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보다 4억원 싸다? 들쭉날쭉 실거래가

안장원 2021. 4. 12. 00: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실거래 가격, 비정상 거래 많아
기준 따라 '고무줄' 현실화율
평균 거래가에서 최고가 제외
납득할 만한 시세파악 급선무

2019년 12월 17일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서울 강남과 강북 주요 아파트의 다음 해 예상 공시가격이 대폭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사례 단지의 하나가 재건축 대상이 아닌 일반 아파트 가운데 처음으로 3.3㎡당 1억원을 돌파한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84㎡(이하 전용면적)였다. 그해 10월 거래된 실거래가가 34억원이었다. 정부는 이 금액을 기준으로 공시가격을 26억9500만원으로 예상했다. 로드맵에서 시세 30억원 초과에 적용키로 한 현실화율(시세 반영률) 80%를 반영했다. 하지만 다음 해 확정된 공시가격은 이보다 낮은 25억7400만원이었다. 실거래가 34억원 대비 현실화율이 정부 로드맵보다 낮은 75.7%다.

지난해 9월 입주한 서초구 서초동 서초센트럴아이파크. 지난해 거래량이 한 건으로 10월 12억6000만원이다. 올해 예정 공시가격이 15억3800만원이다. 현실화율이 122.1%다. 정부는 시세 15억~30억원 주택의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 목표를 78%로 계획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실거래가 논란에 휩싸였다.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이 지난 5일 자체 검증 결과를 발표하며 불을 댕겼다. 조 구청장은 “서초구 전체 공동주택의 19.8%가 공시가격 현실화율 80% 이상이고 3%는 10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6일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안 열람에 들어가며 정부가 밝힌 올해 평균 현실화율이 70.2%다.

같은 아파트도 실거래가 큰 차이

서초센트럴아이파크 실거래가와 공시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쟁점은 시세다. 시세에 대한 법적 설명이 없지만 관련 법령에서 말하는 ‘적정가격’이 비슷하다. 적정가격은 ‘통상적인 시장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 성립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인정되는 가격’으로 정의돼 있다.

시세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같은 현실화율을 적용해도 공시가격이 달라진다.

서초구청이 실거래가격을 기준으로 현실화율을 계산했는데 정부는 실거래가격을 시세로 봐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실거래가격에 비정상적인 거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집값 급등기에 추격 매수나 투기적 수요로 지나치게 높은 거래가격이 나타나기도 하고, 지인이나 가족 간 거래, 급매 등으로 아주 싸게 거래되기도 한다.

공시가격 산정에서 대개 실거래가격 중 평균 거래가격에서 차이가 많은 최고가를 제외한다. 아크로리버파크 84㎡에서 34억원 거래 이후 연말까지 거래가격이 2억~4억원가량 낮았다.

그렇더라도 실거래가가 주먹구구식으로 반영되기도 한다. 은평구 불광동 대원연립 77㎡ 공시가가 지난해 2억8400만원에서 올해 10억4900만원으로 뛴다. 지난해 실거래가 15억~16억원이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거래가 없다가 개발 호재 등으로 지난해 거래가 늘고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 단지는 2018~19년 거래가 다른 주택형에서 한 건만 있었다.

2017년 거래가격이 7억2000만~8억원이었고 2014년엔 4억6800만원이었다. 그런데 이때 공시가격이 2억~2억5000만원이었다. 실거래가격의 절반도 공시가격에 반영되지 않았다.

아파트 재고 대비 거래량 5.6%

재고 대비 거래량이 적어 실거래가격으로 시세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난해 공동주택(다세대주택·연립주택·아파트) 거래량이 114만가구로 공시가격 산정 대상(1420만가구)의 8.1%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5.6%였다. 서울의 공시가격 대상 공동주택 10여만단지 중 매매가 이뤄진 곳은 30%인 3만여개다.

거래사례 외에 한국부동산원·국민은행·부동산114의 시세 정보 등을 참고하는데 모든 단지의 시세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거래가 거의 없고 매물이 드물어 시세를 알 수 없는 단지는 뺀다”며 “주로 단지 규모가 작거나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축 단지”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임대료·분양가·주변 시세 등이 변수다. 서초센트럴아이파크의 경우 3년 전인 2017년 9월 분양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규제에 따른 10억여원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강남 아파트들의 시세가 현재 대개 2배로 뛰었다.

이 아파트의 올해 1~2월 실거래가 17억원이다. 3개월새 4억4000만원 뛰었다. 전셋값은 지난해 최고 11억원이었고 지난 2월엔 13억원까지 올랐다. 공시가격 산정에서 실거래가 12억6000만원을 ‘이상 거래’로 봤다.

서초구 방배동 월드빌라트 261㎡의 지난해 10월 실거래가가 10억7300만원이었다. 이 무렵 전셋값이 4억여원 더 비싼 15억원이었다. 1년 전인 2019년 거래금액이 16억원 정도였다. 결국 올해 예정 공시가격은 13억6000만원으로 결정됐다. 정부가 시세를 지난해 거래가인 10억원이 아닌 17억원 정도로 보고 공시가를 산정했다.

시세를 제대로 반영한 공시가격의 정확성은 미국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사설에서 “저가 주택 평가가격이 실제 거래가격보다 고평가됐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공시가격이 신뢰를 얻으려면 현실화율 제고보다 납득할 수 있는 시세 파악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