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합의 다시 손잡은 LG-SK..현대차와 'K-배터리 동맹' 복원

박영국 2021. 4. 1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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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의선 회장 '배터리 회동', LG-SK 합의로 진전 기대
현대차그룹-배터리 3사, 전기차·UAM·PBV·로보틱스 등 협력 확대 전망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1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햇수로만 3년째 끌어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을 멈추고 합의하면서 대한민국 전기차 산업을 이끌 ‘배터리 동맹’ 복원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11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되고 있는 배터리 분쟁을 모두 종식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9년 4월부터 진행된 모든 소송절차는 마무리됐다.


양사는 이번 합의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현재가치 기준 총액 2조원(현금 1조원+로열티 1조원)을 합의된 방법에 따라 지급하고, 관련한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하며,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합의로 양사는 공멸(共滅)의 길에서 벗어나 상생을 모색하게 됐다. 이날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한미 양국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건전한 경쟁과 우호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공동 입장을 내놨다.


당초 LG와 SK는 배터리 분야에서 가장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던 업체였다. LG에너지솔루션 분사 이전의 LG화학은 SKIET 분사 이전의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분리막을 공급받아 배터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 2011년 배터리 분리막 기술 관련 분쟁으로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분리막 물량을 줄였고, 2019년 배터리 관련 소송이 본격화되면서 양사의 관계는 더 틀어졌다.


이번 합의는 그동안의 갈등을 해소하고 양사가 다시 협력적인 관계로 돌아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양사가 선의의 경쟁자이자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의 생태계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 바람직한 변화는 현대자동차그룹까지 포함한 국내 완성차-배터리 메이저간 ‘전기차 동맹’, 나아가 4대 그룹으로 구성된 ‘미래 사업 협력 드림팀’ 복원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왼쪽)과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20년 6월 22일 LG화학 오창공장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국내 배터리 3사를 이끄는 총수들과 잇달아 회동하며 국내 기업간 전기차 동맹의 밑그림을 그렸다. 올해 현대차 아이오닉 5, 기아 EV6 등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 기반의 전기차 모델 출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전기차 전환에 나서기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


정 회장은 지난해 5월 삼성 SDI 천안사업장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전고체 배터리 등 삼성의 미래 배터리 기술 개발 현황과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어 6월에는 LG화학(현 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을 방문해 구광모 LG 회장을 비롯한 LG그룹 경영진들과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7월에는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나 미래 배터리 사업 전반에 대한 방향성과 협력 방안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정 회장과 3사 총수간 회동은 전기차 시장 개막이 본격화되면서 우려되는 세계적인 배터리 수급난에 선제적으로 대처해 현대차와 기아가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원을 확보하는 한편, 배터리 3사에게는 탄탄한 성장 기반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이 7월 7일 충남 서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에서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니로EV'를 배경으로 악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배터리 3사가 전고체 배터리와 리튬-메탈 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고 양산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플랫폼이 테스트베드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상호 윈-윈(Win-Win)을 기대케 만드는 대목이었다.


특히 현대차가 전기차 뿐 아니라 UAM(도심항공모빌리티), PBV(목적기반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다양한 미래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만큼 여기 소요되는 배터리, IT(정보통신), 반도체, 신소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 4대그룹간 긴밀한 협력을 통한 미래 먹거리 창출이 예상된다.


LG와 SK간 배터리 소송에 따른 갈등은 이런 ‘드림팀’ 구성에 있어 팀워크에 심각한 차질을 주는 악재였다. 그동안 4대그룹 총수들은 자주 회동을 갖고 친분을 다져왔으나 구체적인 사업 협력과 관련된 논의가 진척되긴 힘든 상황이었다.


이번 합의를 통한 LG와 SK간 갈등 해소는 향후 전기차 뿐 아니라 도심항공 등 미래 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 발굴에 있어 주축이 되는 기업들이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간 배터리 분쟁이 한창일 때도 양측은 두 그룹이나 최태원·구광모 회장까지 확전시키지는 않으려는 노력을 보여왔으나, 아무래도 주력 계열사간 갈등이 깊어진 상태에서 두 그룹이 한 울타리에서 협력을 논의하기는 힘든 상황이었을 것”이라며 “갈등이 해소된 만큼 미래 산업 패러다임 변화 대응을 위한 4대그룹간 협력이 좀 더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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