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S]'제발 잡아라'..'28구' 강경학 "투수 마음 이해해"

안희수 2021. 4. 11.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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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강경학이 마운드 경험을 통해 투수들의 마음을 이해했다. 한화 제공

생소한 경험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 마운드에 선 야수 강경학(29) 얘기다.

강경학은 지난 1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두산과의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에서 9번 타자·3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야수로 나섰지만 마지막 수비 뒤에는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한화가 1-14로 뒤진 9회 초 투수 임무를 수행했기 때문이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불펜 소모를 바라지 않았다. 뒤집을 수 있는 점수 차로 보지 않았다. 1차전에서 7-0으로 승리했기 때문에 10일 2차전에서 패해도 외국인 투수 라이언 카펜터가 등판하는 3차전 승리로 우세 시리즈를 노려볼 수 있었다. 그래서 필승조뿐 아니라 남아 있는 투수들을 내보내지 않았다.

강경학은 공 28개를 던졌고,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 동안 3피안타 4실점을 기록했다. 그의 투구 수가 30개에 이르자 수베로 감독은 다른 야수 정진호를 투입했다. 중계방송 해설자는 "입장료를 내고 이런 경기를 봐야 하냐 싶은 생각이 든다. 나 같으면 안 본다"라며 수베로 감독의 마운드 운영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투수를 아끼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게 발언의 골자다.

한화는 1-18에서 마운드에 오른 정진호가 신성현을 4구 만에 뜬공 처리하며 9회를 마쳤다. 이어진 공격에서 득점은 없었다.

수베로 감독은 11일 3차전을 앞두고 "불펜 소모를 하지 않기 위해 야수를 올렸다"라고 했다. 야구팬도 그 의도를 잘 알고 있는 내용이 재차 확인된 것. 경기 운영 측면에서는 "상식적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비난 목소리를 높인 해설위원에게는 "그분이 13점 차로 지고 8회에 뒤집힌 경기를 본 적 있는지 묻고 싶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마운드 운영은 문제 삼을 일이 아니었다. 아직 KBO리그 정서에는 익숙하지 않지만,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굳이 문제점을 꼽자면 야수가 투수로 나서서 다치는 상황. 수베로 감독도 인정했다. 그래서 임무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강경학에게 "혹시 다시 마운드에 서도 '세게 던지지 말아라"라는 조언을 해줬다고.

11일 두산전을 앞두고 만난 강경학도 생소한 경험에 의미를 부여했다. 인터뷰실에 들어오면서 민망한 표정을 지어 보인 그는 몸 상태를 묻는 말에 "전혀 문제가 없다"라고 했다. 이어 "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불펜 투수 투입을 아낄 수 있다면 오늘(11일) 경기에서 이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베로 감독은 강경학이 힘을 빼고 스트라이크존에만 투구하길 바랐다. 강경학은 "마운드에 서니까 나도 모르게 흥분한 게 있었다. 그냥 약하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왔어야 했는데 너무 못 던져서 (동료들에게) 미안하더라"라며 웃었다.

강경학은 두산 안재석과의 승부에서 6구째 시속 142㎞를 찍었다. 한화 더그아웃에는 감탄이 새어나왔다. 강경학은 "야수가 (구속이) 나오면 얼마나 나오겠느냐고 생각했다. 솔직히 시속 120㎞도 안 찍힐 줄 알았다. (정)진호 형은 아웃카운트를 잡은 공을 챙겼다고 하더라. 이닝을 마무리한 건 진호형이다. 나는 시속 140㎞가 나온 것만으로 만족한다"라며 다시 한번 웃었다.

부상도 경계했다. 정확하게는 타구에 맞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강경학은 "강습 타구가 나에게 향했어도 잘 잡으려 했을 것 같다. 세게 던지지 않았기 때문에 타구가 와도 잘 보였다"고 했다.

느낀 점도 있다. 투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었다. 강경학은 2사 만루에서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에게 3타점 우전 2루타를 맞았다. 타구가 우익수 임종찬의 머리를 넘어 안타가 되는 순간 아쉬움도 있었다고.

강경학은 "(야수가) 제발 잡아주길 바랐다. 투수의 마음을 잘 알게 된 것 같다. 야수로서 수비할 때 더 집중하고 투수를 더 편안하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수베로 감독은 파격적인 수비 시프트를 보여주고 있다. 한 경기에 야수 2명을 투수로 투입하는 것도 생소한 운영이다. 신임 감독이고, 한화 창단 첫 외국인 감독이다 보니 행보가 유독 주목받는다.

강경학은 이에 대해 "메이저리그의 경기 운영을 경험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보다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여러 야구를 접하며 '재미있다'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전했다.

한편 수베로 감독은 "강경학이 또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1-14로 지고 있는 상황이 나오지 않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라고 답했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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