퐁외교의 의미를 강조하는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때마침 존 케리 미 대통령 기후특사는 이번 주 상하이를 방문해 중국 당국자들을 만날 예정으로 알려졌다. 방문이 성사되면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첫 고위급 인사의 방중이 된다. 기후변화 대응은 미·중이 극심한 경쟁 속에서도 서로 협력할 수 있다고 지목한 분야다. 냉전 시대 탁구가 그랬듯 기후변화 공동 대응이 양국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작은 공이 큰 공을 움직였다”

추이톈카이 미국 주재 중국대사는 핑퐁외교 50주년 기념 화상 연설에서 “사람들은 핑퐁외교를 설명할 때 ‘작은 공이 큰 공을 움직였다’고 말한다”며 “양측은 사회 제도가 다른 두 대국이 평화롭게 공존하며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증명했다”고 말했다.

추이 대사는 이어 “글로벌 도전에 맞서 미·중이 협력해야 할 영역은 오히려 늘어났다”며 “큰 공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약해지지 않고 강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측은 상호존중과 구동존이(求同存異·서로 다른 점은 인정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찾는다)라는 핑퐁외교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1일 “핑퐁외교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서로를 향해 나아가는 외교적 지혜와 의사결정 용기를 생생히 보여준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날 행사에는 제임스 헬러 상하이 주재 미국 총영사를 비롯해 핑퐁외교를 눈으로 본 전직 탁구 선수와 코치들이 참석했다. 헬러 총영사는 중국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인적 교류는 미·중 관계의 근간”이라고 말했다. 미·중이 갈등 국면에서도 핑퐁외교의 정신을 강조하고 나선 건 관계 회복 의지를 시사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핑퐁외교는 표면적으로는 미 선수단의 중국 방문으로 시작됐지만 닉슨 독트린 선언 이후 형성된 긴장 완화 분위기가 큰 영향을 미쳤다. 미·소 냉전 체제가 완화되고 미·중이 관계 개선 필요성을 느끼던 차에 열린 세계탁구선수권 대회가 계기를 마련해준 것이다. 71년 4월 미 탁구 선수단의 중국 방문을 시작으로 미국은 대중 무역 금지조치를 풀었고, 이듬해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과 마오쩌둥 중국 주석 회담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지금 미·중 관계는 79년 수교 이래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행정부 시절 바닥을 친 양국 관계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권을 연결고리 삼아 동맹과 함께 중국을 압박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중국은 제재에는 보복 제재로, 동맹 압박에는 우군 확보 전략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케리 특사의 중국 방문에 쏠리는 기대

다만 바이든 행정부 들어 변화가 있다면 미·중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정해놓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북핵문제 대응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은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어젠다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첫날 한 일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탈퇴한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을 선언한 것이었다. 기후변화 대응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060년 탄소중립 달성 목표와도 직결된 사안이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 국가를 순방 중인 케리 특사가 이번 주 상하이를 방문해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 특별대표 등을 만날 예정이라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양측은 이미 주요 현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리 특사는 인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협력하고 싶다. 차이점에 얽매여선 안 된다”고 대화의 손을 내밀었다. 케리 특사는 미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을 지냈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국무장관을 지낸 거물급 인사다. 케리 특사의 방중은 중국과 경쟁하고 대립하면서도 동시에 협력할 건 협력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가 반영된 행보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2~23일 기후변화 정상회의를 주재한다. 여기엔 중국도 초청을 받았다. 시 주석이 참석한다면 비록 화상이긴 하나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미·중 정상이 대면하는 자리가 마련되는 것이다. 미·중은 지난달 알래스카 고위급 회담에서 모두발언 난타전을 벌였지만 카메라가 꺼진 뒤에는 비교적 허심탄회하게 여러 이슈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케리 특사의 방중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시각도 있다. 미·중 고위급 회담 직후 신화통신은 양측이 기후변화 워킹그룹 구성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당국자들은 그런 합의가 이뤄진 적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WP는 전했다. WP는 “바이든 행정부가 성과를 장담할 수 없는 협의체를 공식화하는 중국식 수법에 말려들지 않으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지혜 베이징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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