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붙은 코인·불 꺼진 금.. '한 방' 걸고 판 키우는 위험자산
안전자산 금 거래 실적은 반토막
투자 패러다임 변화 우려 목소리
코인 시장에 국내 자금이 몰리면서 같은 비트코인이라도 국내 거래소 가격이 해외 거래소 가격을 뛰어넘는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반면 안전자산의 대명사로 꼽히는 금(金) 거래실적은 7개월여만에 반토막나는 등 위험 자산 쏠림현상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투자 포트폴리오에 코인을 편입하는 흐름이 늘어나면서 투자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평가와 함께 버블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11일 오후 2시(한국시간)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서 비트코인 시세는 개당 5만9713달러(약 6700만원)를 기록했다. 같은 시각 국내 거래소 업비트에서는 약 7850만원대에 거래가 이뤄졌다. 한국에서 글로벌 시세보다 약 1150만원(17%) 비싸게 팔린 것이다.
김치 프리미엄은 비트코인의 국내 시장가와 글로벌 시세 사이의 괴리를 나타내는 은어다. 별다른 예고 없이 갑자기 출렁거리면서 급격한 가격 변동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5일의 경우 프리미엄이 하루 만에 7% 포인트 상승한 뒤 사흘간 5% 포인트 하락하면서 시세가 요동쳤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 가격을 민감하게 반영하는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가상화폐) 가격은 30~40% 폭락했다. 10% 내외에서 머무르던 김치 프리미엄은 이달 초 급격히 상승하며 한때 22%까지 오른 뒤 10% 후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코인 시장 참여자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업비트의 지난 3월 이용자는 320만명으로, 1월(119만명)에 비해 200만명 이상 증가했다. 거래대금도 지난 7일 20조원을 기록, 17조원 수준인 코스피 거래대금을 훨씬 상회했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김치 프리미엄 원인으로 과도한 비트코인 수요를 꼽았다.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버블 현상이 확대되면서 ‘한 방’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가 모여들어 시장 크기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젊은 층 투자가 급증하면서 투자 실패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식시장과 달리 코인시장은 실적이나 성장가능성을 보여주는 공신력있는 근거가 없고, 24시간 변동폭 제한 없이 시장이 운영되고 있어 일순간 큰 손실을 입을 수 있어서다.
연세대 경제학부 성태윤 교수는 “암호화폐는 태생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높은 자산이기 때문에 가격하락이 시작되면 바닥이 없다”면서 “규제 이슈 등 투자 환경을 둘러싼 변수를 고려해 여러 가지 대안적인 투자 가운데 하나로만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 진입이 어려운 젊은 층이 각종 대출을 받아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경우도 많아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은 줄어드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이달 1~9일 일평균 금 거래 대금은 74억2800만원 가량으로, 지난해 8월 기록한 역대 최대치(일평균 143억원)의 반토막 수준이다. 일평균 금 거래 대금은 지난 1월 112억5000만원, 2월 96억1000만원, 3월 80억원 가량을 기록하며 4개월 연속 줄었다.
지난해 코로나19 탓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하면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던 것과 달리 금값도 지지부진하다. 1㎏짜리 금 현물 1g 가격은 지난해 8월 5일 장중 8만300원까지 올랐다가 지속 하락해 지난 9일 6만34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경기 회복세와 명목금리 상승으로 안전자산 수요가 후퇴한 데다 실질금리까지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수요가 저해됐기 때문”이라며 “코로나19 이후 경제 정상화가 예상되는 하반기에도 금 투자 환경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2분기에 단기적 인플레이션 헤지 장세로 접어들면 금 가격이 반등에 성공할 수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김지훈 조민아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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