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꿇은 김태현에 "어머니께 할말 없나"..잔인한 질문 논란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피의자 김태현(25)을 둘러싸고 ‘잔인한 질문’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9일 검찰 송치 당시 마스크를 벗고 카메라 앞에 선 김태현에게 취재진이 던진 질문 중 하나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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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의 “죄송합니다” 멈추게 한 ‘어머니’ 질문
이날 오전 9시에 서울 도봉경찰서를 나온 김태현은 기자로부터 “유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무릎을 꿇었다. 그는 “이렇게 뻔뻔하게 눈 뜨고 있는 것도, 숨을 쉬고 있는 것도 정말 죄책감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미리 준비해온 것처럼 보이는 말을 마친 그는 이어진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서 “죄송합니다”를 반복했다.
그러나 김태현은 딱 하나의 질문에만 다른 답변을 내놓았다. “화면을 보고 있을 어머니께 할 말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자 “죄송합니다” 대신 “볼 면목이 없습니다, 솔직히”라고 짧게 답했다. 혐의 인정과 범행 동기, 변호인 조력 거부 등의 질문 속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심경을 밝힌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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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언급에 “잔인한 질문이었다” 지적
김태현의 검찰 송치 후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어머니’ 관련 질문에 대해 “잔인한 질문이었다”고 지적했다. 승 연구위원은 ‘오늘 김태현 신상공개 시 취재진 질문에 대한 단상’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김태현은 어떠한 변명에도 절대 용서받을 수 없고 신상공개는 타당하다”면서 “그렇지만 ‘TV를 보고 있을 어머니께 할 말 없느냐’고 묻는 말은 분명하고 명확하게 잘못되었다”고 했다.
승 연구위원은 질문으로 인한 2차 피해를 우려했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태현은 그 어머니에게는 어찌할 수 없는 아들이었다”며 “사건의 실체와 관련된 범죄 동기를 물을 수는 있지만, 어머니를 질문하는 순간 대중의 관심은 피의자가 아닌 부모와 이들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승 연구위원은 “‘어머니께 할 말 없느냐’는 질문은 또 다른 상황에서 (아버지인 살인 피의자에게) ‘보고 있을 초등학생 자녀들에게 할 말이 없느냐’와 다르지 않다”며 “이러한 장면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부모나 어린 자녀들이 받을 충격과 대중으로부터 쏟아질 비난의 화살로 치명적인 2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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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피해 우려” “당연히 죄스러워야” 반응 엇갈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네티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쪽에선 김태현의 잔혹한 범행을 강조하며 질문 자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한 네티즌은 “저렇게 처참한 짓을 했으면 당연히 부모에게 부끄럽고 죄스러워야 한다”며 “그걸 일깨워주는 적절한 질문이었다”(smh1****)고 밝혔다. 이어 “사람 셋을 죽인 살인자 괴물한테 질문이 잔인하다는 게 말이 되느냐”(ytm1****) “피의자는 물론 피의자의 누구까지 챙겨주는 것이 피의자 못지않게 잔인한 것 같다”(gowj****)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반면 승 연구위원의 주장에 대해 “용기 있는 발언”이라며 공감하는 입장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승 연구위원의 주장은) 피의자를 통해서 그의 부모 가슴을 아프게 하지 말라는 뜻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는 연좌제 폐지국가인 만큼 죗값은 피의자의 몫이지 부모의 몫이 아니다”(chch****)고 밝혔다. 또 다른 네티즌은 “세 모녀도 안타깝고 김태현을 키운 어머니도 너무 불쌍하다”며 “자식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가족들은 평생 죄인으로 살아가야 할 텐데 신상공개는 2차 피해만 더 키우는 것이 아닌가”(jin5****)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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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질문 공공의 이익 있었나 돌이켜봐야”
전문가들은 김태현의 범행과는 별개로 질문의 적절성을 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일권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어머니는 범죄의 당사자가 아닌 만큼 인터뷰 과정에서 노출이 되어서는 안 됐다”며 “김태현이 심정을 묻는 말에 먼저 어머니를 언급했다면 모를지라도 취재진이 어머니를 직접 거론하며 유도 질문을 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승 연구위원은 “김태현에게 질문하는 과정에서 배려가 필요했다는 주장을 하는 게 결코 아니다”며 “어머니와 관련한 질문이 세 모녀에 대한 참혹하고 비극적인 사건에서 그 어떠한 공공의 이익이 있었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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