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예언 두가지 "안철수 조심하라, 여권은 분열한다"
“안철수는 자기 정치에 당을 이용할 것이니 합당에 신중해야 한다. 또 여권은 반드시 분열할 테니 잘 활용하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을 떠나기 전에 남긴 메시지다. 11일 복수의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4·7 재·보궐선거 승리 직후 “당이 대선에서도 승리하려면 무엇에 신경 써야 하느냐”는 당 관계자의 질문에 여·야로 나눠 이같이 답했다고 한다. 특히 야권 재편과 관련한 합당(국민의힘+국민의당) 논의에 대한 우려가 컸다고 한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안 대표가 야권 대통합을 명분 삼아 제1야당을 자신의 대선 진지로 만들려 한다는 게 김 전 위원장의 인식”이라고 전했다.
이는 9일 있었던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드러난다. 김 전 위원장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당선을 축하하며 “야권의 승리”라고 발언한 안 대표의 선거날 자정 발언에 대해 “어떻게 건방지게 그런 말을 하나. 국민의힘이 승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합당 논의 중인 국민의당에 대해선 “무슨 실체가 있나. 비례대표 세 사람뿐”이라고 하더니, 안 대표에겐 “합당해서 대선 후보가 되겠다는 욕심이 딱 보이는 것 아닌가”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두 사람 간 공방은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부터 계속됐다. 선거 승리 후엔 서로 덕담을 주고받는 게 정치권의 어법인데, 김 전 위원장은 도리어 공격 수위를 더 높이는 모습이다. 이에 대한 당내 반발도 나온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아들 같은 정치인에게 스토킹처럼 집요하게 분노 표출을 했지만, 이제는 더 큰 화합을 할 때”라는 글을 올렸다.
김 전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안철수-윤석열 연대’에 대해서도 “안 대표하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합쳐질 수 없다. 아무 관계도 없는데 안 대표가 마음대로 남의 이름 가져다가 얘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에 대해선 “대통령이 무슨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해줄 수는 있어도 내가 달리 도와줄 방법은 없다”고만 답했다. 이를 두고 야권 주자로 윤 전 총장을 띄우기 위해 경쟁자인 안 대표를 의도적으로 깎아내리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대선 정국에서의 역할에 대해서 “누구를 대통령으로 만들어봐야 별로 의미가 없더라. 다 실패한 사람들이 되지 않았나. 또 그런 짓은 안 하려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런데도 정치권에선 김종인 역할론에 대한 관측이 적잖다.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한 의원은 “그가 떠나면서 ‘당 개혁이 아직 한참 부족하다’고 한 것 등을 볼 때 어느 정도 다음 행보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재·보선 승리를 전후해 언급한 ‘여권 분열론’도 야당 내 화젯거리다. 그는 최근 과거 더불어민주당을 이끌었던 경험담을 얘기하면서 “민주당이 선거 패배 후 책임론을 두고 상당한 내분이 있을 것이다. 이를 잘 활용하면 대선에서도 승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복수의 당 관계자는 전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마찰음을 내는 중이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2016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의 대표로 총선 정국을 이끌었지만, 선거 후 민주당 강경 세력과 마찰을 빚은 끝에 비례대표 의원직을 사퇴하고 탈당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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