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회사 밥까지 간섭하나" vs "빅5 단체급식 독점 깬 것"

임성빈 2021. 4. 1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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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대기업 구내식당 입찰 개방
삼성·현대차·LG·CJ 등 8곳 대상
직원 "군대보다 맛 없어지는 거냐"
기업 "복지문제라 대형업체 유리"
조성욱 "세계적 급식기업 탄생 기대"
국내 8개 대기업이 단체급식 시장을 외부에 개방하기로 하면서 대기업 직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 모습. [뉴스1]

삼성그룹 구내식당은 삼성웰스토리가, 범(凡)현대가 계열은 현대그린푸드가 도맡는 식으로 몰려 있던 대기업 단체급식 일감을 외부에 개방하기로 하자 “급식 퀄리티(질)가 떨어질 것”이라는 기업 직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정부는 “일감을 나누면 급식 산업의 서비스 수준이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직원과 정부 사이에 낀 기업들이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직장인 익명 게시판을 중심으로 구내식당 일감 개방에 대한 직원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삼성·현대자동차·LG·현대중공업·신세계·CJ·LS·현대백화점 등 8개 대기업은 단체급식 사업을 경쟁입찰로 전환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착화한 내부거래 관행에서 벗어나라”며 주도한 데 따른 것이다. 4조3000억원 규모(2019년 기준)인 단체급식 위탁 시장은 삼성웰스토리·아워홈·현대그린푸드·CJ프레시웨이·신세계푸드 등 상위 5개 사업자가 80%를 점유하고 있다. 모두 대기업 계열사 또는 친족 기업으로, 이들의 일감이 다른 중소 단체급식 업체에도 나눠질 전망이다.

공정위의 의도와는 달리, 직장인들 사이에선 “정부가 회사 밥까지 간섭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 대기업 블라인드에는 “우리 밥을 왜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하느냐”는 글이 올라왔다. “대기업 구내식당이 군대 식단보다 맛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조소적 반응도 잇따랐다. 일감 개방의 순기능을 기대하는 반응도 있었다. 한 직장인은 “공장 등의 사업장에선 밖에 나가서 사 먹기도 어려워 무조건 단체급식만 먹어야 한다”며 “그런데 급식의 질이 낮아도 경쟁이 없으니 다른 업체로 바꾸든가 경쟁입찰을 해야 한다는 소리가 예전부터 나왔다”고 말했다.

애초에 대기업은 급식을 하나의 사업이라기보다 복지 차원의 문제로 접근했다. 젊은 직원을 중심으로 구내식당 메뉴와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거래를 이어온 대형 업체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는 시선도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요즘 취업 준비생이나 신입사원은 구내식당 급식이나 건물의 시설도 꼼꼼히 따진다”며 “인재 모시기에 열중하는 기업 입장에선 직원 식사도 공들여 관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급식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대기업 단체급식의 식수와 위생 기준을 맞추더라도 기존 대형 업체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애초에 대기업 구내식당은 대형 업체가, 비교적 적은 식수를 제공하는 구내식당은 중소 업체가 나눠 가져온 시장이기 때문에 일감 개방의 효과가 작을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공정위는 “지난 25년간 단체급식 상위 5개사가 수의계약을 통해 안정적으로 일감을 확보했던 거래 관행을 깼다”고 강조했다. 이번 선언에 동참한 대기업 구내식당 사업 규모는 1조2000억원으로 식수로는 약 1억7800만 건에 이른다. 중소기업에 대규모 시장이 열린 것은 사실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중소기업 등 특정 기업과 거래하도록 강제하거나, 계열사 등 특정 기업과의 거래를 무조건 배제하도록 한 것이 아니다”라며 “8개 대기업이 스스로 일감 개방에 동참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한국에도 미국 아라마크·프랑스 소덱소·영국 콤파스 등과 같은 세계적 단체급식 기업을 탄생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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