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꿇은 김태현에 "어머니께 할말 없나"..잔인한 질문 논란

이가람 2021. 4. 1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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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다 마스크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피의자 김태현(25)을 둘러싸고 ‘잔인한 질문’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9일 검찰 송치 당시 마스크를 벗고 카메라 앞에 선 김태현에게 취재진이 던진 질문 중 하나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김태현의 “죄송합니다” 멈추게 한 ‘어머니’ 질문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다 무릎을 꿇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전 9시에 서울 도봉경찰서를 나온 김태현은 기자로부터 “유가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무릎을 꿇었다. 그는 “이렇게 뻔뻔하게 눈 뜨고 있는 것도, 숨을 쉬고 있는 것도 정말 죄책감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미리 준비해온 것처럼 보이는 말을 마친 그는 이어진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서 “죄송합니다”를 반복했다.

그러나 김태현은 딱 하나의 질문에만 다른 답변을 내놓았다. “화면을 보고 있을 어머니께 할 말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자 “죄송합니다” 대신 “볼 면목이 없습니다, 솔직히”라고 짧게 답했다. 혐의 인정과 범행 동기, 변호인 조력 거부 등의 질문 속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심경을 밝힌 질문이었다.


어머니 언급에 “잔인한 질문이었다” 지적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중앙포토

김태현의 검찰 송치 후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어머니’ 관련 질문에 대해 “잔인한 질문이었다”고 지적했다. 승 연구위원은 ‘오늘 김태현 신상공개 시 취재진 질문에 대한 단상’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김태현은 어떠한 변명에도 절대 용서받을 수 없고 신상공개는 타당하다”면서 “그렇지만 ‘TV를 보고 있을 어머니께 할 말 없느냐’고 묻는 말은 분명하고 명확하게 잘못되었다”고 했다.

승 연구위원은 질문으로 인한 2차 피해를 우려했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태현은 그 어머니에게는 어찌할 수 없는 아들이었다”며 “사건의 실체와 관련된 범죄 동기를 물을 수는 있지만, 어머니를 질문하는 순간 대중의 관심은 피의자가 아닌 부모와 이들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승 연구위원은 “‘어머니께 할 말 없느냐’는 질문은 또 다른 상황에서 (아버지인 살인 피의자에게) ‘보고 있을 초등학생 자녀들에게 할 말이 없느냐’와 다르지 않다”며 “이러한 장면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부모나 어린 자녀들이 받을 충격과 대중으로부터 쏟아질 비난의 화살로 치명적인 2차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2차 피해 우려” “당연히 죄스러워야” 반응 엇갈려
이러한 주장에 대해 네티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쪽에선 김태현의 잔혹한 범행을 강조하며 질문 자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한 네티즌은 “저렇게 처참한 짓을 했으면 당연히 부모에게 부끄럽고 죄스러워야 한다”며 “그걸 일깨워주는 적절한 질문이었다”(smh1****)고 밝혔다. 이어 “사람 셋을 죽인 살인자 괴물한테 질문이 잔인하다는 게 말이 되느냐”(ytm1****) “피의자는 물론 피의자의 누구까지 챙겨주는 것이 피의자 못지않게 잔인한 것 같다”(gowj****)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반면 승 연구위원의 주장에 대해 “용기 있는 발언”이라며 공감하는 입장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승 연구위원의 주장은) 피의자를 통해서 그의 부모 가슴을 아프게 하지 말라는 뜻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는 연좌제 폐지국가인 만큼 죗값은 피의자의 몫이지 부모의 몫이 아니다”(chch****)고 밝혔다. 또 다른 네티즌은 “세 모녀도 안타깝고 김태현을 키운 어머니도 너무 불쌍하다”며 “자식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가족들은 평생 죄인으로 살아가야 할 텐데 신상공개는 2차 피해만 더 키우는 것이 아닌가”(jin5****)라고 했다.


“어머니 질문 공공의 이익 있었나 돌이켜봐야”
전문가들은 김태현의 범행과는 별개로 질문의 적절성을 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일권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어머니는 범죄의 당사자가 아닌 만큼 인터뷰 과정에서 노출이 되어서는 안 됐다”며 “김태현이 심정을 묻는 말에 먼저 어머니를 언급했다면 모를지라도 취재진이 어머니를 직접 거론하며 유도 질문을 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지적했다. 승 연구위원은 “김태현에게 질문하는 과정에서 배려가 필요했다는 주장을 하는 게 결코 아니다”며 “어머니와 관련한 질문이 세 모녀에 대한 참혹하고 비극적인 사건에서 그 어떠한 공공의 이익이 있었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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