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은 늘 옳아요.. 재연 뮤지컬 '광주' 싹 바꿨습니다"

박민지 2021. 4. 12.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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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웅 연출가·최우정 작곡가
뮤지컬 ‘광주’의 고선웅 연출(왼쪽)과 최우정 작곡가가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초연한 이 작품은 재정비를 거쳐 오는 13일 재연한다. 권현구 기자


뮤지컬 ‘광주’ 재연 무대를 올리기까지 고선웅 연출은 통렬한 비판들과 마주했다. 그때마다 “관객은 늘 옳다”는 신념을 되새겼다. 관객의 불편함을 읽어 내려가며 많은 것을 들어내고 또 삽입했다. 그럼에도 지키고자 한 것은 본질이었다. 1980년의 비극을 2021년에 담아내는 방식이 전통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엄숙하되 처절하지 않을 수는 없을까. 비극을 비극이라고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건 무대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참상을 인정하면서도 연극적 허용을 통해 통찰 영역을 넓혀주는 것이 슬픔을 다루는 고 연출의 방법이다.

‘광주’ 재연을 앞둔 고 연출과 최우정 작곡가를 최근 서울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났다. 고 연출은 “재연을 위해 더 자상하고 간결하게 정비했다”며 “진실이 무엇인가를 생각할 기회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 작곡가는 “이번 재연을 위해 기존 것들을 매우 정교하게 다듬었다”고 전했다.

고 연출은 1999년 희곡 ‘락희맨 쇼’로 신춘문예에 당선돼 데뷔했다. 연극 ‘조씨고아’,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등 걸출한 작품을 선보인 그는 공연계 스타 연출가다. 최 작곡가는 오페라 ‘달이 물로 걸어오듯’ 등을 작업한 대중적 음악가다. 둘은 2019년 창작 오페라 ‘1945’에서 인연을 맺었다. 당시 ‘위안부’ 이야기를 극으로 풀어냈다.

두 사람이 다시 합을 맞춘 ‘광주’는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지난해 10월 초연했다. 최 작곡가가 이 작품을 선택한 건 고 연출이 5·18 민주화 운동을 다루는 방법을 알고 있어서다. 고 연출의 연극 ‘들소의 달’ ‘푸르른 날에’, 이머시브 총체극 ‘나는 광주에 없었다’는 모두 그날의 광주를 이야기한다. 이번에는 비극성을 더 들춰낸다. 고 연출은 “40년이 지난 지금, 전작들처럼 단순히 ‘화해’를 말하면 안 될 것 같았다”며 “완전히 다른 소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야기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시작한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의 계략은 광주시민을 폭도로 몰아 진압하고 정권 찬탈의 명분으로 삼는 것이었다. 시위대에 잠입해 폭력 시위를 조장하고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업무를 부여받은 ‘편의대’가 시작이었다.

극은 편의대원 박한수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시민군의 열망에 감화돼 이념의 변화를 겪으며 성장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계엄군과 대치한 시민군의 신념과 서사는 건너뛰고 가해자 심리 변화에 집중했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고 연출은 “재연을 올릴 때 다 바꿀 각오를 했다”며 “초연 리뷰만 한 시간 넘게 읽었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다”고 전했다.

가장 큰 변화는 박한수에게 전사(前事)를 부여했다는 점이다. 초연 속 박한수는 광주와 개인적 인연이 없다. 하지만 재연에서 박한수는 광주 출신이고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야학 활동을 하는 문수경과 얽힌 사이다. 완전한 제3자였다가 광주와 관계성을 부여하면서 자연스럽게 동화되도록 한 것이다.

고 연출은 “정체성에 변화를 주면서도 객관적 시선은 유지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한수의 시선이 주는 객관성을 거듭 역설했다. “제3자를 투입해 객관성을 확보해야 그날의 광주를 온전히 담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발 뒤로 물러난 시선으로 비극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초연 당시 미비했던 부분을 보완했으니 아마 더 이입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음악은 장벽을 낮췄다. 최 작곡가는 “텍스트가 변했으니 음악이 변하는 건 당연했다”고 말했다. 초연 당시 비극에 매몰되지 않도록 트로트풍 넘버(음악) 등 파격적인 도전을 시도했지만 관객은 낯설어했다. 최 작곡가는 “이질감을 없애려 트로트풍 넘버를 제외하고 새로운 넘버를 추가했다”면서도 “음악이 드라마를 따라가는 방식은 지양했다”고 설명했다. 13일부터 LG아트센터.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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