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LG·SK 배터리 분쟁 끝낸 이유 [특파원 다이어리]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외통수'에서 벗어났다. 미 정가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조지아주를 위해 해결을 하기에도, 외면하기에도 어려웠던 부담을 덜어냈기 때문이다. 한국 배터리 산업과 미국의 전기차 산업이 혼란에서 벗어나 '같이 갈' 기회도 마련 됐다
블룸버그 통신 등 미 언론들은 10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분쟁에서 합의를 봤다고 전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기술 침해를 이유로 결정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10년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을 하루 앞두고 이뤄진 극적인 합의였다.
양사의 합의이지만 막후에서는 미 정부의 적극적인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만큼 미 정부에 부담이 큰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합의로 많은 위기를 모면했다.
먼저 자신을 지지한 조지아주 유권자들의 일자리를 지켜냈다.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은 2600명을 고용 예정이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조지아주 대선 승리를 안겨준 이들에 대한 선물이다.
민주당의 상원 과반의석 확보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라파엘 워녹 조지아주 연방 상원의원은 SK이노베이션 공장의 가동이 필요하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을 압박했을 정도였다.
둘째, 조지아 주민들의 열망을 지켜냈지만 자신의 약속을 어기지도 않았다.
지적재산권은 바이든 정권이 미국의 기술 경쟁 우위를 위해 지켜야 하는 핵심 자산이다. 지재권에 관한 판단을 대통령이 뒤집으면 중국의 미국 지재권 탈취 시도를 차단할 명분을 잃을 수 있었다.
셋째, LG와 SK양측이 서로의 관점에서 바이든 정부에 로비를 해왔던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36년 동안 상원의원직을 역임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관계를 맺었던 의회 인사들의 수가 많다는 의미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로비스트로 활동할 것이라는 점을 민주당 내 진보 세력은 경계해 왔다.
LG와 SK 양측 모두 바이든 정부에 가까운 인사들과 법무법인을 동원해 로비 공세에 나섰다는 것이 워싱턴 정가 소식통의 전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큰 정부, 대규모 재정 지출 등 진보세력의 의제를 대거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로비스트들의 입김에 의해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면 원칙을 거슬렀다는 진보 진영의 비판을 받을 수도 있었다.
네 번째 성과는 '눈엣가시' 조지아 주지사의 압박에서 벗어났다는 점이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정적으로 부상했다.
조지아주는 지난달 25일 공화당 주도로 주 의회에서 우편 부재자투표 시 신분 증명 강화, 부재자투표 신청 기한 단축 등 유권자의 선거 참여를 더욱 까다롭게 하는 법안을 처리했다. 켐프 주지사는 이 법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측은 자신들의 집권 기반이 된 흑인과 라틴계 주민들의 투표권 행사를 어렵게 하는 이 사안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지만, 공화당이 장악한 주 의회와 주 정부를 막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SK이노베이션에 대한 ITC의 수입금지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거부권 행사를 세 차례에 걸쳐 요구한 켐프 주지사의 입장을 두둔하게 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다섯째.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 위기를 지켜냈다. 전기차 산업 육성을 위한 인프라의 안정성도 확보했다.
이번 합의는 한국 기업 간에 이뤄진다. 미국 기업이 타격 받을 일은 없다. 오히려 바이든 대통령의 집중 육성 대상인 전기차 분야에서 중국과의 경쟁에 앞서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게 됐다.
한국으로서도 환영할 일이다. '뻔히 보이는 손' 바이든 덕에 장기간 난제로 남을 수도 있었던 갈등이 종식됐다.
중재가 있었다 하더라고 합의는 한국 기업 간에 이뤄졌다. 더 이상의 갈등은 무의미하다. 곧은 길 대신 먼 길을 돌아왔지만 이제 'K배터리'가 전 세계 전기차 산업 발전의 선두에 서기 위해 정진할 일 만이 남았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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